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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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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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4-03-09 ㅣ No.6629

3월 10일 사순 제2주간 수요일-마태오 20장 17-28절

 

"너희가 청하는 것이 무엇인지나 알고 있느냐?"

 

 

<무늬만 제자>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는 스승 예수님의 비애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을 너무도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우리 와 똑 같은 모습을 지니시고, 인간 세상 한 가운데로 뛰어드신 하느님, 그 하느님께서 이제 짧고도 아쉬운 공생활기간을 마치고 아버지의 뜻을 최종적으로 성취하기 위해 자신이 묻힐 자리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가십니다.

 

하느님인 동시에 철저한 인간이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너무도 끔찍한 길, 죽어도 가기 싫은 길, 그러나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길이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하는 예루살렘을 향한 오르막길에서 인간 예수님께서 느끼셨던 번민과 공포, 두려움과 슬픔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인간 예수님께서 느끼셨던 내적 갈등이 얼마나 컸었던가는 다음과 같은 예수님의 기도를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 피할 수만 있다면 이 고난의 쓴잔을 제게서 멀리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우리와 달리 예수님께서는 한마디 덧붙이십니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십시오."

 

예수님 자신은 이제 서서히 진정 가기 싫은 길, 고통의 가시밭길로 접어들고 있는데...제자들은 "물 좋은 자리" "목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스승께서 뼈를 깎는 고통 가운데 밤잠도 제대로 못 이루고 번민 중인데 제자들의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거리, 그래서 힐끔힐끔 쳐다보는 길에서, 가끔씩 무슨 말들을 하나 엿듣는 공공연한 장소인 길 한가운데서 "누가 높은가"를 두고 멱살을 잡고 싸웁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어머니까지 가세해서 자신의 아들들을 물 좋은 자리에 앉혀달라고 인사청탁을 합니다.

 

십자가를 지고 감을 통한 고통의 수용이나 낮은 자리에서의 봉사, 사랑의 실천은 뒷전이고 오로지 물 좋은 자리, 첫째 자리에 목숨을 건 제자들의 모습을 예수님께서는 슬픈 눈으로 바라보십니다.

 

무늬만 제자이지, 뭔지도 모르고 그저 한자리 차지하려고 우르르 예수님의 뒤를 따라다녔던 제자들, 그들이 예수님의 속사정을 알 리가 만무했습니다.

 

이제 "그날"이 멀지 않았는데, 아직도 갈 길이 먼 제자들을 바라보시던 예수님의 마음은 안타까움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무늬만 제자들이었지 아직 진정한 제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역시 십자가나 고통을 끝까지 수용하지 않는다면 무늬만 제자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우리 역시 그럴듯한 것들, 때깔나는 것들에만 몰두한다면, 기적이나 특별한 것만 쫓아다닌다면 무늬만 제자임이 분명합니다.

 

우리 역시 자기희생이나 헌신, 봉사, 귀찮고 사소한 뒷바라지에는 관심이 없고 윗자리, 물 좋은 자리에만 연연한다면 무늬만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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