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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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2월 6일 목요일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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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4-02-06 ㅣ No.87083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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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목요일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R) - 마르 6,7-13

 

 

"예수님께서 그들을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은총과 축복의 시대, 제2의 프란치스코 시대>

 

 

수도원 들어와서 참으로 멋있는 선배 회원을 봤습니다. 당신께 들어오는 좋은 선물들은 모조리 후배들이나 필요한 분들에게 나눠주십니다. 당신은 늘 허름한 옷을 입고 다닙니다. 그 선배 신부님이 인사발령이 나서 떠나실 때였습니다. 다들 수도원 마당에 모여서 인사를 드리는데 이삿짐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이구동성으로 “짐이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달랑 손가방 두 개가 전부였습니다. 그걸 손수 양손에 들고 버스로 그렇게 떠나가셨습니다. 뒤도 돌아다보지 않고 홀연히 떠나가는 뒷모습이 얼마나 멋있어 보였는지 모릅니다.

 

 아무리 청빈을 약속한 수도자라 할지라도 살다보면 이것저것 물건들이 쌓이게 되더군요. 당연히 쌓아놓은 물건에 마음이 쓰이기 되고 부자연스러워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실상을 잘 알고 있기에 저도 한번 노력해봤습니다.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할 때였습니다. 당시 제가 갖고 있던 재산목록 1호는 큼지막한 노트북이었습니다. 아까웠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온 신학생에게 과감하게 선물로 줘버렸습니다. 2호는 용돈 아끼고 아껴서 산 CD 플레이어였습니다. 제방에 올 때 마다 호시탐탐 군침을 흘리던 남미 친구에게 줘버렸습니다. 3호는 한국에서 가져간 장백의(수녀님들이 한 땀 한 땀 기도로 만든)였는데, 좋아보였던지 졸라대는 친구 신부에게 줘버렸습니다.

 

 그렇게 한 가지 한 가지 생필품들을 정리하다보니 결국 완전 정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여권만 달랑 가지고 그냥 홀몸으로 공항으로 가는데...지금도 그때의 그 홀가분한 느낌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또 얼마나 상쾌하던지요.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나니 마음 깊숙한 곳에서 딴 생각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열정이 마구 샘솟아 올랐습니다.

 

 전도 여행길을 떠나가는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께서 왜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 것이며,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신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복음 선포를 향한 열정을 반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뒷주머니 지갑에 지폐가 두둑할수록 하느님 섭리를 향한 믿음은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늘 비우는 노력, 버리는 노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어쩌면 제2의 프란치스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교황님의 등장으로 800년 만에 제2의 청빈 운동, 제2의 교회 쇄신 운동을 우리 눈으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큰 은총이요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황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모범 이제 우리 각자가 생활 가운데서 구체화시킬 순간입니다. 그간 우리 사회는 천박한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경제 지상주의로 인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으며 큰 고통을 겪어왔습니까?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앞에 보여줘야 할 순간입니다. 청빈한 삶도 중요하지만 청빈하게 산 결실을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과 아낌없이 나누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그래서 홀로 쓸쓸이 죽어가던 이웃들이 “아, 그래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구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함께 걸어가려는 노력이 정말 필요합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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