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홍)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 순교자 기념일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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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부님께 고백하고 싶은게 있습니다. 그리고 답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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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ㅣ No.6792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에 사는 한 학생입니다.
영국 런던 근교에 한인성당이 있어 그 곳에 다니고 있습니다.
(몇 주 동안 안나갔는데 이거때문에 답을 안해주실건 아니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신부님, 제가 영국에 작년에 처음 왔을 때에는 정말 모든게 힘들었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었고, 영어도 익숙하지 않았고, 왠지 백인사회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한참 사춘기가 진행되던 때여서 더욱 외로움과 힘듦을
느낀것 같습니다. 이런 작년 봄과 여름에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학원 비슷한 곳을 다녔는데요,
거기서 한 일본인을 만났습니다. 저보다 열 한살이나 나이가 많은 누나죠.
 
사실, 이 누나가 지나치게 저는 좋았습니다. 나중에는 이 누나 얼굴보고 싶어서 학원을 다닐 정도였죠.
사람들 말로는 콩깍지가 끼었다고 했는데 처음엔 저도 진짜 그랬답니다.
정말 이 누나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보였죠...
그렇게 해서 어떻게든 이 누나도 나를 누나에게 특별한 존재로 어필이 되고싶었습니다.
항상 그 것에 대해 고민했었죠.
 
그런데 이 고민이 저를 정말 악한 짓을 하게 만든것 같습니다.
우연히 같이 이야기를 하던 어느날, 누나가 저에게 사실 당신에게는 동생이 있었는데 몇년전에
죽었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하느님을 이뻐하고 사랑하고 싶지도 않고
사랑할 수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그냥 끄덕거리고 넘어갔다면 지금까지 괴로워할 일은 생기지 않았겠죠.
그런데, 왠지 이 순간이 기회다 라는 생각에 엄청난 짓을 저질렀습니다.
거짓말을 쳤습니다. '나도 위에 누나되는 사람이 있었는데, 몇년전에 세상을 떠났다. 나도 하느님이 미웠지만 이미 하느님이 거둬갔고 난 하느님을 직접 볼 수도 없으니 하느님께 따질 수도, 하느님을 때리고 하느님과 싸울 수도 없다는걸 늦게나마 깨달았다. 그래서 하느님께 이야기했다. 데리고 갔으니까 나 대신 절대로 우리누나한테 잘 해줘야 한다고..' 이렇게 말을 했더니, 그 누나가 우시더군요.. 그러면서 인생의 빛을 봤다고, 니가 정말 사랑스럽다고...
 
원하던걸 결국 저는 얻었습니다. 벌써 1년이 지났고, 우리 둘 다 학원을 떠나, 저는 학교에, 누나는 꽃꽂이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런 지금까지 저는 이 누나에게 사랑을 듬뿍받고 있습니다. 저 거짓말 한 마디 '덕분에'.
저는 처음에는 제가 얼마나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제가 무슷 짓을 저질렀는지 조금씩 실감이 나더군요.. 결국 저는 사실 제가 태어나기 2년전에 태어나 정확히 한달 살다간 우리 누나를 욕보였고, 그 일본인 누나는 말 그대로 '농간'했고, 하늘에 계신 그 누나의 동생의 죽음과 그 동생을 욕보였습니다.
 
처음엔 애써 합리화 하고 싶었습니다. '잘못한건 맞지만 한 사람의 신앙을 내가 심어줬으니까.' '결국 하느님 양 한마리 내가 찾아준거니까..' 혼자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렸죠.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제가 제 잘못을 알게 되더군요.
 
