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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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묵주이야기] 129. “나를 위해 54일 기도를 바치신다니/이해영 클라라(서울대교구 망우1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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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15-06-26 ㅣ No.85070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나의 묵주이야기] 129. “나를 위해 54일 기도를 바치신다니…”

이해영 클라라(서울대교구 망우1동본당 평화신문 

이해영 클라라(서울대교구 망우1동본당)

묵주기도에 대한 첫 기억은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어머니께서는 무릎을 꿇게 하여 반강제적으로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게 하셨다. 아무 감흥 없이 반복되는 성모송, 시간이 지날수록

무릎 꿇은 다리에는 쥐가 났고 그 기도 시간이 전혀 평화롭지도 은혜롭지도 않았다.

아마도 그 시기에 우리 집안에는 여러가지 말 못할 상황들이 뒤얽혀 있어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게 묵주기도를 강요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 기억 때문인지 나는 성당에 다니면서도 성가대와 몇몇 단체 활동을 했지만

성모님과 묵주기도 신심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청년이 되어서 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에도

캠프나 성모의 밤 행사 외에 묵주를 손에 쥔 기억이 없으니 속된 말로 날라리 신자였다.

다행일까? 지금의 남편인 나의 결혼 상대는 유아 세례를 받은 가톨릭 집안의 자제여서

축복 속에 혼인성사도 받고 성가정을 이루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막상 결혼하니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았고 기도 생활이 습관이 안 된 나는

금세 지쳐버렸다. 우울증도 오고 미사도 점점 빠지면서 급기야 냉담을 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임신했다. 엄마가 된다는 설렘과 동시에 뱃속에 아기를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났다.

왠지 잘 키울 자신도 없었고, 이런저런 두려움에 휩싸이던 중 성모상에 걸려 있던

묵주가 눈에 들어왔다. 하늘색 묵주기도 책을 펼치고 묵주 한알 한알을 굴리며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중1 때 반강제적으로 바친 이후 자발적으로는 처음이었다.

그즈음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구역의 반장님이시라며 나를 위해 54일 기도를 바치시겠다고,

부담 갖지 말고 정해진 시간에 기억만 하라고 하셨다. 아무리 신자이지만 모르는 분이

나를 위해 정성껏 기도해주신다니 마음이 울컥 일었다.

54일이 채 안 되어 감사의 기도가 끝날 무렵 우리 가족은 다시 성당에 나갔고

태어난 아기도 세례를 받았다. 그 아기가 자라서 지금은 복사도 서고 반주도 한다.

아이를 통해 묵주기도를 다시 하게 해주신 주님과 성모님께 감사드린다.

중1 때 억지로 드리던 묵주기도의 기억은 지금 내게 첫사랑 같은 추억이 되었다.

알지도 못하던 반장님의 정성된 묵주기도 선물 덕분에 이제는 나도 누군가를 위해

매일 묵주기도 선물을 보낸다. 길 가다 마주친 힘든 상황의 이웃을 위해,

뉴스에 나오는 절박한 누군가를 위해서도 묵주기도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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