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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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사랑***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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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수 [fr1004] 쪽지 캡슐

2000-06-22 ㅣ No.1305

아내의 사랑

 

어느 잘 사는 저택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아내는 아기를 갖고 싶었으나 세월이 12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남편은 아기도 없고 권태기가 와서인지 집에 와서도 부인과도 얘기도 잘 하지 않았다.

 

출근 할 적에는 여보 나 다녀오리다.

 

또 퇴근 때에는 여보 나 다녀왔소.

 

나 배고프니 저녁 먹읍시다.

 

이 말 외에는 거의 없었다.

 

잠자리에 들어갈 적에는 각자 방에 들어가서 자면 이것이 전부 다 였다.

 

밤이 외로워 간혹 남편 방에 찾아 들면 나 지금 피곤하니 건너가서 그냥 자요.

 

두말하지 않고 다소곳이 문을 닫고 나가곤 한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남편의 사랑이 그리웠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어느 일요일이었다.

 

남편은 회사 일이다. 골프다. 낚시다. 그러면서 집에 잘 있지도 않았다.

 

간혹 가다 한번씩은 집에 있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쉬고 싶었는지 2층 현관에서 책만 보고 있었다.

 

아내는 현관 밖을 보고 있다가 가벼운 웃음을 띄었다.

 

"여보 여기 와 봐요. 참 아름다운 모습이 보여요."

 

"무엇인데 그래요.

 

책보고 있는 중이니까 말 시키지 말아요.

 

할 일 없으면 커피나 끓여 와요."

 

"잠깐만 와 봐요. 당신도 좋아할 꺼예요."

 

그녀는 웃으면서 책을 들고 있는 남편의 팔을 잡아당긴다.

 

그 순간 책은 바닥에 떨어졌다.

 

"왜 이래 호들갑을 떨어요. 책보고 있다고 말했잖아요."

 

남편은 소리를 버럭 지른다.

 

아내는 깜짝 놀라 장군을 쳐다보고는 책을 집어 그의 손에 건내준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때마다 불러 보았지만 한번도 보려고 하지를 않았다.

 

남편과 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같이 보면 좋을 텐데. 같이 보면 좋을 텐데 그녀는 혼자 중얼거린다.

 

아내는 두말하지 않고 커피를 탁자 앞에 갖다 놓고는 아무 말 없이 쓸쓸하게 1층으로 내려간다.

 

어느 날이었다.

 

아내는 너무 외로웠다.

 

사는 그 자체가 지겹고 삶이 무언지 회의가 왔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고 무척 애는 썼으나 뜻대로 되지를 못했다.

 

예전의 자기를 사랑해 줄 때가 그리웠다.

 

나에게는 자상한 남편, 좋은 남편, 사랑이 많은 그이였는데 자기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그리고는 그 눈물이 뺨으로 흘러 내렸다.

 

그 눈물은 고통의 눈물이었다.

 

밖에는 차소리가 들렸고, 조금 있으니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 나 다녀왔소 나 식사하고 왔으니 올라가서 그냥 자야겠소."

 

뚜벅뚜벅 2층으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중대한 결심을 내렸다.

 

비장한 각오로 2층에 올라가서 문을 똑똑똑 두드렸다.

 

"할 이야기가 있으니 문좀 열어 줘요."

 

"무슨 일이요."

 

"나 더이상 당신하고 살고 싶은 생각 없으니 우리 갈라져요."

 

아내는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정한 마음은 아니었다.

 

"이혼 하잔 말인가."

 

"네 그래요."

 

"아니 집이 없소, 돈이 없소, 그렇다고 당신한테 차가 없소.

 

당신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는데 뭐가 부족하단 말이요.

 

다른 가정집은 가장이 돈을 못 벌어서 야단인데 당신은 무슨 배부른 소리요.

 

살 만하니까 딴 생각이 나는거요."

 

아내는 어이가 없었다.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닌데, 부족하더라도 사랑으로

 

살아야 부부는 행복한 것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선뜩 내키지 않았다.

 

"살기 싫으면 그만 둬요.

 

당신보다 예쁘고 교양 있는 그런 젊은 여자 나하고 살자 하면 얼마든지 있어.

 

도장 줄 테니 여기서 끝내요."

 

남편은 오히려 잘 되었다는 듯이 말을 했다.

 

"에이"

 

짜증나는 목소리로 보기싫다는듯이 눈을 한번 흘겨보더니 장롱 문을 열고 외출복을 입는다.

 

남편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을 알고 당황해 한다.

 

"여보 어디에 가시려고 옷을 입는 거예요."

 

남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옷을 갈아입더니 방문을 열고 나간다.

 

"어디에 가시는 거예요. 여보 가지 말아요. 제가 잘못했으니 용서해 주세요.

 

여보! 여보!"

 

애타게 불렀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나가 버렸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말을 잘못 꺼냈구나 싶어 속으로 후회했다.

 

남편이 나가고 나니 방은 더욱더 썰렁하게만 느껴졌다.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한테서 짐이 된다면 떠나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았다.

 

짐을 싸고 떠나는 날은 추운 겨울날이었다.

 

그녀의 마음이 추운지 마당에 있는 나무들도 춥게만 보였다.

 

학생들도 직장인들도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추위에 떨면서 총총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간단하게 입을 옷과 필요한 물건만 챙겨 가지고 집을 나서는 순간 서글픈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눈에서 눈물이 핑돌면서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옛날 어릴 때 고아원에서 남편과 지낼 때가 제일 행복한 시절이었구나 생각하며 뚜벅뚜벅

 

말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아쉬운 듯이 한번 뒤돌아보며 집을 보더니 외투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흘려 내린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는 말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편은 며칠 동안은 아내가 없는 것이 혹덩어리 하나 땐 기분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새 부인을 맞이했다.

 

얼굴도 본부인보다 예뻤고 나이도 젊고 아주 상냥하고 애교 있는 여자였다.

 

신혼 살림의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런데 출장 갔다가 일도 빨리 마치고 새로운 부인이 보고 싶어 놀라게 해 주려고 선물을

 

들고 현관문에 들어와서 부인을 불렀다.

