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탁구공이 되신 예수님

스크랩 인쇄

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3-27 ㅣ No.3453

3월 27일 성주간 수요일-마태오 26장 14-25절

 

<그 때에 열두 제자의 하나인 가리옷 사람 유다가 대사제들에게 가서 "내가 당신들에게 예수를 넘겨주면 그 값으로 얼마를 주겠소?"하자 그들은 은전 서른 닢을 내주었다. 그때부터 유다는 예수를 넘겨 줄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탁구공이 되신 예수님>

 

조서를 꾸미는 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범죄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는 바람에 그간 잘 생활해왔던 한 아이가 형사들에 의해 다시 경찰서로 연행되어 갔습니다.

 

좀 엉뚱한 면이 있었지만 듬직한 체구에 나름대로 성실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던 아이여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형사들이 타고 온 차 뒷좌석에 앉아 계속 뒤를 쳐다보던 아이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한동안 찹찹했습니다.

 

그 아이가 "추가가 떠서" 끌려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아이들의 반응이 참으로 기특했습니다. 틈만 나면 아이들은 잔뜩 걱정스런 얼굴로 "제발 다시 데려오세요!", "언제 면회가실 때 저 좀 꼭 데려가 주세요"하고 야단들입니다.

 

저희 아이들이 참으로 의리 있고 정이 깊은 아이들이란 것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저희 아이들 정말 의리 빼면 시체인 아이들입니다. 범죄 현장에서 공범은 줄행랑을 놓고 혼자만 끌려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형사 앞에 앉으면 대체로 겪는 일련의 과정이 있습니다.

 

"불어! 했어, 안했어? 이 건도 네가 한거지? 공범 이름만 대! 그럼 너는 훈방조치시켜줄테니!"

 

의리 빼면 시체인 아이는 끝까지 친구의 이름을 대지 않았습니다. 혼자 죄를 뒤집어쓰고 검찰로 송치되었고, 저희 집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결코 친구의 이름을 넘겨주지 않았습니다.

 

오늘 복음은 배신자 유다가 예수님을 악의 세력에 넘겨주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성서 원문이 사용된 언어에 따르면 "배신자"란 단어는 "넘겨주다"라는 동사와 어원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유다는 예수님을 대사제에게 넘겨줍니다. 대사제는 또 예수님을 총독에게로 넘깁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또 다시 분노한 군중들의 손으로, 로마 군사의 손으로 계속 넘어갑니다.

 

마치 탁구공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겨지십니다. 넘겨질 때마다 받으셨던 수모와 배신감, 비참함, 계속되는 폭력에 예수님은 산산이 부서지셨습니다.

 

우리에게 넘겨지는 한 이웃, 특히 우리에게 부담감을 안겨주고, 우리의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한 이웃을 귀찮다고 외면할 때, 우리는 어떤 면에서 또 다른 "넘겨주는 사람", 또 다른 "배신자", 또 다른 "유다가 되고 말 것입니다.



2,142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