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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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도 아들이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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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1-07-29 ㅣ No.23094

 늘 이맘때쯤이면 여름철휴가가 기다려지고 또, 어김없이 그 휴가가 반가이 찾아오면 언제부터인가 나는 늘 산속에서 먹고 자며 나자신을 자연속에 가둬 아주 즐거운 학대를 하곤 했습니다.

 

작년만해도 이곳에서 지리산 같이갈 형제자매님들을 모아서 자매님들과 같이 지리산에서 헤맸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 같기만 합니다.

 

올여름은 또, 어느산에서 휴가를 보낼까 고심하던중, 휴가날짜가 8월 2일...마침 저희 성당에서 초등부 여름캠프를 가는 날짜와 우연히 맞아 떨어졌지요.

 

교사회 인원갖고는 인원수가 턱없이 모자랐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주보에서도 함께할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었지요.

 

그때까진 저는 그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안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우연히 내 휴가날짜를 알게된 초등부 교사회 녀석들의 집요한 구애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남자이다보니 자매님들이 저를 집중적으로 유혹을 했지요.

 

뭐? 미인계라나?? (뭔눔의 미인계가 이리 망가졌단 말인고?)

 

어쨌든 저역시도 어쩔까 우왕좌왕 하던중 나도 모르게 툭! 하고 허락을 하고 말았지요.

 

그러나 그 망가진 미인계때문만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교사회를 아시는분은 알겠지만 그게 간다고 결심만해서 될일입니까?

 

그 준비과정이 정말 험난하고 많은 시간을 희생하여야 한다는것을...

 

그러나 저처럼 늘 늦게 끝나는 사람은 꿈도 못꾸는 얘기이지요.

 

연습이며 준비활동에 한번도 참가하질 못해서 지난주에 그만 고사를 하고 말았지요.

 

난 함께 못한다고.

 

교사회에서 무척 실망을 하더군요.

 

무척이나 미안했지만 어쩔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제게 전화가 오더니 아주 좋은 제안을 하더군요.

 

뭐, 저야 한번도 프로그램 연습이나 준비과정에 참석을 못한 사람이니 어쩔수 없고 우리 성당에 신체 장애아반이 있는데 그 장애아반을 맡을 사람이 필요하니 그건 어떠냐고 제안을 하더군요.

 

포기를 했음에도 계속되는 구애에 감동을 받아 흔쾌히 허락을 하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오늘 주일날 성당에서 교사회 교감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늦동이로 태어난 아주 귀한 아들인데 성장발육이 정상이 아니고 무척 신체가 약한 초등학교 3학년아이인데 학교는 일반 학교를 다니지만 다른 친구들과는 자신이 다르다는것을 알고 또, 그래서 그런지 명랑하질 못하고 늘 뒷전에 있기를 좋아하는 아이인데 이 아이의 엄마가 큰 결심을 하여 이번 캠프에 보낸다는겁니다.

 

태어나 엄마를 떠나있어 보질 못한 아이이기에 그 엄마의 안타까움은 더한 모양입니다.

 

그심정 왜? 모르겠습니까?

 

특히나 친구들도 없이 오로지 엄마 치마폭에만 쌓여 자란 아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지 뭡니까?

 

어찌나 신체가 약한지 가끔 안좋은 증상도 보인다는데 심할경우는 팔이 빠진다는 얘기를 하며 그러나 그 빠진 팔을 스스로 끼우곤 한다니 마치 영화 [리셀 웨폰]의 멜깁슨 생각이 나더군요.

 

정상적인 아이들 같지 않아 다리가 조금만 아파도 밤에 잘때 울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일어나서 다리를 주물러 주면 이내 조용히 잔다며 2박3일간 저는 그 아이의 옆에서 자야한답니다.

 

더욱이 걱정인것은 그 여름캠프에 산에 오르는 등반과정이 있답니다.

 

문제는 정상인 아이들이야 교사 인솔하에 슬슬 산에 오르면 그만이지만 이 아이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겠지요.

 

그러나 그 훌륭하신 어머니는 신신당부를 했답니다.

 

절대로 업거나 도와주질말고 꼭 중도 포기 없이 정상에 오르도록 해달라고...솔직히 이대목에서는 그 어머니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정말 훌륭하신 어머니이구나라는 생각에 감동이 되더군요.

 

스스로 닦을줄도 알고 옷 갈아입을줄도 아니 절대 닦거나 옷갈아 입을때 도와주지 말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담당하게 될 저를 출발하는날 꼭 보자고, 그래서 부탁의 말씀을 한다고 했답니다.

 

여기까지 입니다. 오늘 제가 들은 얘기가.

 

어떻습니까? 이정도 되면 제 마음이 어떤지?

 

한마디로 전 2박3일간 그아이의 아버지이자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결심이 생기더군요.

 

솔직히 난감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제가 누굽니까?

 

이래뵈도 비록 별명이긴 하지만 피터팬입니다.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인 제가 그일을 무서워 기피하겠습니까?

 

그리고 이일은 그 아이를 위한일이 아니며 바로 저를 위한 일이란것을 느낍니다.

 

이래서 제가 하느님께 감사하단 말을 잊을수 없나 봅니다.

 

보좌 신부님도 제게 부탁하시는 말씀이 정상이 아니니까 각별히...어쩌구 하시길래 제가 말을 끊었지요.

 

"신부님도 참! 저를 그동안 그렇게 겪으면서 아직도 파악하지 못했단 말입니까? 제 자신이 정상이 아닌데 어떻습니까?" 하고 죠크로 넘겼지만 전 정말로 저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

 

정신 장애아인 제가 누구를 동정한단 말입니까? 오히려 이번 기회에 그 아이에게 많은것을 보고 배워야지요.

 

특히나 등반때가 기다려집니다.

 

꼭 그 아이를 1등으로 정상에 오르게 하는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함께하며 꼭 스스로 도움없이 정상에 오르게 할것입니다.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축구공 따라다니듯이 다니라고 했지만 전 멀리 떨어져 있을겁니다.

 

멀리서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반드시 스스로도 할수 있는 일이 있다는 기쁨을 주고 싶습니다.

 

만일 함께 정상에 도착하면 어쩌면 저 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튼 설레여집니다.

 

제게 2박3일간 새로운 친구와 또, 아들이 하나 생기니 말입니다.

 

아직 상견례는 못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보고픈 친구이자 함께 자며 사랑을 나누고픈 아들이 몹시 보고 싶어집니다.

 

휴가 날짜가 빨리 오기를...꼭 소풍가는 전날 어린아이의 설레임처럼 기다려집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기도해주실거지요?

 

저를 위해서가 아닌 저의 아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다녀와서는 꼭 그아이와 함께한 풍족하고 행복한 나날들을 적어 올려보지요.

 

그럼, 피터팬의 건투를 빌어주십시요. 안녕히~그리고 잘 다녀오겠습니다.

 

(--) (__) (--)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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