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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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 주님 공현 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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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1-01-07 ㅣ No.6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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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 주님 공현 후 금요일-루카 5장 12-16절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작은 자로 남으십시오.>

 

 

    어미개가 새끼를 낳을 때 마다 아이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학교 돌아오자마자 책가방 휙 던지고는 개집 주변을 떠날 줄을 모릅니다. 좋아 죽습니다. 안고, 쓰다듬고, 머리 높이 까지 올렸다가 내렸다가...

 

    한 동안 덩치 큰 개들은 찬밥입니다. 아이들도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때로 어리다는 것, 작다는 것,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나이가 7-8세 되고, 체격도 어른만한 큰개는 보기만 해도 부담스럽습니다. 누구도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예뻐해 주지도 않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녀석들 커졌을 뿐만 아니라 그간 세상 살아오느라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아가는 법도 다 터득했고, 노련해졌습니다.

 

    하느님께서 왜 보잘 것 없고, 말썽 많고, 때로 배은망덕한 우리를 이토록 극진히 사랑하시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우리의 어딘가가 잘 나서 그럴까요? 특출해서 그럴까요? 아니면 우리가 쌓아올린 선행이나 공적을 보시고 사랑하실까요? 우리가 큰 인물, 대단한 인물이라서 그럴까요?

 

    제 개인적으로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측은함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의 작음, 우리의 가련함, 우리의 기가 한풀 크게 꺾인 모습, 우리의 비참함 때문이 아닐까요?

 

    결국 우리 인간의 작음과 측은함이 하느님 연민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그 결과가 구원이라는 진리를 오늘 복음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환우, 그의 인생은 참으로 불행했습니다. 나병이 깊어져 온 몸으로 번졌습니다. 마땅한 치료약도 없던 시절, 그의 하루하루는 정말 혹독했습니다. 비참한 하루를 끝내고 차디찬 동굴 안에 몸을 눕히면서 드는 생각은 어떤 생각이었겠습니까?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빨리 하느님께서 나를 데려가셨으면...” 다른 한편으로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는데...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말짱한 몸으로 가족들에게로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여지없이 아침 해는 떠오르고, 강물에 비친 얼굴은 어제보다 더 심해진 상태로 죽음 같은 하루를 또 다시 맞이하곤 했습니다.

 

    이런 나환우의 고통을 사랑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어떻게 모른 척 하실 수 있겠습니까? 말씀 한 마디로 그를 죽음과도 같은 투병생활을 끝내게 하십니다. 보송보송한 태초의 피부로 되돌려주십니다.

 

    인간의 불행 앞에 절대로 가만있지 못하시는 자비의 하느님 그 실체를 명확히 볼 수 있는 참으로 은혜로운 사건이었습니다.

 

    요즘 와서 자주 드는 생각 한 가지가 있습니다. 절대로 큰 사람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절대로 높은 사람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절대로 기대치를 높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니까요.

 

    낮은 곳에 서 있다 보면 좋은 것 한 가지는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웬만한 냉대에도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크고 작은 시련과 고통 앞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가장 좋은 비결은 끝까지 작은 자로 남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도 치유 받은 나환우처럼 하느님 앞에 우리의 허물과 나약함, 죄와 고통을 낱낱이 드러내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하느님께서 우리를 치유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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