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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져 내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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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4-17 ㅣ No.3573

4월 18일 부활 제 3주간 목요일-요한복음 6장 44-51절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 내릴 때>

 

수도원에 입회하기 전부터 알고 지내는 한 형제분이 계십니다. 저보다 나이는 많으시지만 오랜 친구와도 같은 편안한 분인데, 한마디로 천사표입니다.

 

"오늘 시간 되시면 한 잔 할까요?"하고 물으면 한번도 "오늘은 바쁜데" 하고 거절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남 가슴 아파하는 것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하기에 그분 월급에서 술값으로 지출되는 돈이 상당했습니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이 상(喪)이라도 당하면 그분은 그야말로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팔을 걷어붙이고 덤벼듭니다. 그러다 보니 이웃이나 직장동료들 가운데 그 누구라도 그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들 그분과 한잔하고 싶어하고 그분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합니다. 그렇다고 그분이 많이 배웠다든지 말주변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재산가도 아닙니다. 외모가 빼어난 것도 아니고 빽이 든든한 사람이어서 줄을 댈만한 사람도 결코 아닙니다.

 

그런 그분 "인기"의 비결이 무엇인가 유심히 관찰해봤었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닌 그저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 그대로인 사람, 만나면 편안하고 포근한 사람이기 때문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술좌석 바로 앞에 앉아있는 내게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나를 가장 존중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괴로워서 다가갈 때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아 찾아갈 때마다 그저 말없이 등을 두드려주는 그분을 통해 저는 하느님 자비의 한 측면을, 그리고 천국의 한 순간을 느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그분은 우리가 죽을 것만 같아 찾아갈 때마다 우리와 함께 눈물 흘리시며 우리의 어깨를 감싸주시는 위로의 하느님이십니다.

 

끝도 없는 고통 그 한가운데서도 우리를 위한 감미로운 휴식처가 되어주시는 분, 우리의 갈증을 다가갈 때마다 원 없이 채워주시는 마르지 않는 영원한 생명의 샘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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