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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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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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10-23 ㅣ No.2905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완벽한 사람이 필요치 않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사람이 필요하다. 살아 숨쉬는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때로 슬픔에 젖고 화도 내며, 싸우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진실한 사람은 모든 기후를 갖는다. 추위, 더위, 봄, 가을 모든 것을 갖는다. 그런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

 

살레시오 수녀원에 들렀을 때 한 장 얻은 상본에 적혀있는 글귀입니다. 읽어볼수록 마음에 와 닿는 글이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 세상에서부터 고상하고 완벽한 삶을 추구하지만, 본성상 완벽할 수가 없습니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숱한 부끄러움과 회한(悔恨)들만이 가슴을 치게 합니다. 좋은 생각과 선한 의지를 지니고 있지만 삶의 현장 안에서 부대끼다보면 늘 상처투성이로 남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도 완벽한 인간보다는 "인간적인 인간"을 사랑하시리라 믿습니다. 때로 감정이 격해져서 싸우기도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리며, 또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그런 "인간적인 인간"을 더욱 사랑하시리라 확신합니다.

 

처음 수도원에 입회할 때 저는 참으로 순진했습니다. 수도원은 천사들만 모여 사는 천국인줄로만 알았습니다. 끊임없는 기도, 완벽한 평화, 언제나 기쁨이 넘치는 형제적 공동체... 그런데 그런 생각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여지없이 깨져버렸습니다. 어딜 가나 세상은 세상입니다. 이 세상 어디를 가도 그런 완벽한 공동체나 사회는 없습니다.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지닌 이들이 서로 충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모두 부족하기에 실수와 오류를 거듭 겪으며 성장해나갑니다.

 

잘못과 허물이 있기에 인간은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잘못과 허물을 지워나가려는 인간의 노력은 더욱 사랑스럽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우리들은 모두 순식간에 마지막 순간 앞에 서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은 대단한 존재인양 때로 떵떵거리고, 때로 우쭐거리며 살아가지만 어느 한 순간이 다가오면 순식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가야 할 이 세상의 이방인입니다. 결국은 몇몇 친지들과 이웃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가야 하는 이승의 순례자들인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언제까지나 살 것 같지만 죽음은 소리 없이 순식간에 우리 곁에 다가와 앉습니다.

 

많은 것을 말하고 약속하고 희망하지만 결국은 모두 놓고 떠나가야 할 우리 인생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며 격려해주어야 할 시간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서로 주고받았던 상처를 어루만져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비록 오늘 아침 우리가 슬픔에 젖었고 화도 내었고, 싸웠다할지라도, 저녁기도와 함께 우리의 모든 허물을 겸손하게 주님께 맡겨드리고 다시금 새 출발하는 매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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