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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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비 오는 날, 참새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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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 [maria3731] 쪽지 캡슐

2005-10-17 ㅣ No.12925

가을비가 내리는 날, 자동차 바퀴옆에서

작은 몸이 젖어 오들오들 떨고 있는 작은 참새를 발견했습니다.

부리 옆이 노랑색인 걸 보니 갓 날아오른 아기였습니다.

모든 걸 포기한 듯 내 손에 안긴 아기참새의

따뜻한 온기와 심장 두근거림을 잊을 수 없습니다.

체온을 올려줘야 날아갈 수 있다는데

마땅한 방법은 없고

생각 끝에

양호실에 있는 자외선 컵 살균소독기에 참새를 넣었습니다.

컵을 꺼내면 따뜻하던 기억이 나서입니다.

그러고 갑자기 교감선생님이 호출하는 바람에

삼십여 분, 교무실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다

그만 소스라쳤습니다.

소독기 안의 참새!

황급히 소독기를 열어보니

이번에는 참새가 부리를 잔뜩 벌리고 혀를 내민 채

헥헥거리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젖었던 털이 여기저기 엉겨붙은 채 말라서

날 바라보는 그 눈빛이란...ㅠ.ㅠ

어쨌든 온몸 살균은 되었겠구나, 이러면서

털을 다시 보송하고 예쁘게 다듬어 준 뒤

창 밖으로 날려 보내주었습니다.

참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어떤 경험이 남았을까요..

따뜻한 사람의 손길?

아니면 끔찍고 캄캄한 열구덩이?

아무튼

비슷한 참새의 기억이 나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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