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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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211.30.18.*]

2005-01-29 ㅣ No.3236

모태신앙으로 유아세례 받고 성당에 다니시는 분 중에는 ''부모님 신앙''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유지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사춘기 시절 중, 고등학교 때 본인의 신앙으로 받아 들이는 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대학교 때, 혹은 사회 생활 하면서 그런 과정을 거치기도 하구요.  처음에는 부모님 신앙이 내 것 인것 마냥 너무나 자연스럽게 성당에서 살다시피(?)하고 지내다가 어느 순간에 가서는 - 흔히 ''머리 굵어지면'' 이라고 하죠 - 의문과 회의, 반항(?), 좌절 등을 겪으며 혼란 속에 헤매는 시간을 길게든 짧게든 보내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우리가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여정 중에 있으므로 생기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모태신앙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인 것을 말씀드립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선물이자 너무나 큰 선물이라 생각됩니다.  신앙이 인생의 가장 바탕이 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 - 쉽고 흔한 일은 아닙니다.

 

미사를 하면서 딴 생각만 하는 자신이 가식적이고 싫었다는 것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왜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었을까요.  결국에는 마음 속에 정말 미사를 온전히 온마음으로 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는 깨달음은 아니었을까요?  본인의 의문과 갈등 등으로 미사를 온전히 드리지 못하는 현실과 잘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온전히 드리고 싶고 그래야 한다는 마음의 갈등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이후에도 나름대로 노력하려고 성서공부도 신청해 보고, 미사시간에도 집중해 보려고 애써보았고, 엄마한테 성당 안나간다고 반항도 해 보았지만 마음은 더 불편하고, 오히려 엄마 몰래 미사에 갔을때 어떤 감동을 얻었다는 것에서, 그리고  도움을 얻기 위해 이곳에 글을 올린 것 에서도 이러한 본인 내부의 갈등이 또한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신앙이 완전한 내 것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은 강하게 내키지 않는데, 부모님 신앙으로부터의 압력, 그리고 어릴 때 부터 무의식에 심어져 있는 ''성당에 가야 한다, 미사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일종의 도덕관념에서 죄책감은 들고, 또한 동시에 분명 하느님을 믿는 것이 좋은 것임은 알 것 같은데 이런 방황 자체가 두렵기도 하고, 옛날처럼 아무 생각없이 -  "어릴때 성당다니는 재미로 살던 때처럼 다시 살고싶다"는 본인의 표현처럼 - 내부의 갈등없이 멋모르고 성당 다닐 때가 그립기도 하고, 그렇지만 성서공부는 이래서 싫고, 교리공부는 이래서 불편하고, 청년모임은 이것이 못마땅하고, 다른 성당은 정이 안가고 영~ 나의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지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저절도 딱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스스로 노력하기에는 영 걸림돌이 많지요?  :)

 

본인이 말씀하신 것 처럼 이제 22살입니다.  어릴 때 자라면서 이빨이 새로 날 때 아프고 근질근질하고 짜증도 나고 그런 것 처럼 본인의 신앙도 자라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는 어릴 때 처럼 멋모르고 성당에 재미있게 다니기는 힘듭니다.  성당은 놀이터처럼 ''재미로'' 다니는 곳도 아닙니다.  신앙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 자체가 이제는 아이 때 처럼 ''멋모르고'' 성당 다니지 않고 ''제대로 알고'' 성당에 다녀야 할 때가 온 것을 알려 줍니다.  그리고 이제는 뭐든 입에 달아야 먹는 어린이가 아닌, 때로는 재미없고 하기 싫어도 그것이 옳고 바른 것이면 해야 하는 것임을 아는, 그리고 그렇게 할 줄 알아야 하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의문이 생기면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줄도 알아야 하는 성인, 많은 답 중에 바른 답이 무엇인가 분별할 줄도 알아야 하는 성인,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모습을 깊게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하는 성인이 된 것입니다.

 

신앙에 의문이 생기십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의문입니다.  바오로 서원에 가시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단체 활동을 통해 새롭게 신앙을 다져보고 싶으십니까?  입에 딱 맞는 떡은 없습니다.  내가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는 단체가 무엇인가 한번 살펴 보십시오.  가톨릭의 우수한 영성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많은 수도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주보에 보시면 교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하느님을 가까이 느껴보고 싶으십니까?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에 십분이라도 내 안에 이미 함께 계시는 하느님 앞에서 침묵 해 보십시오.  내 안으로 깊이 들어 갈수록 너무나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의 현존에 놀라게 됩니다.  힘들어도, 처음에는 마음이 백퍼센트 내키지 않아도, 조금만 정성을 들여보면 길은 수천, 수만가지가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우리의 영혼은 하느님 안에서만 참으로 쉴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영혼은 어쩔 수 없이 하느님께로 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품 안에서 편히 쉬게 되기까지는 너무나 긴 여정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분 안에만 진정한 영혼의 안식이 있고, 거기까지 가기에는 방황도 거치고, 혼란도 거치고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그 방황과 혼란을 어떻게 거쳐 내는가 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자유를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주셨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본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제는 부모님이 해 주지 않고, 본인이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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