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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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유혹과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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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20.86.46.*]

2008-03-29 ㅣ No.6508

본인께서 거의 결정을 하신듯이 보이기 때문에, 굳이 천주교를 끝까지 고집해서 권유해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만, 제가 경험한 것에 비추어 볼 때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유혹과 시련은 딱 한 가지 방향으로 결론이 난다고 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물론 이것은 이런저런 경험들을 통해서 보더다라도 제 경우에는 결국 아직까지 천주교 내에 남아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전제적인 요소가 들어있습니다만,
내가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에, 맞이하게 되는 유혹과 시련은 그렇게 당하지 않는다면, 내가 선택한 것, 혹은 그 길이 가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반적으로 사순시기에 특히 여러가지 계획을 세우고 나름대로 어떤 희생을 각오하지만, 실제로는 사순시기가 끝나기까지 순조롭게 계획대로 가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대게 일주일, 혹은 몇 주 가다가 꼭 장애물을 만나고, 그 장애물이 때로는 결코 부정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짐한 바와 대치되는 것들도 있어서 결국에는 몇 번씩 꺾이고 부러지고 자빠지고 나뒹굴다가 성주간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실패를 맛보면서 처음에는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혹은 "공연히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운 내가 잘못인게야"하고 생각했습니다만, 사순시기에 그만한 희생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맞이하게 되는 부활이 크게 와닿지도 않았고, 뭔가 찜찜한 것들이 있더군요. 그렇다고 또 무엇인가에 도전하려고 하면, 꼭 그 때마다 내 앞을 가로막는 것들이 꼭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내가 하느님을 믿듯이 하느님의 반대되는 세력으로서 악마도 존재할 것인데, 그 악마 입장에서 보자면 내가 하려는 그 무언가가, 사실 나라는 존재는 별것도 아니면서 내가 하려는게 대체 얼마나 가치가 있길래 이토록 자꾸 방해를 놓는가"하는 것입니다.
즉 인간은 별것도 아닌 존재겠지만, 그 인간이 하려는 것이 하느님과 관련지어서 뭔가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마귀의 입장에서 보자면, 오히려 방해할 가치가 있는 것.... 말하자면 마귀는 방해할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면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받는 유혹이 크고 시련이 클수록 그것에 대한 열매가 큰 이유는 마귀도 내가 하고자 하는 그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가를 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 보더라도 군인들, 정치가들 입자에서 볼 때에 대학생들이 데모하고 그러는게 뭐 그리 대단했겠습니까? 어린 것들이 뭘 안다고 ... 그렇게 치부할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간첩단 사건까지 만들면서 그렇게 뜯어말리려고 했던 이유는 단순한 폭동정도를 두려워 해서가 아니었지요. 다른 국민들이 무엇인가를 알게되는 것과 그리고 거기에 동조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어린학생들을 고문해서 죽여가면서까지 그렇게 박해를 했던 것이지요. 지금같으면 학생들이 요전번에도 등록금문제때문에 집회를 했습니다만, 그런 문제 아니고 정치문제같은 것을 가지고 데모하거나 그러면 요즘같아서는 누가 관심이나 가집니까? 당연히 정부에서도 별로 신경쓸 필요가 없지요. 오히려 공권력이 남용된다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경찰력이 투입되거나 하는 경우는 뭔가 숨기고 싶은게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지요.
 
그러는 것처럼 내가 하려는 무엇인가가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에 마귀도 자꾸 뎀비는 것입니다. 내가 하느님을 보지 않고 다른 것에 휘둘려서 하느님을 망각하도록 자꾸 유혹이나 시련이 옵니다. 그러다가 내가 하느님만 바라보고서 only하느님!! 하게 되면 더더욱 거세게 유혹과 시련이 오는데, 내가 스스로 하느님을 멀리하면 언제 그랬냐는듯 유혹과 시련이 가십니다. 이제 내가 선택한 방향은 마귀입장에서 볼 때에 그만큼 가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분명히 신내린 사람들 경우에 특히 그런 경우들을 적쟎게 들었습니다. 교리반다닐 때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세례받는 날 되면 계단에서 구르고 교통사고나고 그래서 3년인가를 성당다니려고 하다가 결국에는 포기하고 무당이되었다는 사람의 기사를 정보지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시는 분의 친구분도 세례를 받았는데도 자꾸 신이 내려서 머리가 아프고 나뒹굴고 그러다가 성당에 들어가서 기도하려고 애쓰고 그러면 또 가라앉았다가 또 그러기를 반복한다고 그럽니다.
 
내가 순탄하게 별 문제없이 살고 있다면, 때로는 정말로 이제 뭔가를 이루었기 때문에 한시름 놓고서 살아도 될 때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고생할 만큼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으로 문제를 별로 느끼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산전수전 다 겪어서 이제는 나한테 불어닥치는 문제들이 별로 크게 보이지 않게 되는, 말하자면 면역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넘지도 못했으면서 순탄한 길을 찾았다면, 그길은 길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멀리 돌아돌아 결국에는 갈 수 있듯이 보이다가도 이상한데로 가버리는 그런 길일 가능성이 큽니다. 꾀부리다가 이상한 결과가 나는 경우가 가끔 있지 않습니까? 지금은 제대로 가는 것 같아도, 나중에 가서 보면 "이게 아닌데" 하는 경우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가려고 하는데 자꾸 문제가 생겨서 정말 이걸 포기해야 했다고 한다면, 그만한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나중에 언젠가 크게 후회가 되더라도 절대로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나 자신에 실망하지 않고 그때는 어쩔 수 없었음을 자각하면서, 그때가 되서 후회가 되는 그 방향으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때"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방향을 틀 수 있는 용기를 저축해 놓으셔야 합니다. 그 용기와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사용하지 않고 잘 넘어가게 되면 상관없습니다만, 내가 스스로의 결정으로 발을 담그지 않았던 일일 수록 그 열매는 더 크게 보이는 법입니다. 아예 무관하면 그냥 무시할 수나 있지만, 내가 한 번 맛을 봤었는데 그 때는 피했다가 나중에 뭔가 크고 좋은게 되고 나면 그 때가서 많이 후회를 합니다. 특히 재산에 대해서 많이들 그러시지요. 20년 전 그 때 친구한테 땅사놓으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때 끼니를 걸르더라도 샀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지금 부자됐을텐데... 그런 후회는 누구나 다 합니다. 하지만 진짜로 제대로 가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후회될 만한 껀수를 남기지 않습니다. 후회가 될 만한 일이 생겨도 자책하느라고 현재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또 그 시점에서 긍정적인 관점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합니다.
 
하여간 뭐 그런게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만, 본인의 인생, 본인께서 알아서 선택해 가시는데 대해서 저는 뭘 말씀드릴만한게 없으면서도 너무 길게 글을 썼네요. 제가 생각하는 건 그렇습니다. 누구나 조금이라도 더 가치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 합니다. 누구라도 더 남들에게 대우받으면서 살고 싶어하고 존경도 받고 싶고 그럽니다. 그런데 내가 나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 놓지 않고서 남들에게 대우와 존경을 강요할 수는 없지요.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아픔도 필요합니다. 인생이라는게 그런거 더군요. 저도 나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대강 그런게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님께서도 부디 본인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에 가깝게 살 수 있는 분 되시길 바라겠고, 그 이상을 잘 일궈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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