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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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꼭 이뤄지는 묵주기도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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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16-01-14 ㅣ No.86745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언젠가는 꼭 이뤄지는 묵주기도의 신비
[나의 묵주이야기] 153.  <평화신문>
이영희 로사(서울대교구 청계시장본당) 

 

“남동생이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있다”는 친정 올케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떨리는 가슴을 누르며 언니와 함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가는 동안 내내, ‘괜찮을 거야. 아니 조금 다쳤겠지.

나름대로 상상을 하면서 주머니에 있는 묵주를 꺼냈다.

 

‘하느님! 다쳐도 고칠 수만 있게…. 하느님, 다쳐도 살 수만 있다면

급한 마음에 내 손의 묵주 알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모르겠다.

대학병원의 응급실에 도착하니 의료진이 하는 말.

“사고로 다리를 많이 다쳤고, 두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데 지금 환자가 많아

수술을 못 합니다. 협력병원으로 빨리 옮겨야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규모가 작은 협력병원을 신뢰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가,

의료진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응급처치만 하고

급차에 동생을 태워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도착하자, 퇴근길이었던 의사 선생님은 응급 소식에 땀을 흘리며 달려왔고

       우리 가족  은 그 모습에 감동했다.

       의료진의 손 빠른 행동이 동생을 살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날 밤부터 우리 5남매는 수술실 앞에서 밤을 새워 서성거리며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의료진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양쪽 다리를 너무 많이 다쳤는데,

하느님이 주신 발을 절단하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최선을 다해 발바닥의

실핏줄을 이었습니다만…. 다른 한쪽 다리는 회생이 불가능해 절단해야겠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형제들은 수술실 앞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묵주기도를 했다.

“하느님, 걷지 못해도 됩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살려만….”

간절한 우리의 기도는 수술할 때마다 이어졌고, 함께 있지 못할 때에는 밤 9시가 되면

각자의 일터와 각자의 부엌, 자동차 안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묵주기도를 바쳤다.

함께 기도해주신 신부님과 수녀님, 우리 본당 교우들의 기도로 동생은 한쪽 다리만

절단했고 의족을 하게 됐다. 동생은 절망하지 않고 바오로라는 세례명으로

누구보다 기쁘게 살고 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며 취미로 탁구도 하고 있다.

 

장애인 탁구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자랑하는 동생 손목에는 항상 묵주가 끼워져 있다.

믿음을 갖고 기도하다 보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지는 묵주기도의 신비!

하루라도 묵주기도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내게는 없어서는 안 될,

지니고만 있어도 믿음이 생기고 의지가 되는 그런 기도가 되어 버렸다.

이 신비의 묵주는 내게 수호천사다.

치매를 앓고 있는 친정 노모가 동생의 다리를 보고는

“아저씨는 왜 이리 다리가 잘렸소?”라고 안쓰럽게 물었다.

 

아들을 몰라본 채. 그 모습을 본 나는 친정엄마가 온전한 정신이 아닌 게

오히려 감사했다. 아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는 모습을 보는

어머니 마리아의 심정일 테니 말이다. 자비의 해를 보내며, 나를 위한 기도보다는

연옥에 있는 불쌍한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그리고 황해도에 있는 내 마음의

북녘 본당 청계동본당을 생각하면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묵주기도를 바친다.

 

내가 다니는 청계시장본당에 얼마 전 성모동산이 생겼다.

새로 부임한 주임 신부님이 흡연 장소였던 곳에 성모동산을 꾸며 놓으셨다.

홀로 성당의 성모동산 앞에서 성모님을 바라보며 묵주기도를 바치면 슬플 때는

함께 슬퍼해 주고, 기쁠 때는 함께 기뻐해 주고, 또 우울할 땐

마음을 다독여주는 그런 성모님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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