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꼽추소녀의 깨달음 - 강길웅 요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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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9-03-17 ㅣ No.42523

 

꼽추소녀의 깨달음

                           

   어떤 꼽추아가씨가 있었다.


   아홉 살 때부턴가 등이 굽어지게 된 그녀는 주위의 짓궂은 등쌀에 못 이겨 결국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집 안에 틀어박혀 ‘건넌방 어른’이 되어 부모의 속을 바글바글 썩여 드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체  장애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눈은 곱지 못했으며 그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잦은 천대와 멸시가 있었다.


   소녀는 자라면서 세상을 더욱 저주하게 되었고 온전치 못한 자신의 육체를 바라 볼 때마다 부모를 원망하게 되더니 성질도 더 포악하게 되었다. 부모가 많은 고생을 했으나 약이 없었으며 소녀는 자신을 가리켜 ‘인간쓰레기’라며 학대하고 있었다.


   그녀가 열여덟이 되는 해였다.


   어느 날 성당의 수녀님이 찾아와서는 아가씨를 데리고 넝마주이들의 일터로 갔는데 거기에서 꼽추 아가씨는 참으로 놀라운 세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쓰레기장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결코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아주 소중한 자원이었기 때문 이었다!


   빈 병은 빈 병대로, 깡통은 깡통대로, 그리고 휴지나 비닐은 그것들대로 요긴한 돈이 되었다. 그 때 아가씨는 버려진 쓰레기가 가난한 이들의 학비가 되고 약값이 되며, 또한 생명의 양식이 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고는 쓰레기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그것은 깨달음이었다.


   바로 그 시간부터 꼽추아가씨는 자기가 더 이상 ‘인간쓰레기’가 아니라 이웃에게 사랑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어린 장애인들을 모아 돌보았는데 죽을 때까지 이웃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어떤 장애인이라도 세상에 불행한 인생은 없다. 다만, 자신을 천하게 바라보면 불행한 인생이 되지만 귀하게 바라보면 틀림없이 행복한 인생이 된다. 연꽃은 절대로 맑은 샘물에서는 피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이걸 모른다면 세상에 태어나 작은 꽃 하나 피우지 못할 것이다.

 


  
 

▒ 광주대교구 땅끝공소 강길웅 세례자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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