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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시] 슬픈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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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aashh] 쪽지 캡슐

2016-04-16 ㅣ No.87423

슬픈 고백 / 이 해인

 

 

진정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떻게 울어야 할지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내내 궁리만하다 2년을 보냈어요.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아도

기도의 향불을 피워 올려도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어도

2014년 4월 16일 그날

세월호에서 일어났던 비극은

갈수록 큰 배로 떠올라

우리 가슴 속 깊은 바다에 가라앉질 못 했네요.

 

함께 울겠다고 약속해놓고도

함께 울지 못하고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시시로 잊어버리는

우리의 무심한 건망증을 보며

아프게 슬프게 억울하게 떠난 이들은

노여운 눈빛으로 우리를 원망하는 것이 아닐까요.

 

문뜩 부끄럽고 부끄러워

세월호 기사가 나오면 슬그머니 밀쳐두기도 했죠.

 

오늘도 저 푸른 하늘은 말이 없고

여기 남아있는 지상의 우리들은

각자의 일에 빠져 타성에 젖고

적당히 무디어 지는데...

 

이주기가 된 오늘 하루만이라도

실컷 울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죄와 잘못을 참회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이기심과 무책임으로

죄없이 희생된 세월호의 어린 학생들과

교사들, 승무원들과 일반 가족들

구조하러 들어가 목숨을 잃은 잠수부들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면서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하지 않을까요.

 

미안하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잘못했다.

두 주먹으로 가슴을 쳐야 하지 않을까요.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끝나지 않은 슬픔이 그래도

의미 있는 옷을 입으려면

 

여기 남은 우리가

더 정직해지는 것

더 겸손하고 성실해 지는 것

살아있는 우리 모두 더 정신 차리고

다른 이를 먼저 배려하는 사랑을

배우고 또 실천하는 것

 

공동선을 지향하는 노력으로

신뢰가 빛나는 나라를 만드는 것

 

나비를 닮은 노란 리본보다

더 환하고 오래가는 기도의 등불 하나

가슴 깊이 심어 놓는 것이 아닐까요.

 

아, 아, 오늘은 4월 16일

진달래와 개나리

벚꽃과 제비꽃은

저마다 자리에서 곱게 꽃문을 여는데

그들은 우리와 같은 봄꽃을 볼 수 없네요.

 

바다는 오늘도 푸르게 출렁이는데

물 속에 가라앉은 님들은

더 이상 웃을 수가 없고

더 이상 아름다운 수평선을

우리와 함께 바라 볼 수가 없네요.

 

죽어서도 살아오는 수백 명의 얼굴들

우리 대신 희생된 넋들이여,

부르면 부를수록

4월의 슬픈 꽃잎으로 부활하는 혼들이여.

 

사계절 내내 파도처럼 달려드는

푸른빛 그리움, 하얀빛 슬픔을 기도로 봉헌하며

 

이렇게 슬픈 고백의 넋두리만 가득한

어리석은 추모를 용서하십시오. 앞으로도...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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