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컬렉션] 바흐 ''평균율''
쇼팽은 무대에 서기 전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늘 바흐의 ''평균율'' 중 한 대목을 연주했다. 바흐는 각 12개의 장조와 단조로 된 ''전주곡과 푸가''를 2권 작곡했다.
BWV(바흐 작품번호)846~893, 모두 48곡이다. 그래서 간단하게 ''48''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나의 주제로 자유롭고 환상적인 악상을 펼치는 전주곡(프렐류드)과 엄격한 다성 푸가가 한 쌍을 이룬다.
평균율(平均律)이란 옥타브를 동일한 간격의 반음 12개로 쪼개 조옮김과 조바꿈을 가능한 피아노 조율법이다.
옥타브(진동수 1:2)말고는 모든 음정이 약간의 오차를 내포하고 있다. 장3도(4:5)를 세 번 쌓으면 옥타브보다 음정이 약간 늘어난다. 이 오차를 각 반음에 고루 배분한 것이 평균율이다.
새로운 조율법의 예술적 가능성을 탐색한 바흐의 ''평균율'' 은 피아니스트의 구약성서로 불릴만큼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모차르트는 푸가를 현악 앙상블로 편곡했고 구노는 제1권의 C장조 전주곡을 반주 삼아 ''아베 마리아''를 작곡했다.
이그나츠 모셸레스는 전주곡에 첼로의 선율을 보태기도 했다. 쇼팽의 ''24개의 전주곡'' , 쇼스타코비치의 ''24개의 전주곡과 푸가''도 바흐 음악의 역사적 소산이다.
1972~73년 잘츠부르크 클레스하임성에서 뵈젠도르퍼 피아노로 녹음한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1915~97)의 평균율(RCA)은 약 4시간 30분 걸린다.
악보의 행간에 숨겨진 풍부한 악상과 선율을 눈부신 테크닉과 강렬한 터치로 명쾌하게 걸러내는 그의 연주를 들으면 이 작품이 단순한 연습곡이 아니라 불후의 명곡임을 실감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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