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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놀래미 새끼 두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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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4-04 ㅣ No.3500

부활 팔일축제 내 금요일-요한 21장 1-14절

 

예수께서 "애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아무 것도 못 잡았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겨우 놀래미 새끼 두 마리>

 

부활대축일 다음날, 수도자들은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엠마우스 소풍을 갑니다. 올해 저희 공동체 식구들은 서해안의 한 한적한 해변가로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해변에 도착하지마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쳤습니다. 몇몇 사람은 장작불 위해 큰돌을 얹어 달구어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우리 "꾼"들은 즉시 망둥어 낚시대와 갯지렁이 상자를 들고 갯바위로 달려갔습니다. 설레는 가슴을 겨우 진정하며 낚싯대를 드리웠습니다. 그러나 왠걸...고기들이 통 협조를 하지 않았습니다. 바닷물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서인지 어획고가 통 좋지 않았습니다.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데 이렇게 그냥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옮겼습니다. 반대편 갯바위를 찾아갔는데, 적어도 2km는 더 되는 거리를 거의 뛰다시피 걸어갔습니다. 포인트도 훨씬 좋아 보여 "이제는 좀 잡히겠지"하고 힘차게 낚싯대를 던졌습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오전 내내 잡은 것이 겨우 놀래미 새끼 두 마리에 우럭 새끼 한 마리가 전부였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서울서부터 봉고차를 타고 올 때의 부풀었던 기대감은 완전히 사라지고 참담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애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는 예수님의 물음에 제자들은 "아무 것도 못 잡았습니다."고 대답합니다. "밤새도록 한 마리라도 잡아보려고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는 제자들의 대답은 저희 같은 "꾼"들에게는 참으로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잔뜩 기대를 걸고, 먼길을 왔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을 때의 그 허탈감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제자들의 허탈한 모습을 떠올리며 이런 제 개인적인 생활반성을 해봤습니다.

 

밤늦도록 뭔가 한다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뭔가 허전하고, "이게 아닌데.."싶고, "이렇게 정신없이 살아서는 안 되는데..."하는 걱정에 사로잡힙니다.

 

때로 그 숱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계획했던 일이 참담한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토록 마음을 주고, 인내를 베풀었는데도 돌아오는 것은 배신이요, 손가락질이고 우리는 마치 놀림감처럼 되고 맙니다.

 

이런 참담한 심정을 제자들 역시 똑같이 체험했기에 이런 표현을 합니다.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기도가 배경이 되지 않는 사도직,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지 않고 행하는 사도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하는 하소연을 베드로 사도는 대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겠습니까?

 

주님과 함께 잡는 것입니다. 주님의 방법에 따라 잡는 것입니다. 주님의 뜻에 맡기는 일입니다. 비록 지금 당장 결과가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님의 시간을 기다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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