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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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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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정 [jsu0819] 쪽지 캡슐

2002-03-11 ㅣ No.5818

살아계신다면 내일이 엄마의 생신날입니다.

그래서 어제 마리아는 엄마에게 다녀왔습니다.

백합과 장미를 함께한 꽃다발을 안고서....

다행히 지난번에 엄마에게 갈때와는 다르게

햇살이 곱고도 고와 또한 따스하고 따스하여

참으로 좋았답니다.

유난히 눈가에 물기가 가득 고이더이다.

혼자서 길을 나섰기에 다행이다 싶었죠.

차창밖을 주시하는척 사람들과 눈을 마주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소리없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흐르고 흘러서....

 

엄마의 생신날과 공교롭게도 시아버님의 제삿날이 음력으로

한날이었습니다.

그 핑계아닌 핑계로 엄마 생신은 늘 다음날에야 챙겨드리곤

했더랍니다.

시집오기 전과 같이 늘 다음날에서야.

 

그런 몹쓸 딸아이를 그래도 엄마는 한없이 크고도 크게 반겨주십니다.

뭐하러 부러 왔냐며...

생일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아이 데리고 오느라 우리 우정이 힘들었겠다...

라시며 당신의 서운함보다는 딸아이의 힘듦을 먼저 생각해주시던 내 엄마

그 엄마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어제따라 유난히 맑은 하늘만큼이나

크고 크더이다.

 

엄마의 무덤가에 꽃다발을 놓고서 향을 피웠습니다.

유난히 향내를 좋아하시던 엄마였기에......

엄마.......우정이 왔는데......

근데 다시금 맘 아팠던건....엄마 생전에 무슨 꽃을 좋아하셨는지...

딱히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정말 몹쓸 딸자식입니다.

엄마......미안해 살아계실때 한번도 생신날 챙겨드리지 못해서...

그래 오늘은 이틀 먼저 와버렸네....넘 빨리 온건가?

엄마....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고 잘 지내지..

그곳에서는 정말 아프지마.....이곳에서 넘 많이 아팠으니까

 

엄마앞에 한참을 그러고 앉아 있습니다.

하늘아래.....엄마와 나와 간간히 기분좋게 불어주는 바람이 함께 합니다.

산아래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양지바른 곳이 울 엄마의 집입니다.

엄마 곁이라서 그랬는지 몸과 마음이 더없이 평화로웠습니다.

 

많은 말들 엄마에게 해드렸는데...딱히 엄마는 아무런 대답이 없네요.

그저 울먹이는 절 보며 한마디 하셨다면.....두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도

여전히 우리 울보구나...

그랬습니다. 울고 울고 또 울고....누구하나 쳐다볼 이 없어서 맘 편히

울었드랬습니다.

그런 절 보며 오히려 엄마 마음이 아프고 아팠을려나요.

엄마의 무덤 옆에 머리를 대고 기대어 봅니다.

엄마 숨결 느낄수 있을까? 싶어서...

 

그러고 그날 하루를 지내고도 싶었지만.....그저 마음뿐입니다.

내일 학교에 갈 아이들 엄마에게 다녀와 목욕을 가기로 한 약속이

떠오릅니다.

엄마에게 인사를 전합니다....엄마 이제 언제 올지 모르겠네.

그래도 엄마 혼자있어도 쓸쓸해 하지마 내 하루중에 하늘보며

엄마 생각하고 지내니까....

내일은 승남이가 올테고.......엄마 생신날엔 아빠랑 승일이가

올테니까...

엄마 좋겠다......번갈아가며 식구들이 엄마 찾아와주어서..

그네들이 가고나도 엄마 생각 가슴에 묻고 가니까

외로워하지말고....아프지 말고 잘 지내...

오래지않아 나뭇가지에 새순이 파릇파릇 돋는 모습도 즐겨보고..

산새들의 지저귐도 쉬 들어보고...

바람결에 우리 소식 전해질려나.......

내려오는 발걸음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이내 차오릅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엄마 보고플때 달려올 거리에 울 엄마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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