 

"선미 나왔어."

 

그는 신발을 벗고 거실로 올라온다.

 

"선미 나왔어."

 

아무 대답이 없었다. 부엌에도 없었고 화장실에도 없었다.

 

방문을 여는 순간 아니 이게 웬일인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다른 남자와 침대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남자는 당황해 하며 옷을 주점 주점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남편은 할말을 잊은 채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홍선미는 재수 없게 들켰다는 표정으로 마주편 소파에 앉았다.

 

"저도 담배 한대 주세요."

 

남편은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선미는 탁상 위에 있는 담배를 피워 물고 한숨을 푸-하고 그의 얼굴에 내뿜었다.

 

자기가 한 행동이 전혀 잘못이 없다는 얼굴이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어떻게 하실건가요. 이혼해 드려요."

 

그는 담배 피우는 모습도 처음 보았고 뻔뻔스러운 얼굴도 처음 보았다.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종이 위에 뭘 적었다.

 

"이 돈주면 이혼 서류에 도장찍겠어요.

 

이 돈주기 전까지는 한발자욱도 못나 가요."

 

차가운 목소리로 충고하듯이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돈은 엄청난 금액이었다.

 

남편은 탁자 위에 있는 담배를 피우고 나더니 옛날 아내가 있던 방으로 내려왔다.

 

세월이 지난 지금도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아내가 자던 침대, 옷, 화장품, 그런데 화장대 위에 무엇인가 눈에 띄었다.

 

웬 쪽지와 사진이 있지 않겠는가.

 

그 사진은 내가 아내 뺨에 뽀뽀 해주던 모습이었다.

 

쪽지가 무엇인지 펼쳐 보니 당신을 사랑해요 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옛날 신혼 때 살림이 생각났다.

 

그때 남편은 일자리가 없어 집에서 놀고 있었다.

 

아내는 남의 집의 가정부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살림은 아주 빈곤한 상태였다.

 

밥을 할 때에는 보리 반 쌀 반 이렇게 섞어서 밥을 하였다.

 

아내는 쌀밥이 있는 곳을 골라 남편에게 주고 보리밥이 있는 곳은 아내가 먹곤 하였다.

 

갈치찌게 하는 날은 남편 밥상 앞에 놓고 많이 먹으라고 한다.

 

아내는 많이 먹었다고 갈치찌게 안에 있는 국물과 무만 먹었다.

 

어떤 때는 쌀은 없고 보리쌀만 조금 남아 있을 때도 있었다.

 

아내는 남편 밥만 짓는다.

 

남편에게 한 그릇을 퍼 주고 나면 아내는 두 세 숟갈밖에 남지 않았다.

 

자기는 많이 먹었다고 남편보고 먹으라고 한다.

 

아내는 항상 엄마 같았다.

 

가정부 일을 못할 때는 시장에 나가 과일과 채소를 팔 때도 있었다.

 

한 번은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저녁상을 준비해 놓고 아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교통사고가 났을까 아니면 시장에서 불량배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일까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밖에 나가서 기다리다 그때 마침 아내가 오고 있었다.

 

"당신이야."

 

"예"

 

"왜 지금오는거요."

 

"딸기를 오늘 다 못팔면 내일 가서는 제값을 못 받기 때문에 늦었어요."

 

"아니 집에서 남편이 기다리는 건 생각도안해 이런 식으로 장사할꺼면 당장 때리 치워."

 

남편은 문을 "꽝" 닫고 방으로 들어간다.

 

아내는 들어와서 눈치만 보고 있다.

 

남편은 담배 피우고 나더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아내를 쳐다본다.

 

"여보 이리 가까이 와 봐요.

 

당신이 무슨 잘못이 있소 나 못나서 당신이 고생하는데 미안하구려."

 

"아니예요, 다음부터는 일찍들어올께요."

 

나는 아내 곁에 다가가서 살며시 손을 잡으며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른다.

 

"젖은 손이 애처러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

 

거치러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워-소 ......."

 

남편은 너무나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노래를 불러주는 동안 아내는 고개를 숙인채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떨어진다.

 

남편도 노래를 부르는 동안 눈물이 글썽인다.

 

남편은 손으로써 아내의 눈물을 닦아준다.

 

노래를 다 부르자 아내는 여보라 부르며 남편을 껴안는다.

 

"미안해요 여보 못난 남편 만나서 고생시키고 당신보기 면목이없구려

 

나같은 사람은 죽어서 지옥에도 못들어가고 이승에서 떠돌아 다닐꺼요.

 

당신에게 진빚을 언제 다갚을런지."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당신만을 사랑할꺼예요."

 

아내는 울먹이면서 말을한다.

 

"나같은 인간이 뭐가좋아 다시 태어나도 나를 사랑한다는 거요.

 

나는 참 복도 많은 사람인가 보구려."

 

나는 아내에게 잘해준 것이 없다.

 

그것이 늘마음에 걸린다.

 

아내가 아기를 못가지는 것도 그책임은 나한테 있었다.

 

그동안 일을 무리하게 하고 잘 먹지를 못해 가질 수가 없었다.

 

아내와 같이 병원에도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고 절에가서 백일 기도를 하기도 하고 또

 

교회에 다녀보기도 하였지만 헛일이었다.

 

불쌍한 아내.

 

나를 그렇게 위해주던 아내.

 

나를 그렇게 사랑해주던 아내.

 

아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사진을 바라다보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 다음날 아침 이혼서류를 준비하고 은행에 돈을 찾아 그녀 앞에 다가섰다.

 

그는 아무말 없이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돈을 줘야지."

 

그녀는 반말처럼 했다.

 

이런 여자와 함께 있다는 것도 불쾌했고 돈이 아깝다는 것보다 빨리 이집에서 내보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돈 가방을 내밀며 가방문을 찰카닥 열었다.

 

그녀는 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를 힐껏 쳐다본다.

 

"틀림없겠죠."

 

서류에다 도장을 찍고 돈가방을 들고 거실로 나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자기야 빨리와 일 다 끝났어."

