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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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어떻게 돌아가셨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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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communion] 쪽지 캡슐

2002-06-11 ㅣ No.34877

한동안.. 여러 가지 일들로 심난하고 막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고, 엎친 데 덮친다고 여러 우환들이 겹쳐서 일어나더군요.

이렇게 되는 일이 없어서야.. 대체 조상의 묘를 잘못 썼나.. 아니면 귀신의 조화인가..

효험만 있다면 어디 가서 점이라도 보든지, 아니면 살풀이 굿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마음도 황폐해지고 인생이 허무해지는 것이..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그러던 중에..

아는 분께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딱히 별 위로라고 할만한 이야기는 일절 없으시고..

다짜고짜 그냥 웃어보라시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보내주셨더군요.

근데 정말 그 이야기를 읽고 실실 웃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하루는 한 신부님께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예수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는 사람?" 하고 물어 보셨대요.

다들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는데 한 녀석이 손을 번쩍 들더라는군요.

그래서 신부님께선 반가운 마음에..

"그래, 예수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지?" 하고 물으셨대요..

그랬더니 그 녀석이 하는 말..

"예수님께서는요... 십자가에... 깔려서 돌아가셨어요"

 

??? 황당해진 신부님은 그 이유를 물었죠.

그랬더니..

그 녀석은 십자가의 길을 보고 그렇게 말한 거였답니다.

 

그래서 신부님은 그 녀석을 데리고 십자가의 길을 돌면서 차근차근 다 설명을 해 주었답니다.

그리고 나서 "자.. 이제 예수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겠지?" 하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그 꼬마녀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하더랍니다.

"예, 예수님께서는요.... 십자가에.... 붙어서 돌아가셨어요."

 

 

이 글을 읽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의 순진함에 우선 웃음부터 나왔지만..

잠시 후 웃음을 그치고 나서 다시 생각하니..

난 예수님의 고통을 얼마만큼 공감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란.. 예수님의 고통을 자기가 아는 만큼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예수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이들의 생각으로는 그 고통을 짐작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살면서.. 어른이 되면서..

그 고통에 대해 조금씩 감을 잡게 되는 것 같아요.

생활 속에서 조금씩 체험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예수님과 동료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역시 예수님과 나는 같은 科(?)였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러면서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죠.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들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비열한 생각 같아서 정말 싫었거든요.

저 사람에 비하면 나는 정말 행복한 거야. 저러고 어떻게 살까.. 저런 인생도 있으니 내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지..

이렇게 불행한 사람을 보면서 스스로 위로한다는 것이.. 또 다른 죄를 짓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사람이 얼마나 용렬하면 다른 사람의 불행으로 희망을 얻는단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아마도 어쩌면...

저 스스로 생각하기를..

제가 살아온 삶들이 남들에게로부터 위로를 받기보단 남들에게 위로를 주는 삶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제 주위 사람들은 제게 가끔 그런 말을 하곤 했거든요..

야.. 너처럼 운도 지지리 없는 애는 처음 봤다.

널 보면 내 어려움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말할 수 없이 쓸쓸해지기도 하고.. 착잡해지기도 하고..

마치 모든 사람들로부터 동정을 받는 것 같기도 해서 참담하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그래서 이런 결심을 하곤 했죠.

난 절대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면서 자위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실제로 주위 사람의 어려움을 보면.. 제 자신의 상황에 대입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곤 했어요.

 

하지만.. 뒤돌아보니..

저 역시 살아 오면서..  

그 누구보다도 위안을 받으며 제 자신을 달랜 대상이 있었더군요.

그 분은.. 바로.. ’예수님’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전 때때로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내가 아무리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해도.. 예수님처럼 은화 몇 푼에 제자에게 배반을 당한 것도 아니고..

내가 비록 억울한 일을 당했다 해도.. 예수님처럼 정의로운 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에게 참소를 받은 것도 아니고..

내가 아무리 나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해도 곰곰히 돌이켜보면 어느 정도 내 허물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예수님께선 무죄함 그 자체이시고..

내가 아무리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예수님의 수난에는 비할 바 못 되고..

 

뭘로 따져보나 게임이 안 되더군요.

결국 예수님께선 제가 절망하지 않도록 온 몸으로 제게 위안을 주신 분이셨습니다.

나를 보아라.. 아무렴 네가 나보다 더 억울하게 고통받았겠니.. 돌처럼 굳은 마음을 돌리고.. 나를 닮으렴..

이렇게 따뜻한 눈으로 저를 위로해주셨던 것이지요.

 

가끔 전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 사람을 사랑하시는 만큼 고통을 주신다..

이 말.. 전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건 아마 고통 속에 있던 어떤 사람이 자신을 스스로 위안하기 위해 지어낸 말일 거다..

이런 생각 밖에 안 들었거든요..

사람들은 그 고통 중에서 무언가 얻는 것이 있을 거라고 말들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체 현재의 고통이 나에게 무슨 도움을 주는지 도통 모르겠고...

게다가 그런 고통을 겪지 않고도 무언가 얻어야 할 것이 있다면 평안한 가운데서도 얼마든지 충분히 얻고도 남을 것 같았구요.

 

근데..

시간이 흐를 수록..

뭔가 얻은 것이 있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이제까지 실패없이 승승장구하며 인생을 멋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면..

아마 지금 제 모습은 많은 부분 달라져 있을 테지요..

속된 성공에 의기양양해서 얼마나 자만하고 있었을까하는 생각에 미치면 아찔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났다..라는 생각은 안 하거든요.

아니,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죠.

그러니 이것만 해도 어디입니까..

제가 겪는 여러 고통들이.. 결국은 예수님을 느끼고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훌륭한 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정말 마음먹고 가만히 앉아서 한 두 시간 생각해 봐야 겨우 느껴지는 겁니다.

평소에는 어림도 없구요.

일상의 제 생활을 돌이켜보면...

하도 호들갑과 엄살이 심해서..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기는커녕..

’예수님은 십자가에 붙어서 돌아가셨다’고 했던 어린애보다도 못한 깜냥으로..

어? 예수님이 무병장수하시다가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여 노환으로 돌아가신 것 아니었어..? 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이러고 있는 꼴과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입으로만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이라는 말만 되뇌었었지..

사실 전 어지간해선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억울하고 가장 불행한 사람인양..

그렇게 제 상처 안으로만 침잠하려 했구요.

 

난 왜 이렇게 참을성도 없고, 조급하고, 쉽게 절망하는 걸까..

내 상처만 들여다보고.. 그 상처에 집착하고..

그렇게 사는 모습이 많이 우스웠습니다.

산다는 건.. 모두에게 어려운 일인데 말이죠.

 

아무리 힘든 세상살이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나’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웠던 삶을 사셨던 한 ’인간’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 분에게서 마음껏 위안 받으며 마음을 다잡고.. 그렇게 살 수 있구요.

신발끈 고쳐 묶고, 주먹 한번 다시 쥐고..

그렇게 다시 시작하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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