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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진구/명동성당의 ´기본권´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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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규 [mindule] 쪽지 캡슐

2002-11-02 ㅣ No.42454

[기자의 눈]이진구/명동성당의 ´기본권´ 은?  

[정치] 2002년 11월 01일 (금) 18:37

 

민주노총 등 60여개 단체가 지난달 31일 ‘명동성당을 20만명의 인간띠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새삼 ‘명동성당은 누구를 위한 곳인가’라는 반문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의 ‘인간띠’ 계획은 명동성당측이 성당 내에서 파업농성 중인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에 퇴거 요청서를 보낸 데 대한 대응이었다.

 

명동성당이 정치 사회적 약자의 최후의 피난처이자 민주화의 성지이기 때문에 공권력 투입을 막기 위해서는 ‘인간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조원들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3개 병원 파업과 관련, 6월6일부터 5개월 가까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영하로 떨어진 추위를 견디느라 전기난로와 전기장판에 의지하고 있다. 낮에는 수백명, 밤에는 50여명이 10여개의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2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있었다. 한국통신 노조가 성당측의 철거 요구를 무시하고 무단 장기 천막농성을 벌였던 것.

 

명동성당은 민주노총의 말처럼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약자를 지켜온 한국 사회의 보루’ 역할을 해온 것이 틀림없다. 정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피난처이면서 ‘성지(聖地)’인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명동성당의 성직자들과 많은 신자들의 적극적 또는 암묵적 지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간띠 결성발표’에는 그 어디에도 명동성당의 주인격인 성직자와 신자대표들이 참여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총이성직자와 신도들과는 상관없이 명동성당을 지키겠다고 선언하고 나서고 성당측은 이에 반발하는 양상이다.

 

명동성당측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도피처 역할을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다하지 않지만 이익집단의 권익 사수를 위한 투쟁의 장소로 이용되는 것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측이 명동성당을 지키겠다는 것이 성당의 종교적 존엄성과 민주적 상징성을 말하는 것인지, 단지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 과정에서 성직자와 신자의 기본권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성지에서는 ‘나’의 권리보다는 성지 본연의 존엄성과 분위기가 더욱 존중되어야 한다.

 

이진구기자 사회1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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