 

그 말을 듣는 순간 계획적으로 날속였구나 싶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렇지만 조강지처를 버려서 받는 벌이다 싶어 참았다.

 

조금 있으니 밖에서 빵빵 차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활짝 웃었다.

 

"일찍도 오네."

 

그녀는 인사도 없이 돈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누군가 싶어 물끄러미 창문으로 내다보니 출장갔다올 때 침대에 있던 그 사내가 아닌가.

 

시간이 흐를 수록 집나간 아내가 그리웠다.

 

회사에 갖다 오면 아내가 빙긋이 웃으며 나를 맞이하는 것만 같았다.

 

예전에 회사에 갔다오면 무엇이 좋은지 방긋방긋 웃으며 어깨도 주물러주고 등도 두들겨 준다.

 

"여보 그만해요."

 

"괜찮아요. 나는 이게 좋은걸요."

 

"힘들지 않아요."

 

"힘들긴요. 저는 당신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제일 행복해요."

 

"허허허허."

 

"왜요 내가 한 말이 우스워요."

 

"아니요. 우습긴 밖에서 힘든일이 있어도 집에만 들어오면 사랑하는 아내가 나를 이렇게 잘해주는데.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을 거요."

 

"당신도 참"

 

"허허허허"

 

"호호호호"

 

이때만 해도 행복한 웃음은 끊길날이 없었다.

 

씻을려고 욕실에 들어가면 아내는 방긋이 웃으며 기다린다.

 

얼굴을 씻고 발을 씻을 려고 할 때 아내는 제가 할께요 그러면서 수건을 건네 주고는

 

얼굴을 닦을 동안 발을 씻어준다.

 

이럴땐 꼭 내가 어린애가 된 기분이고 아내는 엄마 같았다.

 

아내와 같이 있을때가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떠나고 나서야 깨닳았다.

 

나를 보며 항상 웃는 아내, 보고 싶은 아내, 제발 돌아와 주오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애타게 기다린다.

 

전화가 올 적에는 머리를 감다가도 혹시 아내가 아닌가 싶어 뛰어간다.

 

"여보 당신이야!."

 

"이사님, 박양입니다. 사모님이 집에 안계신가보죠."

 

"아니 그게 아니고, 그건 그렇고 무엇때문에 그래요."

 

"예, 사우디에서 공사관계로 이사님을 만나뵙고 싶다고 오후 2시 비행기로 출발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알았으니까 내가 그러더라고 부사장님 보고 알아서 처리하도록 전해줘요."

 

"이사님, 그쪽에서는 이사님을 만나뵙고 싶어합니다.

 

이사님이 안계시면 일이 성사되기 힘듭니다."

 

"나 지금 바빠 그러니까, 전화 끊고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그러더라고

 

부사장님보고 알아서 처리하도록 이야기 잘 전해줘요."

 

실망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혹시나 내가 없는 동안 아내한테 전화가 오지 않을까.

 

벨을 눌러보고 내가 없으면 그냥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그랬던 것이다.

 

보고싶어 잠을 이루지 못할 때는 술로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아내는 남편이 그리워 어릴때 자랐던 고아원을 찾아갔다.

 

겨울이라 그런지 고아원 옆의 도랑에는 얼음이 꽁꽁 얼어있었다.

 

지금도 고아원 친구들은 누가 빨리 달리는가 내기하듯이 썰매를 쌩쌩달리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논둑위에는 아이들이 연을 날리며 고함을 지른다.

 

"높이 올라라! 높이 올라라!."

 

또 한쪽에는 연줄 끊기 대회를하고 있었다.

 

"이겨라! 이겨라!."

 

지금도 생생하게 보인다.

 

어릴 적에 남편은 썰매가 없었다.

 

그래서 아내는 자기 또래 남자친구한테 사정사정해서 썰매를 얻어와 남편을 밀어주면서

 

썰매를 탄 기억도 났다.

 

"우리 장군 썰매 잘 탄다. 우리 장군 썰매 잘 탄다."

 

"누나, 누나도 타!."

 

"아니 됐어요. 우리 신랑이나 많이 타요."

 

아내는 남편이 썰매를 탈 적에는 웃으면서 쳐다보기만 했다.

 

어릴 적에는 엄마 노릇을 했고, 누나 노릇도 했고, 친구노릇도 했다.

 

나이가 들어서 아내가 되었지만 남편의 사랑이 남들하고는 달랐다.

 

어느 어머니 못지않게 사랑과 정성으로 남편을 키웠다.

 

고아원은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서 그런지 폐허가 되어 마루위에는 먼지와 쓰레기로 뒹굴어 있었다.

 

원장님이 쓰시던 사무실은 한쪽으로 무너져 있고 우물도 흙으로 메워져 있었다.

 

남편이 쓰던 방에 들어가 보니 유리창은 깨어지고 옛날에 쓰던 장롱은 거미줄에 엮여 있었다.

 

아내는 옛날을 회상하며 장롱문을 만지작 거렸다.

 

부엌으로도 가보았다.

 

친구들과 밥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마당으로 와서 보니 누나라 부르며 장군이 뛰어오는 것만 같았다.

 

아내는 옛날을 생각하며 회상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 누가 뒤에서 부르는 것만 같았다.

 

돌아보니 어떤 사내가 서 있었다.

 

놀라서 괴한인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니까.

 

그 사내는 내 얼굴을 보더니 우스운지 피식하고 웃는다.

 

"놀라지 마세요.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을 찾을려고 왔습니다."

 

"누굴 찾으시는데요? 저는 여기에 살지 않습니다."

 

"아! 그래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냥."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머뭇머뭇 거렸다.

 

"저희 회장님께서는 이애자씨라는 분을 찾고 계십니다."

 

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

 

자기가 바로 이애자가 아닌가.

 

동명이인가 싶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사내는 그 모습을 보고 알고 있구나 싶어 웃으면서 가까이 다가선다.

 

"알고 계시는가 보군요.

 

회장님은 일본에 계시는데 여기에도 몇번 왔었습니다.

