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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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4 ㅣ No.9974

신앙생활에 있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가 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하는 일과 그에 따른 시간적 여유, 또 경제활동에 의한 수입, 지출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만일 주 5일 근무하는 공무원인 신자의 스케쥴을 기준으로 잡으면, 실제로 이렇게 사시는 분이 있는데요. 구역 반 모임도 나가고 전례단체도 하고 레지오도 활동도 하고, 이런 일련의 활동 참여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주일미사만 간신히 나오는 신자는 정말 불성실한 신자라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하지만, 누구라도 성당다니는 사람이라면 주일미사 마음 편하게 나오고 싶어하지요. 그런데 주일미사만 간신히 나온다는 것은, 그런 직장을 가질 만큼 능력이나 그런 여러 가지 정황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먹고 살기 위해서 구한 직장이 하필이면 주일미사를 간신히 나가게 하는 그런 직장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있던 본당의 어떤 신자분은 매일 새벽에 일이 끝납니다. 유흥업소 주방일을 하기 때문에, 주일에는 좀 더 늦게 끝나지요. 그래도 성당에 오면 새벽 5시 정도 됩니다. 당시 주일 새벽미사가 6시였기 때문에 성당 문이 열릴 때까지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셨습니다. 그래도 그 분은 어느 주일도 미사를 거르신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미사를 참례해야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미사를 참례하고 나서 댁에 가셔서 쉬고 또 출근하십니다.
또 어떤 분은 평일에 어떤 날에 오셔서 주일미사 빠졌다고 매 주일마다 고해성사를 보셨습니다. 이유인즉 그 분 직장은 주일에 쉬는 날도 있지만, 자기가 정할 수 없답니다. 그냥 일주일에 하루 쉬는데 그게 주일이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쉬는 날 평일 미사를 나오셔서 주일미사 빠졌다고 고해성사를 보셨습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죄를 짓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게는 먹고 살기 위해서 그렇지요. 내 죄가 그런 어쩔 수 없는 죄라고 생각된다면, 기도할 때마다 “주님 제가 지금은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 죄를 짓고 있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지금만큼만 벌어도 상관없으니까, 혹은 지금보다 조금만 더 많이 벌면서, 마음 편히 신앙생활 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하는 식의 기도를 간절히 바치시기 바랍니다. 간절하다는 것은 미안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미안한 마음을 잊어버리지 말아야, 나중에 여유가 허락된다고 할 때에, 정말 기꺼이 미사를 나오게 되지요. 안 그러면 성당을 못 가는 자신의 처지에 길들여지게 되어서, 그것이 못 가는게 아니라, 안 가는게 될 수도 있고, 시간적 여유가 생겨도 습관이 되어서, 그냥 안 가게 됩니다.

 

그리고 고해성사 말씀하셨으니 말인데요.
명동성당에 가시면 성당 뒷쪽에 지하성당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 아마도 매주 화요일부터 주일까지 오후 12시 30분부터 6시까지, 상설고해소가 있습니다. 대게 12시  반 이후에 도착하신 경우에는 지하성당 안에 성당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실텐데, 거의 다 고해성사를 기다리는 분들입니다. 고해소 문 앞에서 기다리시면, 새치기하는 경우가 될 수 있습니다. 모르시면 먼저 와 계신 분들께 어디가 성사보는 줄 끝이냐고 물어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곳은 본당에서 고해성사를 하기 힘든 경우, 많이들 가십니다. 목소리 이야기를 하셨으니 말입니다만, 그런 경우도 그렇고, 본당에서 좀처럼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죄의 경우도 그렇고, 등등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10분 이상 씩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30분도 가끔 있습니다. 고해소에서 우시는 분들도 여럿 봤구요. 그러니 명동성당 가실 수 있는 거리에 사신다면, 명동성당 상설고해소 추천드립니다.

 

제가 이제까지 고해성사 들어가서 냉담깨고 오신 분 최고 기록은, 30년이 한 분 있었습니다. 또 15년도 있었고, 10년 전후는 별로 놀라지도 않습니다. 5년 이하는 제가 굉장히 이뻐해 드립니다. 아들내미 군대갔다오는 동안 냉담하는 2년은, 그럴 수도 있는 일입니다. 1년 이하는 냉담으로 치지 않습니다. 잠깐 휴식을 가진 것 뿐이지요.

 

생각하신 김에 일단은 그냥 고해성사 보러 가십시오. 냉담하다 오신 분들은 많은 경우 생각이 잘 정리가 안된 분들이 많습니다. 일단 마음먹었을 때에 고해성사를 그냥 보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데요. 냉담하는 입장에서는 죄에 대해서 생각은 하지만, 감각이 무뎌있다 보니까, 그냥 죄를 짓게 되지만, 그 후에 신자인데 냉담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자각하기 때문에, 죄 지은 것을 기억 속에 묻어버리려고 합니다. 잊어버리려고 하지요. 그래서 묻혀진 기억들이 많아서 잘 정리가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되는대로 일단 고해성사 보시고, 신앙생활이 궤도에 오르면 차차 기억 속에 묻어두었던 죄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 나면, 그 때에 잘 정리해서 고해성사를 보시면 됩니다. 생각 다 정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해성사 보고 냉담 풀려면, 죽기 전에 성당에 다시 못 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용기나 힘, 이런 것들은 사실 내가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에,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에 금방 담아주십니다. 또 냉담하기 전에 신앙생활했던 내공이, 냉담 좀 했다고 다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 번 움츠리면 쉽게 풀지 못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기지개를 펴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아직도 겨울이면 어쩌나 하고 생각하는데, 내 마음에서 겨울을 보내버리지 않으면, 봄은 영영 오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님을 향해 손을 펼치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님이 주님을 향해서 손을 들어 그 분의 손 위에 놓기만 하면 되는데, 팔을 뻗기가 두렵습니다. 안 하던 것을 하려니까 힘듭니다. 하지만 하고 안 하고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하고나서 보면 사실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한 번 눈을 질끈 감고 고해성사보시면 됩니다.
 

생각만 있고 자꾸 미루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 하기가 어려워 집니다. 복잡한 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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