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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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묵주 이야기] 115. 주님께 올리는 기도 분향 같게 하옵시고/김용준 바실리오(서울대교구 도봉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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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15-03-14 ㅣ No.84199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목영성
[나의 묵주 이야기] 115. 주님께 올리는 기도 분향 같게 하옵시고
김용준 바실리오(서울대교구 도봉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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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바실리오(서울대교구 도봉동본당)



솔직히 고백하지만, 주모경만 암기했지 묵주기도도 책 없으면 진전이 안 되는 나다.

그래서 수첩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특히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나로서는 좋은 기회다.

7호선 도봉산역에서 아침에 타면 시발역이니까 항상 좌석이 비어 있다.

건대입구역까지 30분이 소요되니 묵주기도 하기에 안성맞춤인 시간이다.

지그시 눈을 감고 묵주알을 당긴다. 때로는 졸기도 하고,

아예 잠이 들기도 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침대 머리맡에 꾸르실료 수첩을 놔두고 조만과(早晩課,

아침·저녁 기도)를 바친다. 전에는 침대에 가면 벌러덩 누워서 잠을 청하는 게

기본이었지만, 막상 기도를 시작해 보니 오히려 기도를 안 하면 마치 친구

애경사에 기회를 놓쳐 부조를 못 하고 있다가 후일 그 친구를 만났을 때

뒤통수가 간지러운 것 같이 온종일 마음이 찜찜하다. 반대로 기도를 하고 나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선생님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칭찬을 해 주실 때처럼 기분이 좋다. 아마도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성령의 은총이 아닐까 생각된다.

2013년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해였다. 신앙적으로 교황님이 반포하신

‘신앙의 해’이면서 개인적으로는 안젤라와 결혼 40년이 되는 특별한 해이기도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두 대사(大事)의 최대공약수로 뽑은 것이 ‘안바 전국 성지순례

프로젝트’(‘안바’는 ‘안젤라와 바실리오의’ 약칭)다.

2012년 10월 21일 순교자현양회에서 매월 실시하는 ‘전국 1일 성지순례’로

은이 성지에서 삼덕고개를 넘어 미리내 성지까지 도보순례 후 첫 번째 순례 확인

도장을 받았으며, 그 이후로 주말에 꾸준히 다녔다. 시간 관계상 십자가의 길

기도를 드린 성지는 열 손가락이 겨우 넘지만, 차로 이동 중이거나

숙소(5박 6일, 4박 5일, 3박 4일 순례 시)에서는 안젤라와 함께 묵주기도를 바쳤다.

나와 안젤라는 2013년 11월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장 옥현진 주교님으로부터

197번과 198번째 완주자로 축복장을 받기도 했다.

몇 년 전 울뜨레야 회합에서 “전(前) 간사가 투병 중이니 9일기도를 바치자”고 한다.

그런데 논의 과정에서 ‘27일’이니, ‘54일’이니 하며 시작 날짜를 정하고,

각자 집에서 바치라고 한다. 한 형제는 아들의 수능을 앞두고 바쳤다느니,

딸의 취업을 위해 바쳤다고도 한다. 나는 “도대체 무슨 얘기들을 하는 거야?

‘9일기도’라면서 27일은 뭐고, 54일은 또 뭐야? 감사기도까지 바친다고?”

기도를 시작하기도 전에 감사기도는 무슨 말인지. 창피해서 질문도 못 하고

‘아는 체’ 가만히 듣기만 했다.

집에 오자마자 9일기도 책을 폈다. 이 기도는 자매님들의 전용(?) 기도인 줄만 알았다. 책을 펴 놓고 아내의 설명을 들으니 이제 이해가 된다.

아이고, 이 삼식이 같으니라고! 당장 그날부터 촛불을 켜고, 책을 보며

그 형제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는 지향으로 9일기도를 시작했다.

수첩을 보던 묵주기도에서 지금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지하철에서 매일미사를 들은 다음, 지그시 눈을 감고 십자가의 길을 바치면

45분이 지나고 사무실 근처에 도착한다. 아침에 성당에 가지는 못하지만

매일 미사는 이렇게 참례한다.

일과를 마무리하는 나는 오늘도 성모님 앞에 촛불을 밝히고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주님께 올리는 기도 분향 같게 하옵시고, 쳐든 손 저녁 제사 같게 하시옵소서. 아멘.”

※‘나의 묵주이야기’에 실릴 원고를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8매 분량으로

연락처와 함께 3D3Dpbc21@pbc.co.kr">3Dpbc21@pbc.co.kr">3Dpbc21@pbc.co.kr">pbc21@pbc.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채택된 원고에 대해서는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문의 : 02-2270-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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