 

지금도 애타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있는데 왜 찾으시는데요."

 

"회장님은 1966년 여름에 이애자씨를 여기에 맡기고 일본으로 건너가는 바람에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

 

"그분들은 어떤 사이 입니까?"

 

그는 손뼉을 쳤다.

 

"아참! 그 말을 빼 먹었군요. 회장님의 따님입니다."

 

"아니 잠깐만요. 따님이라고 했나요."

 

"예. 이애자씨라는 분은 회장님의 하나밖에 없는 외동 따님이시죠.

 

연락처를 알고 있으시면 좀 가르켜 주세요.

 

부탁입니다. 회장님께서 섭섭치 않게 사례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어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못 믿으시면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내는 안주머니에 있는 작은 사진액자를 꺼내어 보여 주었다.

 

그 사진은 옛날 고아원에 들어가기 전에 아버지와 같이 찍은 흑백사진과 똑같았다.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도 그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왜 사진을 꼭 가지고 있으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버지는 못 만날 경우를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쩔바를 몰랐다.

 

오래 전의 일이라 아버지 얼굴이 기억 나지도 않았다.

 

보고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나를 버리고 갔는데 지금에 와서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회장님께서는 언제가 한번은 꼭 올거라고 저보고 여기에 지키고 있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5년 전 부터 기다리고 있었죠."

 

"5년 전 부터."

 

"예 작년 가을까지 할머니 한 분이 사시고 계시다가 나이가 많아 아들이 와서 데리고 떠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에 와서 지키고 있는 거죠.

 

자초지종을 말씀드렸으니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그녀는 대답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마냥 서있기만 했다.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 왜 말씀을 하지 않습니까.

 

경찰서에서 죄지은 사람 잡아가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딸을 찾는 것인데 이 좋은 일을 도와 주셔야지요."

 

그녀가 아무말이 없으니 사내는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혹시 이 아주머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주머니가 이애자씨 아닙니까? 맞죠 맞죠."

 

사내는 눈치만 살폈다.

 

"예, 그래요!."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

 

"와 만세"

 

그는 어린애처럼 만세 만세 외쳤다.

 

광부가 금광이라도 캐낸듯이 어쩔줄을 몰라 기뻐했다.

 

그 사내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일본에서 크게 성공했다고 한다.

 

그녀는 며칠후 아버지를 만났고 아버지는 그녀보고 일본으로 가자고 했지만, 정리할 것이

 

있으니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했다.

 

혹시 남편이 자기를 찾아오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를 찾아다녔다.

 

아내를 찾는다는 것은 자기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아내의 사진을 들고 찾기시작했다.

 

아내도 고아이기 때문에 특별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

 

고아원에서 자랄 때 두명의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도 찾아가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내가 나쁜 놈이지 갈 곳도 없는 아내를 버렸으니 눈물을 글썽인다.

 

아내의 입장을 생각해본다.

 

여자의 혼자몸으로 집도 없고, 돈도 없고 갈곳이 없으면, 어디에 갈까 생각하니 숙식이

 

되는 직장을 먼저 찾고, 그 다음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직장을 찾아보았다.

 

식당, 여관 , 공장, 백화점, 시외버스터미널, 시장, 기차역 등 아무리 찾아 보았지만 아내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리 수소문 해보았지만 찾을 길은 막막했다.

 

그런데 옛날에 아내가 나에게 가르쳐준 동요가 문득 떠올랐다.

 

어릴 적에 아내와 나는 고아원 뒷동산에서 누나야 노래를 자주 불렀다.

 

아내는 고아원 뒷동산에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남편은 차를 그쪽으로 돌렸다.

 

아마 그 쪽에 있을 거야. 분명히 있을 거야.

 

남편은 마지막으로 한가지 기대를 걸었는지 모른다.

 

제발 거기에 있어야 할텐데. 제발 거기에 있어야 할 텐데.

 

그는 하나님께 간절히 빈다.

 

 

 

아내와 나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아내는 나보다 5 살이나 많았으므로 누나라고 불렀다.

 

내가 어떻게 해서 고아원에 왔는지 부모가 누군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매미가 우는 초여름이었다.

 

내가 8살 되던 해 누나가 어떤 아저씨하고 들어왔다.

 

지금 생각으로는 아버지인것 같았다.

 

돈 많이 벌어서 2년만에 꼭 찾아온다고 하고선 지금 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누나가 아버지하고 헤어질 때는 울면서 헤어지지 않을려고 했다.

 

"야! 이년아 조용히 못해.

 

내가 지금 죽으러 가냐.

 

돈 많이 벌어서 찾으러 올테니까 원장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잘 있어"

 

아내의 아버지는 원장님께 인사하고 대문 밖을 나갔다.

 

누나는 엉엉울면서 아버지 아버지 하고는 대문밖에서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난다.

 

누나 이름은 이애자, 나이는 13살.

 

나는 그때 처음 보았다.

 

나는 이름도 없었다.

 

이름도 누나가 지어주었다.

 

장군이라고.

 

장군처럼 씩씩하고 용감한 사람이 되라고 나를 장군이라고 불렀다.

 

성은 김씨 그때 원장님이 김씨 성을 가졌으므로 내 이름은 김장군이라 불렀다.

 

또 생년월일도 누나가 정해주었다.

 

육이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거라고 6월 25일로 정했다.

 

나이는 내또래 아이들이 8살이었으므로 나는 8살이된거다.

 

누나는 내가 놀림당하고 불쌍하게 보였던지 나를 항상 보호해 주었다.

 

누나는 모성애가 많고 사랑이 많은 여자였다.

 

"장군아."

 

"응"

 

"너 장군이 어떤 사람인지 아니?"

 

"내가 장군 아냐."

 

"아니 그건 이름이고,"

 

"몰라."

 

"장군은 이순신 장군도 있고 또 강감찬 장군도 있거든.

 

내가 왜 너한테 장군이라고 지었냐하면 왜놈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처럼 훌륭하고,

 

용감하고, 씩씩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라고 지은 거야.

 

그러니까 너도 커서 이순신장군처럼 되는 거야 알았지?"

