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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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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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ayo98060] 쪽지 캡슐

2010-07-16 ㅣ No.57357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7월 16일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If you knew what this meant, I desire mercy, not sacrifice,
you would not have condemned these innocent men.
For the Son of Man is Lord of the sabbath.
(Mt.12.7-8)
 
 
제1독서 이사야 38,1-6.21-22.7-8
복음 마태오 12,1-8
 
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 방으로 사람들을 많이 초대하곤 하지요. 하지만 제 방에 손님이 올 때마다 솔직히 부끄러운 마음이 늘 가득했답니다. 왜냐하면 무척이나 지저분한 방이 바로 제 방의 모습이거든요.

솔직히 저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깨끗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정리를 해도 그때뿐이지 결코 깨끗해지지를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지요.

“난 이렇게 지저분한 것이 편해.”

사실 지저분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도저히 정리를 할 수 없으니 천성적인 것처럼 미루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깨끗하게 방 정리를 하는 사람이 부럽고, 나 역시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기회가 생겼습니다. 지난 달 간석4동 성당에서 교구 성소국으로 이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번만큼은 정말로 정리 정돈 잘하면서 깨끗하게 살아 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지저분한 것을 과감하게 버렸고, 정리할 것을 먼저 정리하도록 노력했습니다.

항상 아깝다는 생각에 버리지 못했고, 버리지 못하는 것을 이것저곳에 놓아두다보니 방이 지저분해졌지요. 또한 나중에 정리하겠다는 미루는 성격 때문에 항상 어수선한 방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잘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달이 지나도 괜찮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되는구나.’라는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더불어 이제까지 그냥 체념하면서 시도도 하지 못했던 어리석음을 반성하게도 되네요.

이것 또한 제가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나도 할 수가 있는데,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자기 자신을 하나의 울타리 안에 가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할 수 없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한 그리고 그것이 주님 뜻에 벗어나지 않는 한, 반드시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따지는 바리사이들 역시 안식일 법이라는 고정관념에 휩싸여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들은 안식일 법을 예수님 제자들이 어겼다는 이유로 예수님 역시 옳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근본적으로 모르고 있었던 사실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안식일의 주인이 바로 ‘예수님’이라는 사실입니다.

고정관념이 나를 위축되게 만들며, 더 나아가 내 주변과 세상을 위축되게 만듭니다. 결국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과 정반대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혹시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무엇일까요? 또한 나의 고정관념으로 내가 지금 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고, 다른 사람들 역시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넓은 마음을 가지고 계신 주님을 기억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하나씩 버리는 연습이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얻는 것보다 더욱 힘든 일은 버릴 줄 아는 것이다(그라시안).




흰 봉투의 비밀(정은우, ‘해피데이스’ 중에서)

중학교를 생각보다 먼 곳으로 배정받아서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해야 했다. 그래서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매일 아침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사기 위해서였다. 부모님께 자전거를 타고 통학한다고 말씀드리면 위험하다고 말리실 게 뻔하기 때문에 철저히 비밀로 해야 했다. 드디어 거금 10만 원을 모은 날, 나는 행여나 누가 훔쳐 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책갈피에 돈을 숨겨 위장을 해놓았다.

여느 때와 같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이었다. 방문 앞에 신발 한 켤레가 더 놓여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잘 어울려 놀던 동갑내기 사촌이 온 것이다. 놀래주려고 살금살금 다가가 “워!”하면서 방문을 여는 순간, 사촌이 깜짝 놀라면서 무언가를 급히 감췄다. 뭐냐고 묻자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단 한마디를 던지고는 휑하니 방을 나가버렸다.

나는 서둘러 책을 꺼내 책장을 펴보았다. 돈이 든 흰색 봉투가 온데간데 없었다. 밖으로 뛰쳐나간 나는 사촌을 붙잡고 다짜고짜 돈 봉투 어디 있냐고 따졌다. 하지만 사촌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모른다고 시치미를 뗄 뿐이었다. 화가 난 나는 우리 집에 다시는 오지 말라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와 버렸다. 문밖에서 사촌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모른 체했다.

다음날 아침, 밥을 먹으려는데 엄마가 그 큰돈이 어디서 났냐며 다그쳤다. 어제 방 청소하다 돈 봉투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사촌을 오해했다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또 놀러오면 그때 사과해야지.’하고는 넘겨버렸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사촌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모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사촌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얘기였다. 결국 사촌은 그날 밤 두 번 다시 말할 수도 뛰어놀 수도 없는 곳으로 가고 말았다. 그리고 엉엉 울고 있는 내게 사촌이 사고 당시 가지고 있던 것이라며 이모가 전해준 봉투에는 10만 원이 들어 있었다. 내가 자전거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을 알고 자신도 보태주려고 모은 돈이었다. 그날 사촌이 내 방에서 감추던 것은 바로 그 봉투였다.
 
 
 
Yiruma-kiss the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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