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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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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5-19 ㅣ No.112103

요즘은 이메일, 카카오 톡, 트위터, 페이스 북을 통해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가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됩니다.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저 역시도 그런 소통의 도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사용했던 손 편지가 그리울 때도 있고, 생각 날 때도 있습니다. 정성을 기울여서 쓴 편지, 예쁜 꽃잎을 함께 넣어서 보내온 편지는 마음을 따뜻하게 했고, 며칠 동안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지낼 수 있게 하였습니다.

 

3년간 군 생활을 잘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고마운 이웃들이 보내준 편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이 편지를 보내 주었고, 본당의 젊은이들이 편지를 보내 주었고, 제가 봉사를 갔었던 마을의 학생들이 편지를 보내 주었습니다. 내무반에 배달된 편지를 보면서 고된 훈련의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고참도 부러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편지를 며칠씩 가지고 다니기도 했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편지는 무엇일까요?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편지는 무엇일까요? 가장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 편지는 무엇일까요? 저는 바오로 사도가 공동체에 보낸 편지라고 생각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서간을 통해서 공동체에게 용기를 주었고, 사랑을 주었고, 잘못된 것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견책을 하였습니다. 공동체는 바오로 사도의 편지를 함께 읽었고,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린토 전서 13장의 사랑의 찬가는 언제 읽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편지입니다.

 

매일 복음을 묵상하고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서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옥중 편지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5년 동안 별일이 없으면 묵상을 나누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힘들 것입니다.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사랑도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나누는 것은 어쩌면 가능할 것입니다. 사랑을 관념으로만 가지고 있다면, 사랑을 머리로만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내어 줄 수 있다면, 실천할 수 있다면 사랑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직접 말씀하십니다. ‘나는 여러분을 종이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 이제 나는 여러분을 친구라고 부르겠습니다. 여러분에게 새로운 계명을 주겠습니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한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십시오.’ 제자들은 이 말씀을 듣고 마음이 뭉클했을 것 같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처음으로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를 기억합니다. 사제 서품을 받고 첫미사를 봉헌했을 때를 떠올립니다. 300명의 작은 본당이지만 첫 본당신부로 부임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이었을 때의 기분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오늘 아침,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바로 우리들 각자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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