 

"응 알았어. 그런데 강감찬 장군은 뭐야?"

 

"강감찬 장군은 키는 작아도 북쪽에 있는 오랑캐를 무찌른 용감한 장군이지.

 

우리 장군도 그렇게 훌륭한 장군이 되는 거야 알았지."

 

"응 알았어. 누나."

 

"왜."

 

"장군은 부하도 많아."

 

"그-럼"

 

"용호형 부하보다 더 많아."

 

용호는 고아원의 골목대장이었고 아내와 같은 나이였다.

 

"그-럼 용호보다 훨씬 많지."

 

"와- 진짜, 어느만큼 되는데."

 

"이만큼."

 

누나는 두 손을 하늘 높이 올려서 원을 그리면서 땅밑으로 내린다.

 

"아니아니 그것도 아니겠다. 하늘만큼."

 

"하늘만큼?"

 

"응."

 

누나는 열손가락을 앞으로 다섯번 여섯번 내밀었다.

 

"이것 보다 훨씬 더 많다."

 

"와! 그렇게 많아 누나 내가 크면 장군이 될 수 있는 거야."

 

"그-럼 될 수 있구말구."

 

"알았어. 그러면 누나는 내가 지켜줄께."

 

"정말? 장군이가 이 누나를 지켜 줄 거야."

 

애자는 함박꽃처럼 활짝 웃는다.

 

"그-럼 좋은 옷도 입혀주고, 매일매일 맛있는 것도 많이 먹게 해주고, 용호형 같이 나쁜

 

사람들은 때려줄 거야."

 

"정말,"

 

"그럼, 누나는 내 색시잖아."

 

"아이 좋아라."

 

누나는 나를 껴안는다.

 

누나는 나를 이쁘게 보았다.

 

코도 오똑하고 눈도 크고 얼굴이 잘생겼다고 영화배우가 되라고 그런 말을 많이 했다.

 

누나만 내게 장군아 아니면 우리 신랑이라고 불렀지 다른 아이들은 나를 보고 튀기라고 불렀다.

 

얼굴이 서양사람처럼 생겼다고 부르는 별명이다.

 

부모님 중 한사람이 서양사람이었던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전쟁이 끝난 후였으므로 아버지 쪽인 것 같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도 못했고 얼굴이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나를 보고 튀기라고 놀렸던 것이다.

 

그럴 때마다 누나가 나타나 몽둥이를 들고 뛰어온다.

 

"튀기! 튀기! 너희들 죽을래, 죽고싶어 이놈들 누구보고 튀기라고 부르는거야 응..

 

나쁜자식들 한번만 튀기라고 불러봐라 다리몽댕이를 분질러 버릴테니까."

 

누나는 씩씩 거리며 그들을 쫓아내곤 했다.

 

그럴때마다 누나도 마음이 아팠는지 울먹이면서 으앙하고 나를 안고 울어버린다.

 

그럴땐 나도 같이 울어버렸다.

 

누나는 항상 엄마와 같이 따뜻하였고. 튼튼한 방패막이었다.

 

누나만 내 옆에 있으면 이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나는 어릴적 부터 몸이 약해서 그런지 자주 아팠다.

 

그러면 누나는 항상 내 옆에서 병간호를 도맡아서 했다.

 

내가 아플적에는 누나는 내 병을 간호한다고 하루라도 편히 누워자 본적이 없었다.

 

자다가도 아파서 누나하고 부르면 누나는 내옆에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왜그래 어디 아프니, 머리아프니, 배아프니."

 

내 몸을 더듬더듬 만지곤 한다.

 

"배가 아파."

 

"알았어. 누나가 낫게 해 줄께."

 

누나는 손으로 내 배를 쓰다듬어 준다.

 

"장군이 배는 다 나았다.

 

내손이 약손.

 

장군이 배는 다 나았다.

 

내손이 약손."

 

시간이 조금 지나면 거짓말처럼 깨끗이 낫곤하였다.

 

"누나."

 

"왜 또 아프니."

 

"아니 누나 노래불러줘."

 

"무슨 노래."

 

"누나야."

 

"응 그래"

 

누나가 노래부르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오곤 했다.

 

혹시나 내가 잘못 될 까봐 하느님께 기도하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하느님 아버지 장군이 병을 꼭 낫게 해주세요.

 

아픈 고통을 저에게 주세요."

 

눈물을 흘리며 애타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그런데 누나가 병간호 함으로 해서 누나는 누나친구들 한테도 미움받고 원장님한테도

 

꾸중을 많이 듣고 매도 많이 맞았다.

 

누나는 누나대로 할일이 많이 있었다.

 

누나 친구들도 같이 하지만 밥도 해야하고, 빨래도 해야하고, 청소도 해야하고, 잡다한

 

일들은 다 해야하기 때문에 누나가 빠짐으로 해서 일이 늦게 끝나기 때문에 그래서 미움을 받은 것이다.

 

그때만 해도 부모가 없는 고아들은 몸이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누나가 먹을 것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항상 나를 불렀다.

 

고구마, 감자, 옥수수 주로 얻어 먹은 것은 누룽지였다.

 

누나가 설거지를 할 적에는 누룽지를 만들어서 나를 몰래 갖다줄려고 하다가 누나 친구들

 

한테 들킨적도 있었다.

 

"야! 애자야. 너 또 튀기한테 누룽지 갖다 줄려고 하는 거지.응!

 

열녀 따로 없네, 열녀 따로 없어.

 

왜! 그러지말고 원장님 드실 계란 후라이도 가지고 가라."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누나를 놀린다.

 

"뭐 튀기? 이년이 죽을라고 환장을 했나? 다시 한번더 말해봐, 다시 한번더 말해봐"

 

누나는 화를 내면서 친구 가슴을 꾹! 꾹! 찌른다.

 

누나 친구는 맞을까봐 아무 말도 못한다.

 

"한번만 더 튀기라고 불러봐라 주둥이를 확 찢어 놓을 테니까. 말조심해 알았어."

