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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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부님을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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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10-05 ㅣ No.2850

수학 차 잠시 이태리에 머물던 시절의 일이었습니다. 석 달 이상 되는 긴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를 거듭하다가 이태리 남쪽 한 작은 본당을 소개받았습니다. 그곳에 머물 때, 그곳 본당 신부님을 통해서 옆 교구에서 있었던 참으로 가슴 흐뭇한 일을 전해듣게 되었습니다.

 

30대 중반의 신부님이 한 작은 시골 본당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젊은 분이었지만 그 신부님은 착한 목자로서의 삶에 지극히 충실했습니다. 그분은 영성적으로 뛰어나서 강론준비나 기도생활에 늘 충실했을 뿐만 아니라, 본당 신자들의 아픈 상처를 잘 어루만져줄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당 관할 구역 내 소외된 사람들, 노인들, 병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대단해서 자주 그들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직력이나 통솔력도 뛰어나서 본당 내 여러 신심단체들을 구성하고 신자들 스스로 본당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격려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히는 큰 사건이 하나 생겼습니다. 본당 신부님이 교구청으로 인사발령이 난 것입니다.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워낙 조직력이나 창의성이 뛰어난 신부님을 눈 여겨 보아두셨던 주교님께서 교구 차원에서의 대희년 준비작업을 위해 이 신부님을 교구청으로 불러들인 것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 비상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즉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결정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주교님을 찾아가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주교님의 뜻은 너무도 완강했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습니다. 이튿날부터 마을 주민들은 손에 손에 피켓을 들고 교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피켓에 적힌 구호는 "우리 신부님을 돌려주세요"였습니다.

 

이 가슴 흐뭇한 시위를 생각할 때마다 본당이나 교회 안에서 사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지 깊이 깨닫게 됩니다. 한 사제가 자신의 직분에 충실할 때, 교회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한 수도자가 자신의 성소에 충실할 때 그 공동체는 벌써 성화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한 아버지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그 가정은 이미 성가정에로의 여정을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하나되어 신명나게 복음선포에 매진하는 모습을 봅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이룩한 복음선포의 업적을 신나게 예수님에게 설명하고 있는가 하면,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노력을 치하하면서도 한 차원 높은 목표를 제시하십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예수님을 정점으로 굳게 일치하여 서로 섬기고 나누는 공동체, 이런 탄탄한 내적 결속력을 바탕으로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해 힘차게 활동하는 공동체가 바로 예수님과 사도들로 구성된 공동체였고, 이런 공동체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공동체입니다.

 

이런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노력은 바로 위에 소개해드린 신부님처럼 자신의 성소와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매일 주어지는 일들, 우리 가장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 그들의 성장과 구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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