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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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바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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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희 [tenghong] 쪽지 캡슐

2010-07-13 ㅣ No.57270

남아선호 사상이 당연시 여겨지던 시절,
저희 부모님은 아들을 간절히 원하셨다고 합니다.
결혼후 첫 딸을 낳고, 둘째는 당연히 아들이겠거니...

어느날 꿈을 꿈을 꾸셨답니다.
큰 홍수가 나서 모든게 다 물에 잠기게 되었는데,
아주 커다랗고 듬직한 사자 두마리가,
물고를 막고 버티고 있더랍니다.
그 사자들 도움으로 결국 사람들은 홍수의 피해를 입지 않고,
무사할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저를 갖으셨을때 엄마가 꾸신 태몽입니다.
당연히 아들 태몽이다 믿으셨던 저희 부모님은,
열달 내내 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셨던것 이죠.

마침내 제가 태어나던날,
출산과정 마저도 순탄하지 못 하였다고 합니다.
무려 4.1kg 우량아의 탄생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던것 이지요.
결국 아기의 머리를 집게로 집어 강제로 꺼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낳고 보니 또 딸이었습니다.
저희 엄마는 저를 한번도 보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갓 태어난 제 머리는 머리속이 비칠정도로 눌려 있었다고 해요.
집게로 집어낸 자리의 상처가 너무 심해서,
머리속이 들여다 보일정도로 피가 터지기 일보직전 이었는데도.
밤새 한숨도 못자고 울기만 하는 저를,
엄마는 돌보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결국 외할머니가 밤새 저를 안고 동분서주 하셨다는,
이야기를 다 크고나서 외할머니와 이모들에게 들을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태어나서 자라는 내내 엄마는 저를 예뻐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워낙에 다정다감하신 성격은 아닌 엄마였지만,
언니와 동생에게는 늘 최선을 다하시는 것이 보였습니다.
유독 제게만은 냉랭하셨던 엄마였습니다.

참, 제가 다섯살이 되던해에 동생이 생겼습니다.
역시나 여동생이 태어났지만,
그때는 딸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낳으셨기 때문에,
동생의 탄생은 저와 비교할수 없을만큼 찬란했습니다.
늦게 보신 막내딸이라 그런지,
동생의 말이 저희집의 법이 될만큼 예쁨을 많이 받았고,
그 예쁨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셋에 둘째딸 ...
간혹 사람들을,
'셋째가 아들이 아니니 그래도 네가 살수 있었던 거다.
 셋째가 아들이었어 봐라. 네가 어떻게 이집에서 살수 있었겠니!'
남의 속도 모르는 소리를 해대곤 했습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단순히 제가 아들이 아니라서,
엄마에게 구박을 받거나 집에서 소외 당하는 것으로 보였던가 봅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제가 엄마에게 지금까지도 인정 받지 못하는 것은,
제가 엄마를 닮지 않고 아빠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남편에게 한평생 불만을 품고 사시는 엄마는,
어려서 크는 내내 제가 못마땅 하실때 마다 언제나 같은 문장으로 말씀을 시작했습니다.
'제집 식구들 닮아서...'

제집 식구들 닮아 어디가 못났다는둥,
제집 식구들 닮아 눈빛이 맑지 못하다는둥,
제집 식구들 닮아 재주가 없다는둥...
이런류의 구박은 끝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엄마를 쏙 빼닮은 언니와 동생은,
성격도, 성품도 모두 엄마와 비슷했습니다.
그러니 뭐 하나만 잘하는 모습을 보여도,
'이 아이는 크게 될 아이' 라는 믿음까지 한방에 심어 줄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와 정반대 였지요...

저는 이런 환경속에 나고 자라면서 '나의 하느님' 을 만났습니다.
아주 어렸을때 부터 억울하고 분하고 서러울때마다,
습관처럼 '하느님... 하느님... 하느님은 제 마음 아시지요...' 속삭이며 찾았습니다.
아무도 알아주는이 없는 저의 외로운 삶속에,
나의 하느님은 외롭게 홀로핀 들꽃 한송이에 놀러와 앉아 친구가 되어주는,
한마리의 나비처럼 제게 날아 들어와 주셨습니다.

언제나 하느님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매일같이 억울한 일들 투성이였습니다.
엄마와 언니, 동생은 번갈아 가며,
저를 괴롭혔고, 마음속에는 슬픔이 가득했습니다.

이제는 사무엘의 엄마가된 지금,
저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그때보다 더 큰 슬픔이 가득해 집니다.
저를 유난히도 빼닮은 사무엘을 바라보면,
꼭 제 어린시절을 보는것만 같은데,
저렇게 맑고 예쁜 아이를 남들도 아닌 가족들이 아프게 했구나...
생각하면 심장이 뛰어 터져버릴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바랬던 것은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갖는 딸에대한 마음... 오직 그뿐이었습니다.
자식이 살인을 해도 그 자식편에 서주는것이 부모마음 이라던데,
저희 엄마는 언제나 저의 흠을 찾으셨고,
아주 작은 흠이라도 찾아내시면,
그걸 꼬투리 잡아, 온 식구들에게 큰일이나 난것처럼 선포를 하셨으니,
그 안에서 제 마음은 피투성이가 된듯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습니다.

어린시절 서럽고 억울했던 기억들은 이제 어느덧 과거가 되어버렸고,
그 과거에 더이상 얽매여 살고 싶지 않아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앞두고 마음가짐을 새로 잡았었습니다.
고백성사를 하고, 모든걸 다 용서하리라 다짐했던것 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결혼후 한동안 전에 없이 엄마와 사이가 참 좋았습니다.
마치 꿈을 꾸듯 남들처럼 정상적인 모녀관계를 갖을수 있었던것 이지요.
그런데 살아온 습관이란게 무시못할일 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게 원점으로 다시 되돌아 갔습니다.

