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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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에서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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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08-02 ㅣ No.2628

오늘 오후에는 "제발 PC방에 같이 가자"고 졸라대는 저희 아이들 등쌀에 못이기는 척 하며 저희 집 대문 옆에 있는 PC방 "헤커"엘 갔습니다. 에어컨 바람이 빵빵한 PC방안에는 대형 모니터 들이 줄줄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앞에는 동네 조무래기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평소에 좀 띨띨하기도 하고 좀 어리버리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었는데, PC방안에서 가만히 보자 하니 돌아가는 분위기가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희 아이들 표정이 집에서 공부할 때의 표정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다들 눈빛이 살아났습니다. 그리고는 더 놀란 것은 저희 아이들이 PC방 분위기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것들, 공부하기는 죽어라 싫어하고 언제 인간되겠나?" 싶었던 저희 아이들의 스타 크래프트, 디아볼로, FIFA 2002 등의 실력은 가히 수준급이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게임하고 있는 모니터 앞으로 슬슬 동네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넋을 잃은 듯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아! 정말 대단한(대가리가 단단한) 우리 아이들!

 

저희 아이들의 활약에 비해 저의 모습은 참으로 비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스타 크래프트를 클릭 하기는 했는데, 뭐가 그리 복잡한지!!! 저희 아이들이 열성을 다해 한 수 지도했지만 도무지 게임 규칙조차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오늘 저는 아이들 앞에 완전히 찌그러들었습니다.

 

오늘 저는 PC방에서 겪었던 소중한 경험을 통해 저희 아이들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늘 같이 붙어살았기에 잘 몰랐었지만 저희 아이들 한 명 한 명은 누구나가 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따라서 우리 부모들과 교육자들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각자 나름대로 지니고 있는 보물을 발견해내도록 이끌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고향인 나자렛 땅에서 배척 당하고 푸대접을 받으십니다. 예수님의 철부지 어린 시절 자라나는 모습을 자신들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고, 예수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줄곧 지켜보았던 나자렛 사람들은 도무지 예수님의 신성을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도 예수님을 배척했던 나자렛 사람들과 다름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어디 먼 다른 하늘에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바로 또 다른 하느님의 모상인 우리 이웃들이 어떤 의미에서 또 다른 예수님입니다. 우리와 늘 함께 지내는 사람들, 부모 형제, 직장 동료, 친구들은 사실 예수님의 또 다른 분신입니다.

 

그러기에 그들 안에 깃들어 있는 신성, 예수님성을 발견해나가야만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부족해 보이는 내 남편, 내 친구, 내 형제들, 때로 어쩌면 그렇게도 마음이 맞지 않는 직장동료들, 그들의 부족한 점, 모난 점만 집중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들 안에 깃들어 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한번 찾아보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아침의 묵상

 

1. 동행하는 이웃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그러나 소리 없이 이웃들의 아픔을 감싸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요?

 

2. 모든 비극 중에서 최악의 비극은 요절(젊어서 죽는 것)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흔 다섯 살까지 살지만 한번도 진정으로 살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비극입니다(마르틴 루터 킹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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