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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부터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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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2-22 ㅣ No.3296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마태오 16장 13-19절

 

"잘 들어라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바닥에서부터 다시 한번>

 

복음서 전반에 나타난 베드로와 관련된 기사들을 종합해볼 때 인간 베드로는 열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정도로 성격이 급하고 과격했으며 충동적이었습니다. 변덕이 심했으며, 뒷감당도 못할 말들을 서슴없이 해서 나중에 고생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스승이신 예수님한테 뿐만 아니라 다른 제자들로부터도 자주 질책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자신의 그 숱한 결점들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한가지 큰 장점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예수님을 향한 강한 열정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따름으로 인해 받았던 고통들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으로 인해 받았던 인간적인 수모나 스트레스가 엄청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끊임없이 예수님을 선택했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직후 베드로는 자주 자신이 다른 제자들보다 훨씬 낫다는 우월감을 지녔었음을 몇몇 성서 구절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주님을 버릴지라도 나만은 결코 주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는 베드로의 장담 안에서 베드로의 지나친 자만심이나 우월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자신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던 베드로의 자세는 참으로 위험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베드로의 교만을 눈여겨보셨던 예수님이셨기에 끊임없이 베드로를 바닥으로 내리치셨습니다.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을 정도로 베드로를 바닥에까지 내려보내신 예수님은 그 바닥에서부터 베드로와의 영적 여정을 다시 시작하셨습니다.

 

베드로 자신이 다른 제자들 보다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을 때는 실제로 다른 제자들보다 나은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반대로 베드로가 자신이 다른 제자들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베드로는 제자 중의 제자, 수제자가 되었습니다.

 

"나는 예수님으로 인해 의미가 있는 존재입니다. 나는 예수님 그분을 떠나 아무 것도 아닙니다"라고 고백하는 순간 베드로는 참된 예수님의 제자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베드로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가장 낮은 자리까지 내려간 것을 확인하셨던 예수님께서는 그제야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시몬아 너는 복이 있다." 그리고 이어서 베드로에게 교회 수위권을 부여하십니다. 그리고 덤으로 죄를 사하는 권한까지 선물로 주십니다.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은 근본적으로 역설적입니다. 모든 지도자의 지도이념은 가장 낮은 종이 되려는 마음입니다. 교회나 공동체 안에서 조금이라도 권위를 행사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자세는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하나도 나을 것이 없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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