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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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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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2-12-16 ㅣ No.45415

 

 서울에서는 지하철을 탈 기회가 많습니다. 지하철은 시간 약속을 정확히 지킬 수 있고, 지하철은 다음역이 어디인지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기도 합니다. 또 어떤 지하철은 텔레비전이 있어서 드라마나, 뮤직비디오를 볼 수도 있습니다. 또 고개를 들어 선반을 보면 신문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신문을 보면서 목적지에 갈 수도 있습니다. 갈아타는 길이 조금 멀고, 계단이 많다는 점만 빼면 너무나 좋은 교통수단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지하철은 그 규모나 시설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구역장, 반장 월례연수 때문에 매달 각 지구에서 실시하는 연수 장소를 가곤합니다. 그때는 어김없이 지하철을 이용하게 됩니다.

며칠 전에 의정부 1동 성당을 가기위해서 명동 역으로 갔었습니다. 정장을 하고 가방을 들고 역에 도착했는데 주머니를 뒤져보니 지갑이 없는 것입니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그만 지갑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정장을 입고 무임승차할 수도 없고, 돈을 빌릴 숫기도 없고, 그래서 할 수없이 숙소로 돌아와 지갑을 챙겨 다시 역으로 갔습니다. 누굴 탓할 수도 없으면서도 왜 그렇게 화가 나는지!

 

 그러면서 문득 생각해봅니다. ‘하느님께서 이 일을 통해서 나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시는 걸까!’ 그랬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주님의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시기에 저는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잊고 있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할일이 많다는 이유로 그렇게 잊고 있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안부전화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물론 집에 찾아가지도 않았습니다. 친한 친구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도 간다간다 하면서 가질 못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번 일을 통해서 내가 잊고 있는 일들을 돌아보도록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창동 성당은 쌍문 역에서 내려야 합니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며칠 전에 창동 성당으로 가다가 나도 모르게 창동 역에서 내리고 말았습니다.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면서 알았습니다. ‘아! 창동 성당은 쌍문 역에서 내려야지!’ 그저 습관처럼 지내는 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흐르는 강물에 떠밀려서 흘러가는 강물처럼 나 자신이 그저 하루하루를 아무런 고민 없이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성탄은 대림시기를 그냥 그렇게 지내면 어김없이 오지만, 그런 성탄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매일 아침 성전에서 기도하며 구세주의 오심을 기다렸던 시메온과 안나는 구세주를 만나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구세주의 탄생을 경배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났던 동방박사들은 이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께 황금, 몰약, 유향을 선물로 드릴 수 있었습니다.  

 

 시메온과 안나와 같은 절실한 기다림이 없다면, 동방박사들처럼 먼 길을 떠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매년 다가오는 성탄은 그저 하나의 행사로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02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성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미루고 미루다 아직 못한 일이 있다면, 꼭 해야 할 일을 잊고 있었다면 시간을 내서 꼭 했으면 좋겠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나 자신을 던져버리고 있었다면, 이제 주어진 시간을 나 스스로 살아가면서 그렇게 성탄을 준비하고 기다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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