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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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의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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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덕 [itsjesus] 쪽지 캡슐

2000-11-25 ㅣ No.2123

* 눈물의 편지 *

 

『「여보 나 왔어」 하는 당신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아, 현관문 잠그고 잠자리에 들 때마다 당신께 미안해요. 아침부터 머리감고 예쁜 옷 입고 당신이 사주신 호박 목걸이 걸고, 종철이도 자고 있는데 혼자 일찍 왔어요.』(아내 김정자)

 

『생전에 네가 보지 못했던, 그러나 이름지어 주고 간 너의 딸, 여기 왔으니 안지는 못해도 바라보기라도 하렴. 아버지는 웃고 먹고 자는 것조차 너에게 미안할 따름이다.』(아버지 김동선)

 

이승과 저승의 다리를 놓는, 답장없는 편지들. 먼저 간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빠, 엄마, 누나 동생에게 보내는 가족들의 편지 193통을 묶은 책 「눈물의 편지」(넥서스)가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을 친다.

 

「천국」이라는 주소로 「하늘나라 우체국」에 부치는 이 편지들은 유족들이 벽제, 용미리 등 서울시가 관리하는 다섯개 납골당 비망록에 남긴 육필 기록이다. 때로는 피눈물을 잉크 삼아, 때로는 사무친 그리움으로, 때로는 회한의 떨리는 손으로 써내려 간 절절한 사연들.

 

『마음은 항상 곁에 있지만 당신 모습 보이지 않으니, 사무치게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을 어떻게 보여 드릴까요.』(아내 이상진)

 

유족들은 함께 했던 사람이 훌쩍 떠나고 남은 「빈 자리」가 너무 커서 운다. 『어디 한 곳이라도 당신과 같이 안 가본 길이 없어서, 너무나 생각이 많아져 일하다가도 눈물을 참느라 천장을 자주 쳐다보고 참아.』(아내 김명순)

 

『눈물이 앞을 가려 생각과 글씨가 잘 안돼. 저녁 늦게 현관문 열리는 소리만 들려도 「아, 아빠다」 하는 생각이 번뜩 나고, 뒷모습이 아버지랑 닮으신 분만 봐도 「아빠다」 라는 생각이 납니다. 아빠 그리워요, 너무나.』 (딸 이주미)

 

병상의 남편, 아내에게 좀 더 잘해 주지 못한 아쉬움은 사무친 한으로 남았다. 『당신이 떠나기 전 2개월, 내가 당신에게 했던 모진 말들 때문에 나는 병들어 갑니다. 내 마음은 병듭니다. 그러나 나는 마음속 깊이 당신을 사랑했습니다.』(아내 이옥지)

 

살아서 못 다한 애틋한 정을 표현하던 유족들은 사랑했던 사람 앞에서 어린애가 된다. 『당신이 내 마음속에 있는 한 난 언제나 소년이라오. 당신의 향기가 그리울 때 또 오겠오.』(남편 장인덕)

 

『우리 할머닌 글을 못 읽어요. 그러니 글 읽을 수 있는 다른 어르신이 대신 좀 읽어주세요』 (손녀 박군혜)

 

간절한 그리움은 비원의 절규로 변하고, 생과 사를 넘나든다. 『천국에서 당신 볼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만 다 결혼시키면 당신 곁으로 가고 싶네요.』(아내 윤춘미)

 

『아빠 내가 정말로 아빠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뭔 줄 알아. 아빠를 정말 사랑한다고. 그래서 더 미안하다고. 한번도 이런 말하지 못하고 그렇게 보내드려서 너무 미안하다고.』(딸 박지애) 『아빠 가끔 집에 와. 한번만 딱 아빠 품에 안겨보고 싶어』(딸 이승미)

 

-http://www.yehwa.org, 채수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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