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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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소 아홉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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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수 [fr1004] 쪽지 캡슐

2000-10-25 ㅣ No.1969

 

나의 능력이 된다면 이런 사랑을 하고습니다...

 

암 소 아 홉 마 리

 

·····한 의사가 아프리카 어느 외진 마을에서 의료봉사를 했는데 이

마을은 교통과 통신이 불편할 뿐 그 자체로는 매우 풍요로운 마을이었습니

다.

 

·····목축과 농사를 주로 하는 이 마을에서 의사는 금방 마을 사람들

과 친해졌고, 특히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귀향한 젊은 청년 한사람과는 친

형제처럼 친해졌었다고 합니다.

 

·····이 청년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선진 영농기법과 축산기술을

배워 이 마을에서도 가장 부유한 축에 끼었고, 장차 커다란 기업을 일으켜

빈곤에 허덕이는 조국의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꿈을 지닌, 그야

말로 장래가 촉망받던 청년이었습니다. 당연히 혼기가 늦어진 이 청년의 결

혼에 대해 사람들은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결혼을 하려는 청년이 가축을 끌고 처녀의 집에

가서 장인 될 사람에게 <이거 받고 딸 주쇼> 라고 청혼을 해야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정말 훌륭한 신부감에겐 살찐 암소 세 마리를 주는데 이 <암소

세 마리>는 이 마을이 생겨난 이후로 단 두 사람뿐이었다고 합니다. 좋은

신부감에게는 보통 암소 두 마리를 주면 청혼이 승낙되고 보통 신부감은 암

소 한 마리 정도면 승낙이 되는데, 그 암소가 살찐 암소냐 아니면 늙은 암

소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청년의 <사모하는 정도>에 달렸습니다.

 

·····대개의 아낙네들은 빨래터나 우물가에 모여 앉아서 누구는 염소

두 마리에 시집온 주제에 잘난 체를 한다는 둥 내가 이래봬도 암소 두 마리

였어 라는 둥 입방아를 찧었는데, 이렇듯 시집 올 때의 청혼선물의 과다에

따라 여인의 몸값이 정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었습니다.

 

·····이 의사가 어느 날 피곤한 하루 일을 마치고 잠시 창가에 앉아

차 한 잔을 하면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길거리가 떠들썩해지기 시작해서 밖

을 내다 보니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노래하고 소리쳐 축복의 말을 하

고 있는 가운데 자기가 매우 친하게 지내는 바로 그 청년의 모습이 나타났

습니다.

 

·····결혼하고 싶어하는 청년이 소를 끌고 집을 나서면 보통은 그 친

척들과 친구들이 뒤를 따라가며 어느 집으로 가는지를 확인하고 축하해주

며 청혼 사실과 승낙여부에 대한 증인이 되어주는데, 이 부자 청년에 대한

마을의 기대를 반영하듯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나와 이 청년이 어느 집으

로 갈 것인가를 궁금 해하며 뒤를 따라가다 보니 마치 동네 축제처럼 행진

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이 청년이 몰고 나온 청혼 선물은 놀랍게도 <살찐 암소

아홉마리> 였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놀라서 술렁댄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도 그럴 것이 아홉 마리의 암소면 그 동네에선 당장에라도 팔자가 늘어진 <

있는 축>에 낄만한 재산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청년은 마을 촌장의 집도 지나가고, 바나나 농장의 지역 유지

의 집도 그냥 지나치고, 이 마을 학교 여선생네 집도 그냥 지나치면서 흙먼

지 일어 나는 길을 계속 걸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더니 어느 허름한 집 앞에 멈춰 서서는, 경악

을 금치 못하는 촌장과 촌장의 날라리 딸, 바나나갑부와 갑부의 오동통한

셋째 딸, 눈물을 철철 흘리는 여선생 등등의 커다랗게 열린 동공 앞에서 남

루한 노인의 집 기둥에 아홉 마리 암소의 고삐를 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노인의 딸에게 청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노인의 딸은 말라깽이에다가 키가 너무 크고 병약한

외모에다가 마음까지 심약해 늘 고개를 숙이고 걷다가 자기 그림자만 보아

도 깜짝 깜짝 놀라곤 하는 전형적인 염소 두어 마리 짜리 처녀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청년이 미쳤다고 수군대기 시작하였고, 심지어는 그 처녀가 마법

으로 청년을 홀린 것이 틀림없다는 소문까지 돌게 되었습니다.

