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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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의 유통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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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sharptjfwl] 쪽지 캡슐

2002-03-08 ㅣ No.5802

 

 

늦은 밤, 한 청년이 24시간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행색이 지저분하고 몸에서는 냄새가 나는 청년이었다. 편의점에는 노인이 혼자 계산대를 지키고 있었다.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노인의 표정을 뒤로 하고 청년은 빵 진열대 쪽으로 성큼 걸어갔다. 노인의 시선을 받으며 청년은 빵을 하나씩 들고 유통기한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벽시계가 자정을 가리킬 무렵, 청년은 아래쪽에 있는 빵 하나를 집어 진열대 맨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벽시계가 자정을 살짝 넘어가는 순간, 청년은 기다렸다는 듯 진열대 위에 올려 놓은 그 빵을 들고 계산대로 가까이 걸어가다가 갑자기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청년은 잠시 서서 가쁜 숨을 진정시켰다. 그때 편의점에서 노인이 뛰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청년은 어두운 골목 속으로 몸을 숨겼다.

 

5분 가량 시간이 흐른 뒤, 청년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큰길 쪽으로 나가 편의점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 갔다. 한 50미터 정도 걸었을 무렵, 청년의 어깨에 투박한 손이 가볍게 내려앉았다. 편의점의 바로 그 노인이었다.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청년은 들고 있던 빵을 내밀며 말했다. “아침에 먹을 게 없어서 훔쳤습니다. 자정을 넘어서며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었어요.”

 

노인이 웃옷 주머니에서 우유를 꺼내 주며 말했다. “그런 빵이 하나 있었지. 목이 메일 테니 이 우유와 함께 먹어요.”

 

“…”

 

“젊은이, 인정에는 유통기한이 아예 없다네.”

 

 

- 김승전 「뭉클」 오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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