 

누나는 평소에는 순하다가도 튀기라는 소리만 들으면 성난 씨암탉으로 변한다.

 

"나한테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우리 장군보고 튀기라면 나는 못참아. 알았어?"

 

두 눈을 부룹뜨고 화난 얼굴로 오른손 주먹을 쥐고 때릴려고 폼을 잡으면 맞을 까봐 겁을

 

먹은 표정으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주눅이 든다.

 

"알았어."

 

"따라해 김장군."

 

"김장군."

 

"더 큰소리로 말해 김장군."

 

"김장군."

 

그때서야 누나친구는 더 큰 소리로 말한다.

 

"다음 부터 조심해"

 

누나는 부엌밖으로 나온다.

 

튀기라는 소리를 들으면 내가 싫어하는 것 보다 더 듣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누나는 멀리서 부른다.

 

장군아.

 

그러면 나는 항상 원장실 창문쪽에 햇빛이 잘들어오기때문에 앉아 있다가 누나 하면 뛰어간다.

 

누나하고 나하고는 주로 고아원 뒤에 있는 뒷동산으로 잘 올라갔다.

 

옛날 이야기도 하고, 또 소꿉장난 놀이도 하고, "누나야"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따뜻한 날에는 풀 숲에서 같이 껴안고 낮잠을 자기도 하였다.

 

"우리 신랑 누룽지 먹어요."

 

주머니에서 누룽지를 꺼내어 두손으로 내 얼굴앞에 갖다놓으며 웃는다.

 

그러면 나는 씨익웃으면서 두손으로 누룽지를 받는다.

 

"누나 같이 먹어."

 

"나는 많이 먹었으니까 우리 신랑이나 많이 먹어요."

 

"싫어 싫어 누나가 안먹으면 나도 안먹을래"

 

"그래 그래 같이먹자."

 

"우리 신랑 잘 먹는다. 아이구 착하지."

 

누나는 손으로 나의 엉덩이를 툭툭 치기도 했다.

 

나에겐 엄마이자 누나인 것이다.

 

누나는 먹을 것이 있으면 항상 나를 불렀다.

 

나를 업을 때는 "누나야" 라는 노래를 자주 들려주었다.

 

그런 착한 아내, 그런 좋은 아내, 내가 버렸으니 자기도 모르게 두눈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제발 거기에 있어야 할텐데. 제발 거기에 있어야 할텐데.

 

 

 

그는 고아원 부근에 도착했다.

 

고아원 옛모습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고아원 안에 여보라고 부르면서 다 뒤지어 보았지만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뒷동산으로 뛰었다.

 

거기에는 분명히 있을 것 같았다.

 

벤치에 어느 여인이 앉아 있었고. 그것은 분명 자기 아내였다.

 

아내도 남편을 잊는다는 것이 어려워 너무나 사랑하였기에 날씨가 추운 겨울인데도

 

뒷동산에 올라와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남편은 아내를 본 순간 너무나 기뻐 어쩔쭐을 몰랐다.

 

얼마나 찾았던가.

 

얼마나 보고싶었던가.

 

하루라도 잊을 날이 없었다.

 

너무나 기뻐 입이 떨어지기가 힘이 들었다.

 

"여보 나 여기 왔소."

 

아내는 그 순간 반갑고 놀라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아내는 고개를 돌린다.

 

"왜 여기에 왔어요. 당신하고는 남남이예요."

 

"여보 당신없이는 나는 못살아. 제발 부탁이니 집으로 돌아갑시다."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빌었다.

 

그렇지만 아내의 마음은 쉽게 돌이키지 않았다.

 

상처가 너무나 깊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와 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혼한 뒤에도 남편이 보고싶어 골목귀퉁이에 숨어 남편을 훔쳐 보면서 울기도 했다.

 

남편은 몇날 며칠을 찾아와서 그녀에게 빌었다.

 

도저히 아내의 마음은 돌이킬 수 없었다.

 

그래도 남편은 또 찾아갔다.

 

그녀는 남편보고 말했다.

 

"저는 5일후면 아침비행기로 일본동경으로 떠나요.

 

그러니 저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요, 저도 마음 아파요."

 

"아니 거기는 왜 가는 거요."

 

"아버지를 찾았서요."

 

"아버지를 찾았다고. 어디에서 만났소."

 

"얼마전에 고아원에서 만났어요. 일본에서 사신대요."

 

"그러면 장인 어른을 우리가 모시면 되지 않소."

 

"그건 안돼요."

 

"왜 안된다는 거요. 무슨 자격으로 말씀하시는 거예요."

 

냉정하게 한마디하자 남편은 머리를 숙인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당신이 진정으로 나를 원한다면 당신하고 살동안 내가 이런말 한 적 기억나나요.

 

2층 현관에서 여보 여기 와봐요 참 아름다운 모습이 보여요. 하면서 했던 말.

 

혹시 기억나는가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소."

 

"한번 잘생각 해보세요. 기억 나실 거예요."

 

남편은 기억을 더듬어 본다.

 

 " 아! 기억나요."

 

"그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그건 나는 모르지 않소. 보지 않았으니까."

 

"왜 보지 않았죠.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당신을 불렀서요 같아 보았으면 하고 얼마나 바랬는지 아세요."

 

"여보 무엇인데 그래요. 말해봐요."

 

아내는 눈물을 글썽인다.

 

남편은 애타는 마음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그것이 무엇이기에 아내가 소중히 간직할까 싶어 보지못한 것을 또 한번 후회하며 궁금해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동경으로 떠나기 전에 알아오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 다 용서하겠어요."

 

아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은 지켰다.

 

"알았소, 5일 내에 꼭 알아서 다시 찾아오리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2층 현관에서 밖을 쳐다보며 아름다운 모습이 무엇일까를 찾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차, 오토바이 타고가는 음식배달원, 학생들, 리어커끌고가는 상인, 모두 그런

 

것이 전부 다지 아름다운 모습은 좀 처럼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아름다운 모습이 뭐길래 아내가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생각중에 아름다운 여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가씨 참 멋지다. 매력적인데. 미인이구나.

