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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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날 때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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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모 [kanghmo7] 쪽지 캡슐

2012-06-14 ㅣ No.71102


 

 


 

          “먼저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오늘 주님의 말씀과

          반대되는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지만
          저는 형제와 싸웠더라도 그리고
          아직도 미움과 분노가 태산 같더라도
          주님 앞에 나아가 기도하라고 합니다.

          그를 위해서 기도하라는 뜻이 아니고
          그와 화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라는 뜻도 아닙니다.

          그렇게 기도할 수 있다면 너무도 좋겠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미움과 분노가 태산 같으면 그럴 수 없고,
          그럴 수 없는 상태에서 주님 앞에 나가는 것이 면목 없어
          동생을 죽인 카인처럼 슬슬 하느님을 피하게 됩니다.
          그러니 이웃과 화해를 하고 하느님께 가야 한다면
          영영 못 가게 될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분노와 미움이 태산 같더라도
          그래서 카인처럼

          그 놈을 때려죽이고 싶을 지라도 기도하러 가라.
          가서 하느님께 그 놈 나쁜 놈이고,

          때려죽일 놈이라고 고자질하고
          화가 풀릴 때까지 마음껏 욕하고 흉보라고.
          그렇게 하여 혹 화가 풀리고 그래서
          하느님 말씀 들을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하느님 말씀도 들으라고.

          이것이 제가 얘기하는 화날 때의 기도입니다.
          기도에 대한 저의 지론은 언제나 기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내 안에 사랑이 가득하고

          찬미가 저절로 나와야만 기도하는 게 아니라
          화가 나고 그래서 저주밖에 나올 것이 없어도
          그 저주를 하느님께서 내려주십사고 청하면

          그것도 기도입니다.

          시편을 보면 저주의 기도가 있는데,
          저주를 내가 직접 퍼붓는 게 아니라

          하느님께 기도로 청하고,
          누구를 욕하거나 흉보고 싶을 때에도
          하느님 앞에서 욕하고 흉보면 기도가 됩니다.
          그에게 직접 욕하거나 다른 사람을 찾아가 흉보는 것보다
          이것이 더 낫고 기도가 되니 좋지 않겠습니까?

          이게 저의 생각이니

          화해하고 예물을 드리라는 주님 말씀이
          너무도 지당한 말씀이기는 하지만

          토를 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화해를 할 수 있기 위해서 그러니까 화해의 전 단계로서
          하느님 앞에 나아가 화풀이 기도를 해야 합니다.

          화풀이는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화는 반드시 풀어야 하는데,

          화풀이는 그 화를 푸는 행위입니다.
          화를 풀지 못하고 혼자 꿍꿍 하는 사람이 있고,
          화를 당사자에게 무식하게 풀거나
          엉뚱하게 다른 사람에게 푸는 사람도 있는데
          화풀이를 하느님 앞에서

          그리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것이 최고이고,
          그것이 곧 기도이고 굿으로 치면 살풀이입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복음에서 눈여겨 볼만한 표현이 있습니다.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라는 표현입니다.
          미움과 분노 가운데서도 일단 주님 앞에 간 겁니다.
          그렇지만 하느님께 참된 예물이 되려면
          형제와 먼저 화해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하느님께로부터 물러나 형제를 찾아가는 겁니다.
          얼마 전까지 “바보”, “멍청이”라고 한 사람을,
          우리말로 아주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개새끼”라고 해야 할 사람을
          이제 형제로 받아들이기로 하며 찾아가는 겁니다.
          개의 새끼가 아니라

          하느님의 새끼이고 그래서 나의 형제인 그를
          화풀이 기도 안에서 받아들이고

          하느님 앞에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제 떳떳합니다.
          아버지가 원하는 화해를

          형제간에 해서 떳떳하고
          혼자 가지 않고 형제가 같이

          아버지 앞에 가서 떳떳하고 행복합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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