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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과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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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ysk] 쪽지 캡슐

1998-12-10 ㅣ No.190

 

 

1970년대

저는 제가 태어난 이 서울에서 완전히 추방당한 듯한 생각과 느낌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날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저를 휘감아버렸습니다.

제 손에는 칼이 잡혀 있었고 칼은 제 목까지 와 닿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머리 속과 마음 속에는 십계명이 명멸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너무 힘들었습니다.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이겨낸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었습니다.

저와의 싸움에 지쳐 완전히 저는 탈진해 버렸고 그 후로  2년여간 바깥 출입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찬장안은  곰팡이가 소름끼치게 스렀고 저에게는 시내 버스 요금마저 없었습니다.

아버님은 삶에서 완전히 패배한 패잔병으로 누워계셨습니다. 저는 군대가기 전 제 아버님을 문둥병  환자처럼 생각했고 저는 문등병 환자의 자식으로 자신을 학대하였으며 우울증에 빠져있었습니다.

제 친구는 제가 군대에 입대하면 미치거나 탈영하거나 둘 중에 하나 무슨 일을 저질르지나 않을까 염려하였던 것입니다. 제대하고, 복학하고, 중퇴하고, 신춘문예에 낙방하고 사업에 실패하고

거리로 거리로만 헤매던 자신을 파산자로 여겼었고 길가에 버려진 여자 하이힐 한 결레이나 길가 외진 곳 웅덩이에 버려진 가마떼기 쪼각 정도의 참으로 비참한 존재로뿐이 여겨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할머니는 동네 가게에서 팔다 버리려는곰팡이가 난 호빵을 얻어다 저를 먹이셨고 건너방에는 문도 없어서 낡은 담요로 문을 대신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픔과 슬픔에 겨워  누워있었습니다.

견딜 수 없는 죄 의식 때문에  자신의 내면을 누구에게도 들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성경 책을 읽기란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감히 성경 책을 어떻게,

성당에 올 용기도 없었고 사람를 만날 용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아버님과 저를 간호하신던 할머니도 지쳐 중풍으로 쓰러지셨고 아픈 제가 할머니를 또 간호해야 했습니다.   

 

성경, 성경,

성경 말씀이 왜 그리도 무서웠는지요 ?

오로지 홀로 가톨릭 기도서로만  기도하고 성인전을 겨우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호와의 증인들만 열심히 저를 찾아와 주었고 그들이 오기만을 저는 기달릴 뿐이었습니다.

 조금 병이 가라않고

조금 정신이 돌아 성당에 오기는 왔지만 아무도 없는 시간을 틈다 아주 몰래  자신도 모를 정도로 몰래 성당엘 왔습니다.

그렇게 조금식 성당엘 다시 나오기 시작했고 참으로 저는 너무 고통스럽고 슬퍼서 아무도 사람들이 없는 오후 조용한 연희동 성당이나 아현동 성당에 가서도 한없이 울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성탄절 미사도 참여할 수 없어서 미사가 끝날 때가지 신촌 고개, 버스 정류장에서 마냥 친구들이 지나가기를 약속도 없이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다방에 드러갈 돈도 없었고 정릉인 집까지 올 차비도 사실 없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참으로 마음이 좀 밝아져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후배들이 성경공부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도 성경을 공부하고 싶은 은총을 받았습니다.

그때 신양성서가 500원이었습니다.

 

아버지 시계를 전당포에 맡끼고 500원을 빌려서 용산에 갔던 일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성경을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마음에 들 때는 500원 조차 주머니에 없었습니다.

그 사실을 후배들이 알고 읽던 성경책을 한권 주었습니다.

 

그후로 저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원에서  시작한 성경그룹에서 성경을 공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대학 신학 시간에는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성경 책도 가지지 않고 성경 강의를 듣던 제가 후배들 틈에 끼어 정말 구원받고 살고 싶어서 성경 책을 간절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정릉 성당 어느 주일날 미사 때 한없이 흐느끼며 울었습니다.

성경 말씀에서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고 그 말씀 속에서 해방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성경 말씀은 바로 그날 그 시간에 저를 위해 막 쓰여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지 요즈음 사무실에 도움을 청하러 오는 분들이 오면 꼭 500원씩을 드립니다.

 

 

마음 속으로는 성경을 주고 싶고 성경 말씀 한 마디라도 들려 주고 싶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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