 

그럼 여자보고 말하는 것일까 아니야, 그게 아니야, 아니면, 정원에 있는 꽃을 보고 말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닌것 같고 응 그래 아주머니가 애기를 업고 가는 군.

 

저것보고 말했을까.

 

그것도 아닌것 같고 그럼 무엇일까?

 

무엇을 보고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했을까.

 

그는 조용히 생각하면서 하루를 꼬박 밤을 세웠다.

 

오늘은 보이겠지 하면서 계속 현관밖을 내다보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약속한 날짜가 다가왔다.

 

내일 아침까지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나지 않으면 아내가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초조해지고 괴로웠다.

 

그는 그동안 먹지를 못해 얼굴은 초채한 모습이었다.

 

아니 먹을려고 했지만 먹고 싶지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아내를 찾아야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엇일까?

 

아름다운 모습이 무엇일까?

 

그는 서재에 가서 술을 가지고 와 술을 마시면서 현관밖을 계속 쳐다보았다.

 

밤은 깊어지고 마음은 너무나도 괴로웠다.

 

날이 밝으면 아내가 멀리 떠난다고 생각하니 술을 마시면서 눈물을 흘렸다.

 

내 인생은 여기서 끝이란 말인가.

 

슬픔은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일으켜놓은 명예, 권력, 돈 나의 모든 것을 아내와 바꿀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바꾸고 싶었다.

 

아내가 없는 삶이 무슨 소용이 있다 말인가?

 

그는 술을 입술에 대는 순간 눈물은 술잔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는 건지, 눈물을 마시는

 

건지, 그렇게 술을 마시는 동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는 5일동안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해 몸을 가눌수 없을정도로 지쳐있었다.

 

거기에다 술에 절어 있었다.

 

그동안 아내에게 사랑스럽게 못해준 것이 너무나 후회스러웠고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괴로웠다.

 

그는 지나온 과거가 영화의 필름처럼 스쳐지나갔다.

 

지나온 과거가 아내는 나에게 모든 삶을 나를 위해서 살아왔었다.

 

그런 착한 아내, 내가 버렸으니...

 

그는 또한번의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고통의 눈물이었다.

 

잘 해줄껄, 잘해줄껄. 그는 한번 더 후회한다.

 

그런데 왜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는 하느님께 빌었다.

 

"오 하느님 제발 소원입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시기만 하면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세요.하나님."

 

그는 눈물을 흘리며 정성을 다해 애타는 마음으로 너무나 간절히 기도했다.

 

바로 그때였다.

 

현관문 밖에서 함박눈이 내리고 언덕밑 저 밑에서 부부처럼 보이는 한쌍이 여인을 등에

 

엎고 땀을 흘리며 힘들어 하면서 자기집쪽으로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바로 자기집 지하에 세들어 사는 부부였다.

 

그 남자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와서 자기 아내를 화단위에 앉히는 것이다.

 

그 아내는 남편이 앉을수 있도록 손으로 눈을 턴다.

 

"여보 여기 앉아요. 힘들죠."

 

"아니 힘들긴."

 

그 남편은 그 여인의 옆에 앉는다.

 

그리고는 손수건으로 그의 남편의 땀을 닦았다.

 

"여보 사랑해요."

 

그리고는 남편을 껴안았다.

 

그 여인은 양쪽 다리를 쓸 수 없는 불구자였다.

 

그 부부는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 교통사고가 나서 두다리를 못쓰게됐다.

 

그래서 두 사람이 외출할 때에는 남편이 업어줘야만 했다.

 

갑자기 머리에 번개처럼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캄캄한 암흑속에서 어디선가 한줄기 빛이 내려 오면서 세상을 환하게 밝혀 주는 것 같았다.

 

"아! 바로 이거야. 아내가 찾는 것이 여기에 있었구나."

 

그는 지금까지 피로하고 슬퍼했던 마음이 갑자기 사라지고 어디에선가 힘이 솟아났다.

 

아내를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기쁨은 너무나 벅찼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 !!!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는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기도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사실 그는 5일동안 그 모습을 몇번 보았지만 그는 지금까지 마음에 때가 묻어 몰랐던 것이다.

 

그는 차쪽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리곤 쏜살같이 차를 몰고 가는 것이다.

 

그는 고아원에 내려 뒷동산에 있는 벤취쪽으로 뛰었다.

 

"여보! 여보!"

 

여보라 부르면서 계속 뛰었다.

 

벤취에 도착하자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눈이 내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벤취위에 쪽지가 놓여져 있었다.

 

펼쳐보니...

 

"당신이 아름다운 모습이 무언지 알아오길 기다리다가 떠날 시간이 되어 공항으로 떠납니다."

 

하는 글귀만 적혀 있었다.

 

종이 쪽지에는 눈물이 한 두 방울 떨어진 흔적도 보였다.

 

아내도 간절히 찾아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안돼 당신은 떠나선 안돼. 안돼 안돼."

 

그는 큰소리로 외치면서 정신나간 사람처럼 차쪽으로 뛰었다.

 

"하나님 제발 소원입니다. 비행기가 뜨기 전까지 공항에 도착하게 해주세요."

 

그는 목숨을 살려달라고 하듯이 너무나 간절히 빌었다.

 

눈에 눈물이 핑돌면서 한두방울 눈물이 떨어진다.

 

아내없이 산다는 것은 생각하기 조차 싫었다.

 

아니 삶의 아무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여보라 부르짖으며 뛰어 내려갈 때의 심정은 절벽에 떨어 져서 한주먹 만큼 튀어 나온

 

돌뿌리를 잡아보려고 바둥바둥 거리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코너에 돌 무렵에 꽝 하고 다른 승용차와 받아버렸다.

 

눈도 많이 내리고 앞이 잘 안보여 길이 미끄러 지면서 남편이 중앙선을 침범하였기에 박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급한 나머지 지갑을 통채로 상대방 차에 집어 던지면서 외친다.

 

"죄송합니다. 지금 몹시 급해서 그러는데 지갑에 돈이 넉넉히 들어 있을 것입니다.