이런 짓을 벌인게 작년 9월 말입니다. 누나는 원래 작년 5월에 와서 이번 3월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어학연수를 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거짓말을 한 후, 저는 제가 이 누나에게 제가 얼마나 심적으로 의지하고 있는지 알았기에 매일같이 하느님께 빌었습니다. '누나 없이는 죽으니까 제발 누나 조금만 더 남게 해달라고, 내가 홀로설 수 있을때까지 누나 내 옆에 있게해달라고....' 하느님께서 제 기도를 이번 1월에 들어주시더군요. 누나는 꽃꽂이 과정을 영국에서 1년 반 정도 받겠다고 저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게 이번 1월 일이었습니다. 그 땐, 정말 세상엔 온갖 기쁜일들만 앞으로 가득할 줄 알았습니다. 물론 저는 그 덕분에 지금 잘 살고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5월 말, 누나가 비자가 만료되어가는데 연장신청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저 그 소리 듣고 태어나서 세번째로 묵주기도 9일기도 바쳤습니다. '하느님 제발 장난치지 마시라고...' '내가 얼마나 누나한테 기대는지 당신이 잘 아시기에 누나를 이 곳에 남겨놓은 것 아니냐고.. 그러니까 그러시지 마시라고...' 결국 이번에도 하느님은 제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누나는 비자가 만료되는 정확히 그 날, 비자연장이 승인이 되었고 결국 저는 누나와 1년을 더 같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둘 관계는 엄청난 거짓말로 만들어진 관계라는걸 저는 알기에 정말 기쁘면서도 누나하게 송구스럽기가 그지없습니다. 특히 천국에 있을 이 누나의 동생분에게.... 그래서 생각나는대로 하느님께 빕니다. '하느님, 나 죽어서 천국에 가게된다면, 천국에서는 누나와 그 동생이 사실을 알고 나를 용서하게 해주세요.. 저는 하느님이 지금 제 앞에 나타나셔서 가서 빌라고 하셔도 저는 절대 못합니다. 어떤 벌이든 내려주세요. 달게받고 반성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절대로 이 일 누나한테 이야기 못합니다.' 이따위로 한심한, 저만 편하려고 하는 기도를 하느님께 올리죠..
 
확실히 벌을 주시는거 같기는 합니다. 저는 누나주위에 사람이 오면 정말 괴롭습니다.
여자로써 누나를 만나는게 아니라, 외지에서, 아무데도 의지할 수 없는 이 영국땅에서 유일하게 의지할수 있는
거의 어머니 같은 존재로 누나를 만나기에, 누나에게 남자친구가 있는 것, 그리고 누나는 나이도 나이인 만큼 결혼할 때도 됐는데 결혼상대를 보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저는 누나가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할 때에면 정말 말 그대로 괴롭습니다. 그리고, 누나를 만날때는 즐겁지만 항상 헤어지면 누나한테 너무 죄솔해서, 그리고 저도 모르는 무언가가 저를 너무 아프게 합니다. 헤어지고 혼자 눈물을 흘린게 한 두번이 아닙니다. 너무 힘들고 아프고 미안해서..
이게 제 생각엔 하느님께서 주시는 벌 같습니다.
 
하느님을 절대로 불평하지 않습니다. 외려 이런 벌이라도 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벌을 달게받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제 마음 한 구석에는요, 이렇게 하느님이 누나와 내가 같이 있을 시간을 연장해 주시는건 우리둘이 천생연분이라는 웃지도 못할 이야기를 지껄이고 있고, 또 한 구석에서는, 어차피 어린시절 했던 거짓말이니 신경쓰지 말자고도 합니다.
 
저 정말 나쁜놈 같습니다. 구원을 못 받아도 저는 정말 싸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씩은 말이죠, 왠지 지금은 순종하신 제 고모할머니 되시는 수녀님이 저 때문에 천국으로 못 가시는거 같은 느낌도 올 때가 있습니다.
 
바보같이 울면서 쓰다보니 벌써 이만큼을 두서도 없이 주저리주저리 써 버렸네요.
신부님, 제가 정말 크나큰 잘못을 했다는거 잘 압니다. 그런데 염치도 없이 저는 그래도 누나, 누나동생, 하느님께 용서받고 싶구요, 그렇다고 용서받기 위해서 누나에게 지금까지 제가했던 거짓말들을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설사 이게 용서받는 유일할 길이라도요.. 이렇게 막무가내지만 그래도 이런 나쁜놈인 저는 최소한 저 죽었을때, 누나와 누나동생에게 용서받고 싶습니다. 신부님, 저에게 길을 가르쳐 주세요.
 
신부님 외에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사실, 이런 이야기는 고해소에 가서 해야죠. 하지만 제가 너무 못나서 고해소에가서도 이런 이야기는 못하겠습니다. 다행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을 방패삼아 이 곳에 이런 한심한 글을 올립니다. 욕을 하시는것, 비웃으시는것 감사히 달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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