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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맞춤***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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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수 [fr1004] 쪽지 캡슐

2000-05-31 ㅣ No.1234

 

 

입맞춤

 

 

 

 

 

의사인 나는 이제 막 수술에서 회복된 어떤 여성환자의 침상옆에 서 있었다.

 

그녀는 수술후에도 옆얼굴이 마비되어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얼핏보면 어릿광대같은 모습이었다. 입의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한가닥이

 

절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녀는 평생동안 그런 얼굴를 성형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뺨에서 암세포가 번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수술 도중에

 

어쩔수없이 신경 한가닥을 절단해야만 했다.

 

 

 

그녀의 젊은 남편도 그녀를 내려다보며 환자옆에 서 있었다.

 

저녁 불빛 속에서 그들은 마치 내 존재를 잊은양 열심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생각했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비뚤어진 얼굴을 해 갖고서도 이토록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걸까?

 

 

 

이윽고 그녀가 내게 물었다.

 

 

 

"제 입은 평생동안 이런 모습으로 있어야 하나요?"

 

 

 

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신경이 끊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말이 없었다. 그때 그녀의 젊은 남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그 모습이 좋은데 뭘. 아주 귀여워보인다구."

 

 

 

그 순간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았다. 그는 신과 같은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차마 그를 똑바로 쳐다볼수 없어서 나는 바닥에 시선을 떨구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남자는 아내에게 입을맞추기 위해 잔뜩

 

비뚤어진 입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직도 입맞춤이 가능하다는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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