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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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던 아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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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2-11 ㅣ No.3254

2월 12일 설 대축일-루가 12장 35-40절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 놓고 준비하고 있어라. 마치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문득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되어라."

 

 

<설마했던 아이들이>

 

설을 맞이하여 마땅히 갈곳이 없는 아이들과 재미있게 휴가를 지내고 있습니다. 담당 수사님은 길다면 긴 이번 휴가 동안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재미있게 해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러 집을 나서 조별 도봉산 등반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소풍은 아이들에게는 소풍이지만 저희들에게는 하나의 전쟁입니다. 어딜 가나, 어느 순간에도 늘 머릿수를 확인해야만 합니다. 출발하는 순간부터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잠시도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설마했던 아이들이 잠깐 한눈 파는 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유유히 사라져버린 체험들을 수도 없이 했던 저였기에 언제나 제 눈 앞에 정확한 아이들의 숫자가 확인되야 안심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화장실까지 아이들과 같이 가는 바람에 몇몇 아이들이 볼멘 소리를 하였습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과 들렀던 PC방에서도 저는 입구쪽 자리에 앉아 아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확인하느라 목이 다 뻣뻣해졌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준비하고 깨어있으라"고 당부하고 계십니다. 준비한다는 것, 깨어있다는 것 참으로 피곤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깨어있다는 말은 언제나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말입니다. 깨어있다는 말은 5분 대기조처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상황 앞에서 언제나 출동할 수 있도록 모든 군장을 갖추고 기다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품질좋은 한 아이, 가능성으로 충만했던 한 아이"를 눈앞에서 놓쳐버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의 허탈함이나 배신감은 참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한 교육자가 아이들을 위해 언제나 깨어있을 때, 한 교육자가 잠시도 방심하지 않고 아이들 사이에서 철저하게 현존할 때, 아이들에게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얼마나 지대한 것인지 모릅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러한 모습들이 아이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갈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런 순간 아이들은 우리의 울타리 안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음을 체험하게 되고 안심합니다.

 

부모나 교육자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해볼수 있겠습니까? 그 확인은 부모나 교육자가 아이들 사이에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랜 시간 현존하는가? 얼마나 아이들 사이에 깨어 있는가? 하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부모나 교육자는 돈이나 피자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이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려는 노력입니다. 함께 할 때 아이들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심을 지닐 수 있습니다. 함께 할 때 아이들에 대한 측은함과 연민을 지닐 수가 있습니다. 함께 할 때 아이들을 구원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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