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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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4-25 ㅣ No.3608

4월 26일 부활 제 4주간 금요일-요한 복음 14장 1-6절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길>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사제서품을 위한 마지막 신학과정을 밟고있던 저는 신학생들을 위한 여름 세미나의 운전기사로 봉사하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서울서 모시고 온 강사 신부님께서 또 다른 강의 때문에 급히 서울로 올라가셔야 했습니다. 너무도 시간이 촉박하셨던 신부님께서는 직접 운전을 하시겠다고 하셔서 저는 조수석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신부님께서 마음만 급하셨지 저보다도 더 길눈이 어두우셨습니다. 태안을 지나고 서산까지는 잘 왔습니다. 그러나 서산 시내를 통과하면서 표지판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기에 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사거리 신호등 앞에서 신부님은 "어느 쪽이 서울 방면이지?" 하고 제게 물으셨습니다. "아마 이쪽인 것 같은데요"하고 대답하는 제게 신부님은 "무슨 대답이 그래? 이쪽이면 이쪽이고 저쪽이면 저쪽이지 이쪽인 것 같은데요가 뭐야"하면서 제가 지시한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미심쩍은 눈초리로 "이쪽이 확실해?"하고 계속 물으셨습니다.

 

길이 올 때하고 뭔가 다른 것 같아 이상하기도 했지만 은근히 부화가 오른 저는 "맞다니까요? 신부님은 왜 그렇게 의심이 많으세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한편으로는 혹시라도 이 길이 아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스팔트 길이 끊어지고 비포장 도로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좀 더 들어가니 파도소리가 들리고 길이 끝났는데, 길이 끝나는 어귀에 "대호 방조제 공사 현장"이란 큰 입간판이 서있었습니다.

 

알찬 여행을 하는데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사람이 가이드입니다. 그는 세밀하게 여행계획을 수립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여행지에 대한 사전 정보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곳의 지리나 기후, 가 볼만한 장소에 대한 지식은 가이드에게 있어서 갖춰야할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가이드가 지리도 잘 몰라서 순전히 느낌만으로, 아니면 그때그때 길을 물어가면서 안내를 한다면 여행자들이 얼마나 피곤하고 짜증이 나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여정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안내자는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의무적으로 쳐다보고 따라 가야할 이정표임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우리 앞에 펼쳐질 우리의 인생길을 걸어가다 보면 숱한 갈림길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때 우리가 바라볼 사람은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그분의 삶, 그분께서 선택한 기준, 그분의 인생관을 우리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나?" 갈등을 느낄 때마다 우리는 복음서를 펼쳐야 할 것입니다. 때로 우리가 직면하게될 애매모호한 상황 앞에서는 그분께서 우리에게 남겨주신 가장 소중한 유산인 복음적 기준에 따라 길을 선택하고 복음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삶을 통해 보여주신 진리요 생명의 길은 다름 아닌 희생의 길,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 죽음의 길임을, 그러나 그 길만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인도하는 축복의 길임을 기억하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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