여러가지 굵직굵직한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저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쉽지 않은일 이었지만, 그래도 부모님과 등지고 살아가는것 보다는,
내가 억울하고 아픈게 낫다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저의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려 주는이 없었지만,
저는 독하게 저의 자리를 비집고 찾아 들고 있습니다.
부모님께 대한 저의 사랑을 전해드리기 위해,
혹독하게 꼬여있는 이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말입니다.

최근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일 나의 이 특별한 삶이 없었더라면,
내가 과연 나의 하느님을 이렇게 만날수 있었을까...
정말 그랬습니다.
이 모든 아픈시간들이 없었다면,
저는 결코 이렇게 특별한 저의 하느님을 만날수 없었던것 입니다.

사람들이 저를 나쁘다 몰아 세울때,
나의 하느님은 저를 '착하다' 들어 세워주셨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모자르다 구박할때,
나의 하느님은 '네가 가장 잘 하는구나!' 칭찬해 주셨습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그러고 왜 사느냐 의아해 했을때,
나의 하느님은 '너 때문에 내가 산다!' 시며, 도리어 제게 고마워 하셨습니다.

이모든 깨달음이 어느순간 번쩍이는 섬광처럼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러고 나니, 모든게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있게 하느님께 소리쳤습니다.

"하느님! 나의 하느님!
 다시 시간을 되돌려 제가 태어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나 결코 다른 삶을 달라 청하지 않을것 입니다.
 남들이 다 갖은 따뜻한 가족을 그토록 원했지만, 이젠 다 필요없습니다.
 나는 나의 하느님, 당신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나처럼 당신의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 하십시요!
 나, 나의 하느님을 얻었으니, 세상을 다 얻은것과 같습니다.
 나의 하느님, 오직 당신 한분이시면 나에게 족하고도 남아 넘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하느님!!!"

그러자 하느님께서 제게 보여주셨습니다.

작은 방이 있습니다.
그 방에 등불이 하나 켜 있는데,
사람들은 그 등불이 싫다며 안보이는 곳으로 치우려 했습니다.
방의 구석에도 몰아 넣어 보고, 가구 밑에도 들여넣어 보았지만,
빛이 새어 나오는게 못마땅한듯 싫어 보였습니다.
마침내 커다란 옷장 안에 그 등불을 넣더니,
옷장 문을 쾅! 하고 닫아 버렸습니다.
그러니 그 빛이 사라진듯 그들에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그때에 말씀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딸아!
 어둠이 깊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아라.
 어둠이 깊고 깊어 암흑이 찾아 올때,
 그들은 그제서야 두려움에 가득찰 것이다.
 그때에 비로소 그들이 숨겨둔 등불이 생각날것 이고,
 마침내 더듬거리며 그들의 손이 너를 찾아 꺼내들게 될것이다.
 그제야 그들은 너의 빛을 소중히 여길줄 알게될 것이며,
 그때부터는 너를 중심으로 모두가 둘러 앉게될 것이다.
 그러니 나의 딸아 어둠이 깊어가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아라.
 내가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하느님께서는 보잘것 없는 저라는 사람을 '등불' 로 세워 놓으셨던것 입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 조차 저를 필요없다 감추어 두기 빠빴지만,
그런틈을 타서 나의 하느님께서는 주변을 어둡게 만들고 계셨던것 입니다.
그들 앞에 암흑이 찾아와야 그들은 저를 찾게될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나의 하느님은 나와 함께 이 어둠을 묵묵히 버텨내고 계셨던것 입니다.

저는 그동안 저만 어둠속에 있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한시도 제 곁을 떠나지 않고 계신 저의 하느님께서,
제 곁에 언제나 함께 계셨던것 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들에게 더 큰어둠을 가져다 주신다 하십니다.
이 말씀은 아마도 제가 겪게될 더 큰 아픔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씀하신것 일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픔을, 그 칠흑같이 깊은 어둠을 저는 피하지 않을것 입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품으신 그 뜻이 그대로 제게 이루어 지기 위해서는,
저 또한 '견딤' 의 힘을 보태어 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심판 날에는 티로와 시돈과 소돔 땅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마태오 11,20-24)

많이 받은 저 이기에 그만큼 많이 내어 드려야 함을 배웁니다.
더 큰것을 받아 놓고, 그에 비해 조금 약소하게 받은것만을 내세우며,
남들에게 다 주신것을 왜 제게는 주지 않으셔나요! 따지고 든다면,
하느님께서 참 슬프실것 같습니다.

제게는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부모님과 형제가 있지는 않지만,
때로는 엄마같이 다정하고, 또 때로는 아버지 같이 힘이 되는 든든한 남편이 있고,
어린시절 저를 꼭 빼닮은 토끼같은 사무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에도...  이 이야기를 글로 쓰기 망설여하는 제게,
"힘을 내거라 나의 딸아!" 속삭이고 계시는 나의 하느님이 제곁에 계십니다.
세상을 다 얻은 저, 골룸바 입니다.

언젠가 저희 남편에게,
만일 내가 자기보다 먼저 죽게 되면 내 묘비에 이런 말을 꼭 남겨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야훼 하느님의 복을 가장 많이 받은 여인이,
 이곳에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제 그토록 그리워 하던 성부, 성자, 성령의 곁에서 영원히 머물게 되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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