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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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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harp69] 쪽지 캡슐

1999-12-07 ㅣ No.828

나의 기억 속에 내마음을 맑게 하는 한 소년이 있다.

내가 그를 처음 본것은 대학을 갓입학하고, 부푼 가슴으로 교리 교사를 시작 하면서 였다.

교리에 대한 지식도 없으면서, ’선생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마냥 음악 처럼들릴때...

그는  또래의 초등학교 6학년 답지않게 정갈한 태도, 박식한 교리 지식, 늘 미소년의 아름다운 미소를 간직 하고 있었다.

오늘 처럼 맑은 하늘을 보면 그아이가 문득 떠오르곤 한다.

 

그에대한 첫기억...

 

교리 경시대회날 이었던 것 으로 기억 된다.

시험 감독을 하고 있는 나에게 아이들이 구원 을 요청 했다.

아뿔싸... 나역시 잘 모르는 문제 였다.

당황한 나는 애써 아는 척 하면서 아이들에게 그것도 모르느냐고 눈을 흘기고 잘생각해봐 라며 그 자리를 모면 했다. 혹시 그애라면~^^;

역시나 였다.그아인 완벽하게 답안을 작성해놓고 확인 하고 있었고, 잠시 컨닝?을 한 나는 큰 기침을 하면서 모르는 아이에게 한대씩 쥐어 박으면서 힌트를 주었다.

늘 그랬다. 모든 면에서 완벽했고 겸손하고 늘 미소를 머금은 정말 이쁜? 소년 이었다.

 

기억 두편...

 

중학교를 올라간뒤 난 그를 볼 수 없었다. 난 계속 초등부 를 맡았기때문이었다.

다른 교사편으로 간간히 소식만 들을 뿐,

몇년이 지난 어느날

성탄 인지 부활 인지, 자정 미사가 끝난늦은 시간이었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누군가 ’선생님!’ 하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를 만났다.  고등학생이 되어 너무나 의젓한 모습으로 내곁으로 다가왔다. 반가웠고 대견스러웠다.

사춘기의 한창 예민한 소년은 밤하늘에 둥그런 달을 선생님과 함께 보게 되서 더 아름답게 보인다는? 감수성을 한껏 발휘 하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한참을 얘기 했던것 같다.  자신의 꿈에 대해서, 신앙에 대해서...

버스는 오지 않고, 그는 어머니와 함께 먼저 집으로 갔다. 나를 걱정 하면서...

다음주일에 일부러 초등부 미사에 나와 내가 잘 들어갔는지 확인 하는 자상함을 가진 소년 이었다. 그랬었다. 그는...

 

기억 세편...

또 시간은 흘러갔고, 난 나대로 그는 그대로, 각자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갔다.

몇년 후 교구 행사에서 그의 어머니를 만났다.

모습이 변한? 나를 단번에 알아본 그의 어머니가 반가워 하며, 그의 소식을 전해 주었다.

우리는 그가 사제가 되었음 했고,그는 경제학도가 되고 싶어했었다.

그런데, 그모든 것과는 달리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사관학교 생도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사관생도...?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을 전혀 새로운 소식 이었다.  그의 모습이 궁금했다.

 

했살 밝은 어느날, 나를 찾아온 멋진 청년...

씩씩하고, 늠늠한모습...하지만 예의 그 멋진 미소년의 맑은 미소만은 여전히 변치않았다.

순간, 10년의 세월이 한 순간인듯...가슴 한쪽이 따뜻해져왔었다.

그날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많은 추억을 이야기 했다.

헤어질때 우린, 후일 을 기약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 선생님, 이제 10년후 어느날 또 어떤곳에서 만나겠지요?

  그땐 저도 나이가 더 들었겠구요..."

 

...

그를 만나지 16년 이란 세월이 흘렸다.

그간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였지만 내기억속의 그는, 푸른 하늘의 맑음 마냥 늘 같은 모습으로 간직 되어있다.

그를 본지 3년이 지났다. 사관생도 였던 그...

하지만 그가 간직 했던 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리라 믿고 있다.

어느날 훌쩍 커버린 모습으로 또 내앞에 다시 나타날때를 흐뭇한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상의 삶에 지쳐있을 어느날,

상쾌한 바람으로 또다시 나를 스치고 지나갈 그를...

이젠 어였한 성인 이지만, 내겐 언제나 맑은 미소를 간직한 소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오늘은 그를위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작은 마음모아 기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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