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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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원고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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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10-19 ㅣ No.2896

시내 어느 본당 주임 신부님께서 피정을 떠나신 관계로 주일미사를 "땜빵"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부랴부랴 집을 떠나 본당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하게 미사 시간 정각이었습니다.

 

제의방에서 제의를 입는 순간, 출발하기 전에 뽑아놓은 강론원고를 프린터기 위에 얹어놓고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번도 강론 원고 없이 강론을 해본 적이 없었고, 또 토씨 하나, 우스갯소리 하나라도 원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제게 그 순간의 당혹감은 참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밀려오는 걱정과 긴장으로 제 온 몸은 거의 마비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절박한 순간, 한 생각이 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무슨 말을 할까 걱정하지 말아라. 성령께서 네가 할 말을 대신해 주실 것이다." 제 귓전을 울리는 그 목소리와 함께 일 순간 모든 걱정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윽고 강론 시간, 저를 바라다보는 수많은 눈동자들이 그날따라 무척이나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신자들 한 분 한 분의 얼굴들이 모두 다 "실수해도 괜찮아요. 우리는 한 형제자매인걸요. 말씀하시는 분은 주님 그분이십니다. 걱정하지 마세요."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너무나 편안함을 느꼈던 저는 원고 없이도 기억을 되살려 준비했던 강론을 요약해서 잘 전달했었고, 거기에 덧붙여 제가 겪었던 경험을 양념조로 소개하여 상당한 호평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성령은 복음선포에 있어서 본질적이며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성령을 통해서 두려움과 절망에 휩싸여 있던 제자들은 온전히 해방됩니다. 성령을 가득 받은 제자들은 이제 자기 자신이라는 울타리를 과감히 떨치고 일어섭니다. 그리고 담대히 복음선포에 매진합니다.

 

진정으로 우리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시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우리를 나날이 새롭게 하시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고통과 절망 가운데서도 위로와 평화를 주시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한 사람의 역사와 인생관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으시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병고와 시련, 죽음 앞에서조차 주님께 감사하게 하시는 분 그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지닌 인간적, 세속적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접고 성령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성령의 뜻에 따른 생활은 우리의 의지를 접고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삶입니다. 인간적 사고방식을 거두어들이고 하느님의 의향대로 살아가는 삶이 성령 안에서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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