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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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함께 춤을 (Dances With Wolv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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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6-10-27 ㅣ No.793

 


존 던버의 테마 The John dunbar theme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 (Dances With Wolves)

    감독: 케빈 코스트너
    제작: 케빈 코스트너 (1990년)
    원작: 마이클 블레이크
    음악: 존 베리
    출연: 케빈 코스트너, 메리 맥도넬, 그레이엄 그린, 로드니 A. 그랜트




때는 남북 전쟁. 마치 진로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전쟁의 목적을 상실한
북군 장교 존 던바는 전투를 벌이고 있는 군인들 사이를 말을 타고 질주한다.
그때 양팔을 벌리는 던바의 모습은 마치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처럼 보인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 사건으로 북군은 전투에서 승리하고
던바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는다.



던바가 원한 곳은 인디언 부족들간의 전투가 계속되는 다코다 평원이었다.
던바를 자신의 출현을 못 마땅하게 여기는 인디언 수우족과 사이가 좋지 못했지만
수우족에 있는 백인 여성 "주먹쥐고 일어나"와 접촉하면서
점차 수우족과 교분을 쌓게 된다.









"주먹쥐고 일어나"는 인디언들에게 가족을 잃고
인디언들 사이에서 자라나 거의 인디언이라고 볼 수 있다.
점점 수우족과의 친분이 두터워지자 던바는
"늑대와 함께 춤을"이라는 인디언식 이름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주먹쥐고 일어서"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이젠 던바는 없고 수우족이 "늑대와 함께 춤을"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던바의 근무태만을 추궁하러 온 백인 병사들에 의해 배신자로 낙인 찍혀
사형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수우족 인디언 친구들은 그를 구해준다.
다른 부족과의 싸움과 백인들의 인디언 사냥으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겨울을 피해 거주지를 옮기는 수우족 사이에서 "늑대와 함께 춤을"은
자신의 존재가 그들에게 해를 끼칠것이라 생각해
아내 "주먹쥐고 일어서"와 함께 떠나는데...





이상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 영화는
두개의 완전히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이중적인 영화다.
정통성없는 독재 권력 집단이 종종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즐겨 사용하는
3S(섹스, 스크린, 스포츠) 정책처럼 케빈 코스트너가
숨통이 확 트이는 서부의 광활한 풍경을 무기로
인디언 학살 영화를 망각하게 만들려는 음모를 품었다고해도
우리는 그에 속을 수 밖에 없다.
아니 솔직히 기꺼이 속아 넘어갈 것이다.
그만큼 진작에 우리곁에서 사라져 가고있는 자연의 모습을
시각과 뇌속에 저장시키려는 본능은 큰 것이다.





이영화가 노리는건 다른게 아니다.
케빈 코스트너가 드러낸 하얀 엉덩이도,
인디언과 백인이 서로에게 동화될 수 있다는 가정도 아닌
버팔로들이 부연 먼지를 일으키며 끝없이 질주하는 서부 광야를
필름으로 보여주려는 것이다.
다행하게도 그 버팔로 헌팅 장면은 아이맥스 영화보다도 재미있다.





케빈 코스트너는 감독으로의 첫 출발이 좋았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으니 말이다.
감독상 외에도 작품상, 각색상, 촬영상, 음악상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배우 코스트너 보다 감독 코스트너가 더 재능있어 보인다.
최근 <3000마일>의 악역으로 연기 변신을 했다지만 그가 연기해 오던
미국인의 우상 이미지는 해리슨 포드와는 달리 정겨움이라고는 찾기 힘들다.



촬영을 맡은 딘 세뮬러의 솜씨에 감탄이 절로 우러 나온다.
그는 <매드 맥스> 시리즈로 명성을 얻었다.
마치 카메라에 초고속 모터가 달린 것처럼 탁 트인 공간을 질주하는 카메라를 보면
몸에서 엔돌핀이 솟아 오르는걸 느낄 것이다.
존 배리의 타악기와 현악기가 주를 이루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곡도
박력 넘치는 딘 세뮬러의 카메라에 힘을 더해 줬다.



이 영화에서 푸른 초원과 광활한 자연을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것은
마지막 인디언 추장의 편지였다.
피어슨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지역에 살던 인디언들에게
보상금을 줄테니 그 땅을 비워달라는 제의를 했었는데,
그 부족 추장이 대통령에게 보낸 답장 편지를 보내왔다.
그 편지에서 일자무식의 한 인디언 추장이 문명사회에 던진 멧시지는
150년 정도가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유식한 문명인들의 뒷통수를 때렸던
명문으로 알려져있다.
(다음은 그 편지에서 발췌한 글이다)



당신은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말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늘을 어떻게 사고 팔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우리 인디언들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이 공기의 신선함과 물의 반짝임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진대,
그것을 어떻게 사고 팔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땅의 모든 것은 우리 부족에게 신성합니다.
빛나는 소나무 바늘잎, 모래 강변, 숲 속의 안개, 푸르른 초원, 계곡의 물보라,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들이 모두 우리의 기억 속에서 성스러운 것들입니다.
우리는 이 땅의 분신이고 또한 이 땅은 우리의 분신입니다.
향기짙은 꽃들은 우리의 자매이며, 곰과 노루, 큰 독수리는 우리 형제들입니다.
개울과 강에서 흐르는 반짝이는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고
우리 조상들의 피와 같은 것입니다.
그 물의 속삭임은 우리 아버지의 목소리고 강은 우리의 형제입니다.
강은 우리의 갈증을 풀어줍니다.
강은 우리의 카누를 운반해 주고 우리 식구들을 먹여 살립니다.
또 공기가 우리에게 귀중하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요.
우리 할아버지에게 첫 숨을 주었던 저 바람은 그의 마지막 숨을 받아 갔습니다.
그 바람은 다시 우리 자손들에게도 생명을 불어넣어 줍니다.

백인들의 도시에는 조용한 곳이라곤 없습니다.
아무데서도
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며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아마 내가 야만인이어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만
백인들의 소음은 내 귀를 상하게 합니다.
만일 사람이 쏙독새의 아름다운 노래소리나
밤의 연못가에서 개구리 울음을 듣지 못한다면
우리들 인생에 남는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당신들께 땅을 팔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결국 총을 들고 우리 땅을 빼앗아 버릴 것임을 압니다.
만일 우리가 땅을 판다면
우리는 당신이 약속한 인디언 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을
그 댓가로 확보하게 될 것이고,
우리 부족은 거기서 남은 생애를 마치게 될 것입니다.
지상에서 마지막 인디언들이 사라지고
오직 광야를 가로질러 흘러가는 저 구름의 그림자만이 남더라도
이 해변들과 숲들은 여전히 우리 부족들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부족은 갓난아기가 엄마의 심장에서 들려오는 고동소리를 사랑하듯
이 땅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땅을 당신에게 팔기로 한다면,
당신은 우리가 그 땅을 사랑하듯 사랑하고 우리가 보살피듯 보살피며,
그 땅에 대한 기억을 지금의 모습대로 간직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모든 힘과 능력, 모든 정성으로 당신의 자녀들을 위해서
그 땅을 보존하고 또 신이 우리를 사랑하듯 그 땅을 사랑하십시오.
당신의 신도 우리의 신과 같은 신이라는 한 가지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신에게 있어서 대지는 소중한 것입니다.
백인들일지라도 공동의 운명으로부터 제외될 수는 없습니다.



지상에서 마지막 인디언들이 사라지고
오직 광야를 가로질러 흘러가는 저 구름의 그림자만이 남더라도,
이 해변들과 숲들은 여전히
우리 부족들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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