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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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계실 때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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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02-04-24 ㅣ No.32366

 

 학생들과 함께 여름 수련대회를 갈 경우가  있습니다. 2박 3일을 위해서 교사분들과 수녀님들께서 참 수고를 많이 하십니다. 장소섭외, 답사, 물품준비, 프로그램 준비, 버스 예약, 등등 참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학생들이 많이 신청하고, 재미있게 놀고, 즐거워만 한다면 그런 수고와 노력이 보람과 기쁨으로 변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자기랑 친한 친구와 같은 조에 있게 해 달라고 말하기도 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수련대회를 가지 않는다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사분들은 여름수련대회 기간이 보통은 장마철이라 날씨 때문에 걱정, 신청하는 학생들이 적어서 걱정, 준비하는 동안 교사들 사이에 의견 충돌 등으로  다녀오면 교사를 계속해야하나 하는 문제로 고민하기까지 합니다.

 

 그럴 경우 보통은 이렇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 있을 동안만 함께 하면 좋겠는데..." 그러나 이런 바램과는 달리 이런저런 이유로 교사를 그만두는 분들을 만나게되고 그때는 아쉬움과 서운함이 있었습니다.

이곳 시골에 와서 가끔 이런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부님 계실 때까지만 하겠습니다." 한편 기분이 좋으면서도, 먼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러면서 지난번 성지순례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버스는 3대 빌렸는데 신청하신 분은 10분 정도 더 많았습니다. 10분 때문에 큰 버스를 한 대 더 빌릴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본당의 15인승 그레이스를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고민고민 하다가 운전봉사 하실 분, 조금은 불편하지만 본당 15인승 버스에 타실 분을 생각하고 부탁 전화를 드렸습니다. 친한 분들과 헤어져야 하는데도, 불편하고 힘이 드는데도 모두들 부탁을 기꺼이 들어 주셨습니다.

 

 신앙생활은 누구 때문에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어떤 분은 자기를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서운하다고 이야길 합니다.

어떤 분은 친한 사람과 헤어지기 때문에 서운하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나 있을 때까지만"이라는 조건을 이야기합니다.

어떤 분은 "신부님 있을 때까지만"이라고 이야길 합니다.

 

 새삼 오늘 제 1독서가 생각납니다.

"그들이 단식을 하며 주님께 예배 드리고 있을 때에 성령께서 바르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워라. 내가 그들에게 맡기기로 정해 놓은 일이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단식하며 기도를 하고 나서 그들에게 안수를 해주고 떠나 보냈다." (사도행전 13장 2절)

 

 떠나는 분들이나, 떠나 보내는 분들이나 서운함과 아쉬움이 있겠지만 단식하고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고 아무런 미련 없이 주님의 일을 위해서 헤어지는 그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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