 

그것으로 다친 사람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차를 수리하시요.

 

나중에 다시 만나서 배상하겠습니다."

 

다시 시동을 건다.

 

상대방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지갑을 손에 쥐고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멍하니 쳐다보기만 한다.

 

남편은 돈보다 아내를 잡는것이 더 소중했다.

 

이마에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르고 공항으로 달리다가 피가 눈속으로 들어가자 그제서야

 

알아채고 팔뚝으로 쓱쓱 닦는다.

 

아내를 다시 찾는다는 것이 급하였기에 이마에 피가 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공항이 가까워지자 차가 서서히 서는 것이다.

 

왜 그런가 싶어 내려서 보니 사고가 난 후 기름통에 기름이 새어 도로위에 계속 흘렀던 것이다.

 

남편은 차를 도로위에 세워놓고 뛰기 시작했다.

 

"오- 하느님 제발 부탁입니다. 아내를 만나게 해주세요."

 

아내를 놓칠까봐 정신없이 뛰었다.

 

이윽고 공항에 도착하자 비행기 타는 곳으로 또 뛰었다.

 

그는 두리번 두리번 아내를 찾았다.

 

그는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애타는 마음으로 불렀다.

 

"여보! 여보! 당신 어디에 있소. 아름다운 모습을 찾았단 말이야."

 

그는 크게 외쳤다.

 

거기에 많은 사람들과 외국인들은 그를 쳐다보았다.

 

머리와 옷에는 눈이 묻어있었고, 얼굴은 땀과 피로 얼룩져 있었으므로 미친 사람이 아닌가

 

싶어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안내 방송에서는

 

"10시 일본 동경 비행기가 곧 출발합니다."

 

이 안내방송을 들은 남편은 숨을 헐떡이며 안내양에게 물었다.

 

"일본 동경 비행기가 어디에서 탑니까."

 

그러자 안내양은 인상을 쓰면서 불쾌한듯이 손가락을 위로 가르킨다.

 

"2층 중앙으로 올라가세요."

 

그는 있는 힘껏 2층으로 뛰었다.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 중인데도 사람들을 비집고 뛰었다.

 

"여보! 여보! 당신이 어디에 있소. 아름다운 모습이 무언지 찾았단 말이야."

 

출입구 쪽에 아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한발만 더 디디면 아내의 모습은 볼 수 없는 아찔한 순간이 었다.

 

"여보!"

 

남편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토록 절규하는 심정으로 크게 불러 본적이 없었다.

 

있는 힘껏 외치고 난 뒤 아내있는 곳으로 뛰었다.

 

아내는 뒤돌아 보았다.

 

자기 남편이 뛰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출입구 안에 들어갈려고 하니 표가 없다고 경비원과 안내양이 막았다.

 

오로지 아내를 다시 찾아야 겠다는 생각에 힘이 어디에서 숨어 있었던지 비켜 하면서

 

경비원과 안내양을 확 밀어 버린다.

 

안내양과 경비원은 쿵!하면서 엉덩방아를 찧는다.

 

남편은 아내에게 다가가서 손을 꽉 잡았다.

 

아내를 두 번다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여보 가지말아요. 제발부탁이니 나와 함께 같이 살아요. 당신없이 나는 못살아."

 

그는 애원하는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아름다운 모습이 무언지 알아오셨어요."

 

아내는 제발 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얼굴에 역력히 쓰여 있었다.

 

"우리집 밑에 세들어 사는 사람이 그 부인을 업고 오는 것을 보았소.

 

그리고 그 여인이 남편의 땀을 닦아주고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했소.

 

그것이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요."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눈물을 글썽거린다.

 

"맞아요. 그것이 아름다운 모습이죠."

 

그녀는 비행기표를 찢어버리고 남편을 부둥켜 안았다.

 

두사람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사랑의 눈물이었다.

 

"당신이 없는 동안 이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닳았소."

 

그말을 들은 아내는 다시한번 남편을 껴안는다.

 

그것을 본 많은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남편은 아내를 찾는다고 정신없이 뛰어다녔으므로 머리와 옷에는 눈이 묻어 있었다.

 

얼굴에도 피와 땀이 얼룩져 있었다.

 

아내는 놀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마에 피가 나요. 어디에서 다쳤어요."

 

"응, 당신 일본가지 못하게 잡을려고 차를 빨리 타고 오다가 약간 충돌이 있었서요."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한번 더 확인하고는 여보 하면서 껴안는다.

 

아내는 눈을 털어주고 손수건을 꺼내어 침을 뭍혀 남편의 얼굴을 닦는다.

 

그 침은 어느 물보다 어느 생수보다 순결하고 깨끗한 것이다.

 

"사랑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남편은 씨익 웃는다.

 

"나는 당신을 업고 집에까지 갈 것이요. 등에 업혀요."

 

아내는 좋아서 빙긋이 웃으며 많은 사람들이 보고있는데도 부끄럽게 생각되지 않았는지

 

남편에게 업힌다.

 

어릴 쩍에 아내가 남편을 업어줬는데 지금은 남편이 아내를 업어준다.

 

아내를 업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쳤다.

 

외국사람들도 통역관을 통해서 이야기를 들어서 알았는지 웃으면서 원더풀, 뷰티풀하면서 박수를 쳤다.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았고 깨닳았다.

 

저 부부가 아름다운 모습이다 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남편은 차를 버려두고 집에까지 업고 갈 것인지 계속 가고 있었다.

 

남편과 아내는 사람들이 보던 말던 그들이 어릴 때 자주 불렀던 누나야란 노래를 부르며

 

남들이 보아도 행복한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하늘도 그들을 축복하는지 하얀눈을 펄펄 내려주고 있었다.

 

그 눈은 어느때 보다도 따뜻한 눈이였다.

 

남편에게는 아내를 잃는것은 전부다를 잃는 것이고, 아내를 다시 찾은 것은 전부 다를 얻은 것이다.

 

남편은 어떤 부귀영화도 부러워 하지 않았다.

 

천하를 다 준다 하여도 다시 찾은 아내보다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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