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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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다윈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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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avis96] 쪽지 캡슐

1998-11-06 ㅣ No.109

너희가 다윈을 아느냐?

 

 고등학교 때, 생물 선생님은 아주 독특한 숙제를 내 주시는 분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다윈의 진화론을 다음시간에 배우게 되면 몇몇 친구들을 뽑아 '다윈'이라는 한 인간의 생애을 조사해 오라는 숙제였습니다. 다윈에 관한 숙제는 제가 했었는데, 그 당시 함께 조사를 하는 친구중에서 공부를 무척이나 잘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그 숙제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안그래도 공부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이런 숙제까지 하려니 짜증이 난다는 이야기였죠.

 입시가 신이 되어버리는 그 시절, 그 친구의 짜증스러움도 이해가 갔죠. 여하튼 그 숙제를 발표하고 저는 그래도 다윈이라는 과학자의 인생이 얼마나 서글픈지 알 수 있었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그 학자의 이론은 죽는 날까지도 인정을 받지 못 했고, 그의 아내마저도 그의 이론을 사탄에 씌인 증거라고 했죠.

 여하튼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3년 정도만에 겨우 혈액형 구분정도만 할 수 있는 과학지식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다윈이라는 그 과학자의 인생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 숙제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이 터져나오자,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과학은 한 인간의 천재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인생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려면 과학자의 생애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단다. 이렇게요.

 

 오늘 복음도 좀 어리둥절합니다. 약삭바르게 양심을 져버린 청지기의 비유에서 오히려 그 청지기의 행동을 칭찬(?)하십니다. 어쩌면 제가 복음을 묵상하는 작업에서 늘 입맛에 맞는 복음이길 바라고, 그렇지 않으면 꼼짝도 못 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어쩌면 저는 '진화론'이 중요할 뿐, '다윈'은 그저 객체로만 바라보았었나 봅니다.

 복음을 대할때도 그 비유자체나 말씀이 중요했을 뿐, 예수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보려 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예수님이 왜 청지기를 칭찬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니, 그의 민첩한 행동에 대한 칭찬이었던 듯 합니다. 너무 느려 터져서 자기에게 닥칠 위기에도 아랑곳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가 아닐런지요.

 

 오늘 어쩌면 예수님은 한 학교의 생물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너희가 다윈을 아느냐?'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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