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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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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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ayo98060] 쪽지 캡슐

2011-04-30 ㅣ No.64077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4월 30일 부활 팔일 축제 내 토요일
 

 
 He appeared to them
and rebuked them for their unbelief and hardness of heart
He said to them, “Go into the whole world
and proclaim the Gospel to every creature.”
(Mk.16.14,15)
 
 
 
제1독서 사도행전 4,13-21
복음 마르코 16,9-15
 
어제 저녁 우연히 달력을 보게 되었습니다. 벌써 4월의 마지막 날이더군요. 새로운 5월을 힘차게 맞이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그리고 그 다짐의 일환으로 오랜만에 서랍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작년 교구청으로 온 뒤로 단 한 번도 서랍 정리를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정리하던 중에 아주 오래된 사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신학과 합격 소식만 듣고 선배님들과 함께 등산을 가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는 순간, 그때의 시간들이 떠올려집니다. 난생 처음으로 힘들게 오르던 점봉산 겨울 등산. 산길이 너무나도 미끄러워서 계속해서 엉덩방아를 찧던 일, 산 정상에서 선배들과 함께 성가를 부르던 일, 함께 식사를 해 먹으면서 나누었던 이야기…….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인데도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떠올려집니다.

또한 사진 속에 담겨 있는 동료, 선배들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신부가 된 사람도 있고, 다른 성소를 찾아서 열심히 생활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 사진을 찍어 준 사람이 누구였지?’라는 사실이 궁금해졌습니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분명 이 사진 속의 나를 찍어주었던 사람이 있었겠지요. 제가 이 사진을 보면서 추억을 떠올리고 새로운 기쁨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준, 고마운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 사진 속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기에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게 또 다른 기쁨을 가져다 준 고마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이 존재하게끔 셔터를 누르는 가장 중요한 일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누군가가 분명하게 있었겠지만, 저는 그를 기억하기 보다는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만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랜 사진을 보며, 내 눈에 보이는 사람만이 고마움의 대상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내 눈에 보이는 사람, 나에게 직접적인 어떤 도움을 주는 사람만이 고마움의 대상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에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제자들은 마라아 막달레나로부터 예수님 부활 소식을 처음으로 접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믿지 않습니다. 다음으로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로부터도 부활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에 대해서도 믿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믿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의 눈으로는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눈으로 예수님 부활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완고하게 굳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제자들의 불신은 예수님을 꾸중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는 어린왕자의 말처럼, 우리 역시 내 삶 안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보이지 않는 주님을 가슴 깊이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굳은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믿음은 보이는 것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는 영혼의 용기다(윌리엄 뉴턴 클라크).




사진을 찍어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


선배님들과 함께 했던 점봉산 겨울산행

그토록 사진을 많이 보면서도 내 사진을 찍어준 그 손길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음을 반성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내 삶 안에서 얼마나 많은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보살핌이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보이는 것에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지냈던 시간들……. 하지만 보이지 않지만 내 삶을 이루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많이 소홀했었습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그 손길에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더불어 나 역시 그 보이지 않는 손길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Little Comf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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