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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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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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0-07-15 ㅣ No.57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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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목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 마태오 11,28-30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환대의 주님>

 

 

    형제들과 함께 강가로 소풍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가까워오니 벌써 어떤 분들, 이때다 하며 한몫 보시려고 마음 단단히 잡수신 분위기입니다. 웬만큼 쉴만한 물가는 사용료를 지불해야하는 평상으로 빼곡합니다.

 

    평상을 빌릴 처지는 아니고, 사람들도 별로 없기에 평상 바로 밑에 깔개를 펴고 둘러앉았습니다. 카드 한판 끝나기도 전에 무섭게 생긴 관리인이 달려오시더니, 한철 장산데, 이러시면 어떡하냐며, 닭백숙을 시키든지, 아니면 사용료 3만원을 내든지, 아니면 당장 꺼지라고 하시네요.

 

    할 수 없이 강줄기를 따라 더 올라가보니, 인적도 없고, 관리인도 없고, 꽤 괜찮은 물가가 있어서, 이게 웬 떡이냐며 즉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시 카드놀이를 시작하는데, 왠지 불안하다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호루라기까지 불며 달려와서 사유지라며 쫒아내는군요.

 

    잠시였지만 이리저리 내쫒기는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 천덕꾸러기가 되어 내몰린다는 것, 참으로 기분 씁쓸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은 환대의 주님이십니다. 선인이든 죄인이든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고 기쁜 얼굴로 환영하시는 넉넉한 주님이십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그 누구도 차별대우하지 않으시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시는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보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우리의 주님은 특별히 삶이 꼬이고 꼬여가는 사람들의 피난처입니다. 우리의 주님은 특별히 캄캄한 밤길을 홀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위로자이십니다. 우리의 주님은 너무나 큰 고통에 짓눌려 울고 있는 사람들의 다정한 친구이신 주님이십니다. 우리의 주님은 사방이 넘지 못할 막다른 높은 담으로 꽉 막힌 사람들의 희망이신 주님이십니다.

 

    우리의 주님, 너무나 감사하게도 사방이 꽉 막혀 꼼짝달싹 못하는 우리에게 또 다른 문 하나, 생명의 문 하나를 활짝 열어주시는 구원의 주님이십니다.

 

    혹시라도 지금 철저한 소외감에 휩싸여 계십니까? 혹시라도 지금 큰 걱정과 근심이 시달리고 계십니까? 혹시라도 지금 등 뒤에 지워진 십자가의 무게가 천근만근입니까? 혹시라도 사방이 꽉 막혀있습니까?

 

    그렇다면 방법은 오직 하나입니다. 해결사이신 주님께로 나아가십시오. 친정엄마 같으신 그분께로 나아가십시오. 그분께로 나아가기만 한다면 그저 짠한 얼굴로, 그저 환한 얼굴로 맞아주시는 환대의 주님이 바로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보기만 봐도 안심이 되는 우리 삶의 등대이신 주님, 다가서면 너무나 가슴 훈훈해지는 벽난로 같은 주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때로 외롭고, 때로 슬프고, 때로 고달픈 순간도 많았지만,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오직 한 가지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주님.

 

    오늘 우리 교회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힘든 사람들 무조건 다 내게 오라며 크게 손짓하시는 환대의 주님을 닮은 우리 교회, 생각만 해도 마음 푸근해지는 고향 같은 우리 교회, 남은 내 인생 완벽히 책임져줄 따뜻한 둥지 같은 우리 교회...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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