 

·····이 의사는 본국에 돌아온 뒤에도 그 청년이 왜 아홉 마리의 암소

를 몰고 그 보잘것없는 처녀에게 청혼을 하였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였습니

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젠 중년이 된 의사는 다시 한번 그 마을로

휴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 마을에서 이젠 어엿한 기업가가 된 <그 청년>

을 다시 만나게 되어 정답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시면서 의사는 물었습니다. 당신의 그때

그 행동은 정말이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며 그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

습니다.

 

·····사업가는 빙긋 웃을 뿐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이 의사의

궁금증만 더욱 커져 갈 즈음에 찻물을 가지고 한 여인이 들어왔습니다.

·····의사는 많은 백인 여자와 흑인 여자를 보아왔지만 이처럼 아름답

고 우아한 흑인여인을 본 일이 없었습니다. 그 우아한 자태와 유창한 영

어,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미소까지…

 

·····아득해진 정신을 수습한 의사는 속으로 ’아∼, 이 사람이 그 때

의 말라깽이 처녀 말고 또 다른 아내를 맞이했구나. 하긴 저 정도는 되어

야 이 사람과 어울리지’ 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청년 사업가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찻물을 두고

나가는 아름다운 여인의 뒷모습을 그윽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말을 시작했습

니다.

·····"선생님, 저 사람이 그때의 그 심약했던 처녀입니다."

·····"켁!! 정말로요?" 의사는 아연실색하였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의사를 바라보면서 청년 사업가는 말을 계속 해

나갔습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 사람을 사랑했었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하던 긴 세월 속에서도 저 사람의 맑고 고운 눈동자를 한시도 잊을 수

가 없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저 사람과의 결혼을 꿈꿔왔습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우리 마을에선 청혼의 관습 때문에 몇 마

리의 암소를 받았느냐가 여자들의 세계에선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우스꽝스

럽다 여겼지만 그런 관습을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저도 청혼을 위해선 가축

을 몰고 가야만 했습니다.

 

·····"사실 제 아내는 한 마리의 암소면 충분히 혼인 승낙을 얻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청혼의 순간에 몇 마리의 암소를 받았느냐가 평생의

자기가치를 결정 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사무치는 제 소중

한 감정입니다. 저는 제 아내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한 두 마리의 암소

값에 한정 하고 평생을 사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세 마리를 선물하면 그 옛날 세 마리를 받았던 훌륭했던 사람들

과 비교될 것이고, 그러면 제 아내는 또 움츠려들지도 모르기 때문에 저는

세 마리를 훨씬 뛰어넘는 아홉 마리를 생각해낸 것입니다.

 

·····"처음에 아내는 아홉 마리의 암소 때문에 무척 놀란 듯 했습니

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흐르고 제 사랑의 진정함을 느끼게 되자 아내는 아

홉 마리의 암소의 가치가 과연 자신에게 있는가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어느 날 제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저는 너무도 부

족하지만 당신이 몰고 온 아홉 마리 암소의 의미를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

아요.>

 

·····"아내는 그 후로 자신의 가치를 아홉 마리에 걸맞게 하려고 노력

했던 것 같았습니다. 항상 저의 사랑에 대한 자신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공부를 하거나 외모를 꾸미는 것을 권장하지 않

았고 다만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한다라고 이야기 해주었음에도 불구하

고 아내는 점점 아름다워져만 갔습니다.

 

·····"저는 아내의 예전의 모습이나 지금의 모습이나 똑같이 사랑하지

만 아마도 아내는 그전의 모습보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더욱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지금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다니 저도 만족스럽습니다.

 

·····"제가 아홉 마리의 암소를 몰고 간 것은 아홉 마리의 가치를 주

고자 했던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 것 또한 하나의 틀이기 때문입니다. 저

는 그 가치 부여의 틀을 뛰어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아내를 이 세

상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마음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나서 하는 말이지, 사실은 제 아내와 장인은 제가 맨

몸으로 왔어도 제 청혼을 받아 들였을 것입니다. 그 일가의 맑은 영혼을 저

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 아내는 이 마을의 전설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엔

수군거리던 아낙들도 제 아내의 요즘 모습을 보면서 모두들 자신의 일인 것

처럼 아내의 밝은 미소를 사랑해줍니다. 언젠가는 이런 관습이 사라지겠지

만 이런 정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에게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

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으려면 최고의 가치를 스스로에게 부여해야

합니

다. 그 것이 제 <아홉 마리 암소>의 이유였습니다."

 

·····긴 이야기가 끝난 후 이 의사는 말없이 사업가의 손을 잡았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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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아니죠..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

사랑하렵니다..

그러고 싶습니다..

그럴 능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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