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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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을 느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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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1-18 ㅣ No.3173

1월 19일 토요일-마르코 2장 13-17절

 

예수께서 길을 가시다가 알패오의 아들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나를 따라오너라"하고 부르셨다. 그러자 레위는 일어나서 예수를 따라나섰다.

 

 

<연민을 느끼는 순간>

 

오늘 예수님께서는 수전노 중의 수전노, 동족들의 혈세를 착취하던 로마 제국의 앞잡이, 찔어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상종 못할 호로자식이었던 세리 레위를 당신 제자로 부르십니다.

 

오늘 우리가 한가지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연민을 느끼실 때가 언제였던가 하는 것입니다. 언제 그분의 충만한 위로가 베풀어졌는가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연민을 느끼시는 순간은 우리가 가난한 자가 되었을 때입니다. 주님의 위로가 베풀어지는 순간은 우리가 작은 자가 되었을 때입니다. 우리의 부족함과 나약함, 한계와 실패, 비참함을 느끼는 순간은 하느님께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순간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비참함은 하느님의 연민과 위로의 바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레위라고 불리는 세리는 예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을 당시 한가지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었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겠다고 시작한 세리라는 직업이 보통 스트레스를 주는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수입은 짭짤했습니다. 정식으로 받는 봉급은 보잘것없었지만 거액 탈세자들이 뒤로 찔러주는 가욋돈이 상당했습니다. 독하게 마음먹고 바짝 모은 재산이 있기에 물질적으로는 그럭저럭 풍요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금을 내러오는 동족들의 눈길을 차마 마주칠 수가 없었습니다. 대놓고 자신을 짐승 취급하는 사람들의 모래 씹은 얼굴들을 매일 대하며 산다는 것은 차마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라치면 당장이라도 이 짓을 집어치우고 싶었지만 그게 또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속이고 삥땅을 쳐야 먹고사는 세리라는 직업에 큰 염증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괴로워하며 살아가던 사람이 바로 세리 레위였습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깊은 심연의 고통을 겪고 있던 세리 레위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십니다. 그의 눈을 정면으로 주시하시며, 그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그리고 일어서라고 외치십니다. 그 비인간적인 길을 버리고 생명의 길을 선택하라고 부르십니다.

 

오늘 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 한가지를 던져봅니다. "내가 매일 부르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오랜 묵상 끝에 도달한 결론은 "완벽주의"였습니다. 우리는 때로 완벽주의를 추구하다보니 하느님께서 개입하실 여지를 전혀 마련해 드리지 못하는 때가 많습니다.

 

우리에게 참으로 필요한 노력이 우리 안에 하느님께서 거하실 공간을 마련해드리는 노력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세리 레위처럼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도록" 여유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삶에 개입하실 여지를 가로막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세리 레위가 과거에 지녔었던 삶의 방식들입니다. 지나친 완벽주의, 물질만능주의, 철저한 이기주의,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슈퍼맨 콤플렉스 등입니다.

 

이러한 우리 삶에 하느님의 개입을 촉진시키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오늘 세리 레위가 겪었던 고통, 실패, 좌절, 죽음 등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극복한 후 마침내 조성되는 하느님의 개입을 위한 조건들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겸손, 비움, 자기낮춤, 고요함, 수용, 포기, 투신 등입니다.

 

이러한 조건이 조성된 후라야 하느님께서는 우리 삶안으로 신속히 다가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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