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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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성화의 날을 지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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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3-06-29 ㅣ No.54106

 

 

 1년에 한번 예수 성심 대축일에 ‘사제 성화의 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사목 체험 사례를 발표했고, 올해는 진행을 맡았습니다.

사제가 1년에 1번만 성화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이런 날을 정한 것은 그만큼 사제들이 성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의를 하신 신부님께서  질문을 하나 하셨습니다.

신부님 신앙심이 있습니까?

신앙생활을 몇 십 년씩 하였고, 더구나 사제인데 ‘신앙심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대나무를 보면서 신앙을 생각한다고 하였습니다.

대나무의 뿌리가 있는 땅은 ‘지진이 일어나도’ 괜찮을 정도로 견고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대나무의 뿌리는 땅 속 깊이, 그리고 넓게 뿌리를 내린다고 합니다.

 

 내 신앙의 뿌리를 생각합니다.

과연 나는 기도와 희생, 겸손과 절제의 삶을 통해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일에 대한 욕심 때문에 기도의 뿌리는 점점 말라가고 있습니다. 게으름과 나태 때문에 희생의 뿌리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교만함은 겸손의 뿌리를 약하게 만들었습니다. 쾌락은  절제의 뿌리를 잘라 버렸습니다.

 

 대나무는 마디가 있어서 유용하게 쓰이고, 마디가 있어서 강한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감사’는 신앙의 마디라고 이야기 합니다.

감사하는 사람에게는 악의 세력이 감히 접근을 하지 못한다 합니다. 그래서 마귀는 ‘원망’이라는 씨를 우리들 마음에 뿌리려 한다 합니다. 원망하는 사람은 감사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쉽게 악의 유혹에 넘어간다고 합니다. 나는 모든 일에 감사 드렸는지 생각합니다. 기쁠 때, 즐거울 때, 일이 잘 될 때, 인정받을 때 감사하였지만, 그렇지 못한 적이 참 많았습니다.

 

 대나무는 60년에 딱 한번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뿌리를 내렸지만, 깨어지는 아픔을 겪으면서 마디를 만들어 가지만 꽃은 60년에 한번 피우는 대나무를 생각합니다. 저는 성격이 급하고, 일의 결과를 빨리 알고 싶어 하는 편입니다.

 

 대나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신앙심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뿌리도 약하고, 마디도 별로 없으면서 꽃만 기대하는 신앙심에 머물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오늘은 신앙을 고백한 베드로 사도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신앙을  전파한 바오로 사도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는  신앙을 요구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목이 잘려 순교하는 신앙을 요구하는 시대도 아닙니다.

 

 기도와 희생, 겸손과 절제의 뿌리를 내리는 신앙이면 됩니다.

감사의 마디를 키워가는 신앙이면 됩니다.

천국에서 꽃이 피워지기를 바라는 신앙이면 됩니다.

 

 사제 성화의 날에 좋은 말씀을 들려주신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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