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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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님! 자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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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5-05-23 ㅣ No.11027

5월 24일 연중 제8주간  화요일-마르코 복음 10장 28-31절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또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의 복도 백배나 받을 것이며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형제님! 자매님!>


벌써 20년도 더 지났네요. 청운의 꿈을 품에 안고 부모님께 하직 인사를 올리고 집을 떠날 때 제 모습은 볼만했습니다. 어디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비장한 각오로 수도원 문을 들어섰지요. 너무나 거창한 다짐 때문에 마음까지 다 숙연해졌습니다.


“이제 나는 세상과는 끝이다. 이제 나는 하느님 앞에 혼자다. 하느님만이 내 생의 전부다. 절대 고독 속에 그분만을 섬겨야지. 오로지 기도와 희생, 봉사에 전념해야지!”


그러나 몇일 살아보니, 펼쳐지는 상황은 상상과는 딴판이었습니다. 목숨 걸 일도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피붙이 이상으로 정겨운 또 다른 수많은 식구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한없이 자상하시고 인자하신 아버지 같은 원장 신부님, 어머니같이 섬세하신 경리 수사님, 친 형 같은 선배님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친 동생 같은 아이들, 또 수많은 또 다른 가족들이 저를 환대해주시더군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또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백배의 복을 받을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온 몸으로 체험하며 수도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떠난 빈자리의 공백으로 고생하시는 친부모님, 친형제들에게는 참으로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정녕 예수님의 말씀은 글자 그대로 진실이었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가족을 버린 사람은 백배의 복을 받을 것이다”는 복음구절을 가지고 그리스도인들을 놀려먹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리스도 신자가 된 자네는 좋겠네. 나중에 100명의 아내를 거느릴 것이니, 미리 축하하네!”


조롱 삼아 툭툭 던지던 그들의 농담 속에는 진리가 담겨있었습니다.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신비체,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소속된 신자들은 영적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실제적인 종교적 인척관계가 성립됩니다.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 모두 한 형제자매가 된다는 말입니다.


주일미사에 나오는 그 수많은 사람들, 바빠서, 어색해서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던 그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우리의 한 형제요 자매인 것입니다.


그래서 가톨릭 신자끼리는 서로 서로에게 “형제님, 자매님”하고 부르지요. “형제님! 자매님!”, 이런 호칭을 처음 들을 때면 왠지 뭔가 어색하고 촌스럽고 그렇지요. 그러나 자꾸 듣고 익숙해지면 들을만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인 공동체, 예수님의 사랑 안에 모인 공동체 모든 구성원들이 최종적으로 지향할 바는 마치도 혈육을 나눈 한 형제처럼 지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삶은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 모릅니다.


역사가 꽤 오래 된 한 소규모 봉사단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특징은 결속력이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 본당에 소속되어 신부님의 지도를 받는 모범적인 단체입니다.


이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은 서로를 친형제자매처럼 바라봅니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까지 포함해서 서로 자주 왕래하고, 서로 대소사를 챙겨주고, 끔찍이도 서로를 챙겨줍니다. 그러다보니 다들 그 단체에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100여명이 한 가족이 되는 것입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모인 그 특별한 ‘대가족’을 떠올릴 때 마다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주님이 중심에 자리 잡고 계시기에, 주님 말씀이 늘 그 모임을 인도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도 지연을 따지고, 혈연을 따지고, 출신학교를 따지고, 성씨를 따지는 참으로 복잡한 우리 문화입니다.


이런 전통 안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출신성분을 막론하고 모두 한 형제자매로 여기는 그리스도교적 사고방식은 참으로 멋진 것입니다. 진정 가치 있는 생활양식입니다.


만민을 모두 한 형제로 여기고, 단 한 사람도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기를 원치 않으시는 크신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오늘 하루 우리도 보다 큰 이웃 사랑의 실천을 계속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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