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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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건네준 테이프...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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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경 [deepsky] 쪽지 캡슐

2000-07-12 ㅣ No.1418

어느날, 집으로 한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3년동안 사귀고 있던 애인에게 온 것이었다.

손이 떨려서 차마 뜯어볼 수가 없었다.

이별의 통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기 때문에...

 

20장이나 되는 그 길고 긴 이별편지를 뜯어 본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다음이었다.

3년동안의 우리의 사랑을 단 20장의 편지로 닫아버린 그 사람과 단지

학력의 차이로 나를 반대한 그 집 식구가 미워서 눈물이 쏟아졌다.

 

조퇴를 하고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오는 건널목에서 편지를 다시 꺼내보았다.

그때였다.

신호등이 바뀐것도 모르고 넋이 나가있다 급히 뛰는 바람에 건너편에서

건너오던 한 남자와 부딪히고 말았다

그리고 차마 남자에게 사과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나는 편지를

떨어뜨렸다는 걸 알았다. 며칠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편지속 남자가 미웠으면서도 그의 마지막 흔적을 잃어버렸다는 슬픔이 더 컸다.

 

그런데 하루는 집에 돌아와보니 작은 소포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뜯어보니 내가 잃어버린 이별편지와 테이프가 하나 들어있었다.

이별편지를 뒤로 하고 테이프를 틀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며칠전 건널목에서 부딪힌 한 시각 장애인입니다....’

남자는 나와 부딪히던 날, 지나가던 사람이 내 편지를 그 사람의 편지로

오인해서 건네주었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식구들에게 보여주고

그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다면서 편지 내용을 본 것이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남자는 내 편지를 뜯어 본 사과의 대가보다 휠씬 갚진 말들을 많이 해주었다

 

특히 마지막에 ’세상에는 사랑할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당신의 사랑을 원하는

사람에게 가십시오. 당신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길줄 아는 사람만이 사랑할 가치가

있습니다’ 라는 말은 무너졌던 나의 자존감을 다시 세우는데 큰 힘이 되었다.

 

보이지 않기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던 사람.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정말 사랑해야 할 사람은 3년전 헤어졌던 그 사람이 아니라 테이프에 목소리를 담아

보낸 그 시각장애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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