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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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 일하시는 하느님 ....... 김상조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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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자 [kkjd] 쪽지 캡슐

2010-07-25 ㅣ No.57551

 
 
 
지난주일 복음에서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했다고,
아무에게도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늘 복음은 지난주일 복음 바로 다음에 나오는 말씀이다.
 
마리아가 택한 좋은 몫에 버금가는 것,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몫이 바로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이다.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신 다음 곧 이어서 또 다른 좋은 몫을 가르쳐주신다.
청하고 찾고 문을 두드리면 모두 다 이룰 것이란 약속을 믿는 것이 그것이다.
 
일을 이루는 것은 우리가 아닌 것을 알게 해주는 말씀들이다.
기도하는 목적대로, 소원하는 대로 무언가를 찾고, 누군가의 문을 두드리는,
이 모든 일들이 우리가 하는 것들이지만 그것을 이루시는 분은 하느님이신 것을 가리키는 말씀들이다.
 
하느님께 청하는 사람이라면 바른 것을 청해야 할 것이고,
내가 간절히 찾는 것을 하느님께서 구해주신다면 우리가 찾는 그것이 탐욕의 대상이 될 순 없을 것이고,
누구든지 하늘나라 문이 열리기를 기대하지 지옥문이 열리길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느님은 무엇이든지 다 주실 것이다.
단, 결코 우리를 멸망으로 이끄는 것을 주시진 않을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 스스로 멸망에 이르는 것을 청해서는 어떤 것도 얻을 도리가 없다는 말이 된다.
 
오늘 복음 첫 구절, “예수님께서 어떤 곳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예수님께서 어떤 구체적인 장소에서 기도하고 계시는데
제자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다.
그 때 그분이 바치신 기도의 내용도 어쩌면 그분이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에 다 포함될 것이다.
더군다나 그 기도의 내용도 결국엔 하느님 자신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청하는 모든 것을 다 이루어주실 수 있는 하느님을 청하는 것이
우리가 바치는 기도의 핵심내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바치는 모든 기도가 우리 자신의 필요를 청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고 우리를 아끼시는 그분 마음을 청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나친 사욕이나 사심을 품고 청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청하는 기도는 반드시 들어질 수밖에 없고,
반드시 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들만 청해야 하는 것도 우리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무엇이든지 청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다 들어주실 것이란 뜻으로
들려주신 비유에 나오는 친구는 여행 중에 찾아온 친구다.
우리 모두 하늘 나라를 향한 여정중에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유에 나오는 친구나 여러분이나 나, 심지어 예수님조차도 하늘나라를 향한 여행중인 사람들이다.
그 여행이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하늘나라를 가기 위한 인생여정이다.
누군가와 대화중에 “스페인 여행을 한 달 다녀오나, 두 달 다녀오나 무슨 상관이겠어요” 한 것이 생각난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기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선생님이 청하는 기도는 무엇이든지 들어주시겠지’
그렇게 해서 가르쳐주신 기도가 주님의 기도라면,
주님의 기도는 무조건 들어주시는 기도다.
간혹, 교우분들이 주님의 기도를 무성의하게 바친 것 같다고 자책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성을 들여서 바치는 것도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기도는 정성을 들이든 못 들이든,
졸면서 하든 누워서 하든, 하품하면서 하든 하등의 상관없이 글자 그대로 다 이루어지는 기도다.
자책할 것이 없다.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신 다음, 어떤 것이든지 끊임없이 청하라는 뜻으로 한밤중에 찾아온 친구를 예로 들어주셨다.
그러면서 우리도 그렇게 하느님이 질리도록, 지쳐버리시도록 청하라고 하신다.
얼마나 고마운 말씀인가!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하지만 비유에 나오는 친구가 청한 것이 빵 3개였단 것도 주목해야 한다.
맛있는 빵, 값비싼 빵, 많은 빵이 아니었다.
우리가 청해야 할 것이나, 청한 다음 기대할 것도 대단한 것이 아니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하느님은 아주 더디게 일하시는 분”이란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하느님은 참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 곧 성령을 주시고자 하는데
정작 우리는 그보다 나쁜 것을 원하기 일쑤고,
그런 우리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주 아주 더디기 때문일 것이다.
뭐든지 빨리 빨리 하면서도 참으로 필요한 것 한 가지,
회개가 참으로 더디기 때문에 우리의 청이 더디 이루어지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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